[Vol.3]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원격수업에 대한 단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원격수업에 대한 단상
윤대균 ([email protected])
아주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며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집단감염 확산의 우려로 각 급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며 학사 일정 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필자가 소속된 학교의 경우 31번 신천지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 이미 다른 많은 대학과 발맞추어 개학을 2주 연기한 바 있다. 이후 여러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하자 개학일은 그대로 두고 개학 후 2주간은 비대면 원격수업을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어쩔 수 없이 2주 더 비대면 원격수업을 연장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비대면 수업이라 하면 단순히 동영상을 시청을 통한 수업이나 혹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요새 대학, 특히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상당 부분은 실습으로 이루어진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이를 프로그래밍 실습이나 혹은 다른 실험과 연계하여 학습 효과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 교수 및 조교, 그리고 학생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불가피하다.
필자의 대학 시절 보통 실습과목이라 하면 교양과목인 물리나 화학 실험 실습, 기초 전기/전자 회로 실습 등과 같이 장비가 필요한 과목이 주를 이루었다. 이 외에 졸업반 방학 동안 진행했던 현장실습 정도다. 소프트웨어 과목의 경우 별도의 실습학점이 따로 없었고, 학과목에서 내주는 숙제, 혹은 기말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무 역량을 습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교과 과정에서는 거의 모든 과목에 실습학점이 따로 부여되어 있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자료구조론”이라는 과목이 “자료구조론 및 실습” 이런 식으로 바뀌어 이론을 병행한 별도의 실습 수업시간이 주어지므로 추가로 학점을 부여하게 되어 있다.
비대면 수업에서 가장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이러한 강화된 실습 분야이다. 학교 당국에서도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아, 일반 과목에 대한 동영상 강의 제작, 실시간 온라인 강의에 대한 다양한 안내와 소프트웨어 제공 등이 이루어졌지만 실습에 대한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의 학점 이수에 관한 규정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이 되어, 각 학교별로 비대면 원격수업에 대한 학생들 학점이나 그리고 교수들 시수 인정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이를테면 동영상 최소 25분짜리와 25분 이상 소요되는 과제를 묶어 1학점으로 인정하는 식이다. 그동안 이런 기준은 대다수 교수들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비대면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며 수업 인정 기준에 대한 논의가 활발 하게 진행 중이다. 기준의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즉, 현실적으로 각 교수가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인가, 혹은 이렇게 하면 정말 교육 효과는 있는가에 대한 논란 등이다.
강의 동영상을 작성하여 실제 강의를 대신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수업을 빠져 어쩔 수 없이 동영상으로 대신하는 경우, 또는 플립드(Flipped) 러닝과 같은 새로운 방식을 교육에 적용하려는 시도이다. 플립드 러닝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수업 전에 미리 동영상을 시청하고 이에 관한 토론 및 과제 수행이 정규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엄격한 의미의 비대면 원격수업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결강하게 되는 경우 동영상 수업보다는 보강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상 정규 과목에서 강의 동영상을 제작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따라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처음으로 강의 동영상을 제작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필자도 여기에 해당한다.
사전 제작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경우 학사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출결처리가 이슈가 될 수 있다. 많은 학교에서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LMS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제작 도구를 사용하여 업로드하거나, 혹은 별도로 제작된 동영상을 LMS에 등록하는 과정을 거치면, LMS에서 해당 동영상에 대한 최소 시청시간을 지정할 수 있고, 또 이 동영상 시청이 완료될 경우 출석으로 인정되는 기간을 지정해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1시간짜리 동영상이라면, 최소 50분을 시청하도록 하고, 그래서 50분 이상 시청한 학생은 출석 인정 기간에 해당 수업에 참석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별도의 확인 작업 없이 VOD 타입의 동영상 시청에 따른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
많은 LMS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수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교수는 실시간으로 발표자료와 카메라를 활용하여 직접 수업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며, 학생들은 이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청하며, 함께 제공되는 질의·응답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교수는 강의와 연계하여 과제를 출제함으로써 원격수업으로 인한 산만함을 보완할 수도 있다. 사실 교수들로서는 이처럼 정해진 시간에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의 수업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장비 셋업, 그리고 해당 기능에 익숙해지기 위한 추가 노력을 해야 하나, 동영상을 만드는 수고에 비하면 그나마 이 방법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LMS를 제공하는 서버 성능 또는 네트워크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요소가 심각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과목에서 동시에 스트리밍이 이루어지는 경우 예상치 못한 성능 이슈가 발목을 잡게 된다. 실제로 필자가 속한 학교에서 개강 당일 아침 바로 학교 LMS가 다운되기도 했다. 집중적으로 실시간 원격강의가 몰린 것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학교에서는 이론 수업에 대해서 될 수 있으면 동영상 제작 후 VOD 형식의 강의를 권장하고 있다. 이제 일부 교수들만 하던 동영상 강의 제작을 모든 교수가 하게 된 것이다. 혹자는 이제 전 교수가 유투버가 되어 유투버 시장이 더 치열해지겠다는 자조적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동영상 강의제작은 일반 수업보다 최소 3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나마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동영상 제작을 위한 도구나 장비에 익숙한 경우다. 필자도 지금까지 세 차례의 강의 동영상을 제작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다. 이제야 다소 익숙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인데, 그래도 1시간짜리 동영상을 제작하고, LMS에 업로드하고 학생들 출석 체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설정을 완료한 후 실제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게 하기까지는 3~5시간이 필요하다. 동영상 시청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출석 현황까지 체크하려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를 일이다. 사실 이 모든 일이 대면 수업 한 시간이면 다 끝날 일들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학생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실습과목이 사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한다. 학생들과의 1:1 지도, 혹은 팀을 이룬 다수의 학생과의 과제 논의 등과 같은 “미팅”이 필요하다. 원래는 학교에 실습실을 마련하여, 여기에 모든 학생이 모여 각자 자기 작업을 하며 담당 교수나 조교의 1:N 혹은 1:1 지도를 받아야 한다.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던 줌(zoom)(1) 혹은 구글밋(Google Meet)이 학교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필자가 소속된 학교의 경우 구글 G스윗(G Suite)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구글밋을 활용하여 실습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각 개인 혹은 팀은 정해진 실습 시간에 구글밋 화상회의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나와 담당 조교는 순차적으로 해당 팀의 화상회의에 참여하여 지도할 내용과 팀별 이슈에 대해 논의한다.
학생들에게는 팀원 개개인이 화상회의에 들어와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많은 팀이 별도의 공간에 다 함께 모여 화상회의에 참여한다. 모이는 장소가 카페와 같은 오픈된 공간에다 소음이 많은 곳이라 실제 대면하여 토론하는 것과 같은 쾌적한 미팅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아직 학생들 역시 이러한 화상 실습수업에 익숙하지 않아 카메라나 마이크를 원활하게 사용하는데 자주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등 정상적인 회의가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한꺼번에 모여 있지 않고 각자 자신의 개인 공간에서 모든 멤버가 접속하는 경우 오히려 음성이나 화면의 혼선이 적어 더 편안하게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화상으로 실습을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나와 학생들과의 실습수업 시 학생들이 다소 소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편이었는데, 화상 미팅으로 할 때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터넷 강의를 들어오고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내 얼굴 앞”이 아닌 “화면 앞”에서 더 편함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필자가 14개 팀과 화상 실습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비대면 원격수업이 일반화되며 교수들 사이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 웹캠이다. 평소 노트북에 부착된 웹캠을 거의 쓸 일이 없다가 최근 원격수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활용하다 보니 성능이나 카메라 위치 등 불편한 점들을 많이 느껴서이다. 소셜미디어에 한 교수가 특정 브랜드의 웹캠 구매 글이 올라오면 이를 보고 따라 구매하는 현상도 찾아볼 수 있다. 필자도 소셜미디어 상에 올라온 지인의 구매 후기를 보고 웹캠을 장만했으며, 또 다른 필자의 지인도 나의 구매 포스팅을 보고 같은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일반 유투버들이 필요로 하는 아이템들에 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결국은 클라우드
원격수업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확대되며 클라우드 서비스의 효율과 성능에 대해 모두가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많은 학교에서 클라우드 기반 LMS를 사용하고 있다. (2))필자가 속한 학교에서는 블랙보드(Blackboard)라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블랙보드는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과 동시에 아마존 AWS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WS든 자체 데이터센터이든 국내에는 위치하지 않고 있다. SaaS형태로 서비스되기 때문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거의 모든 학교가 유사하나, 교육 콘텐츠, 코스 및 수강생 정보, 교수 정보 등 레거시 학사시스템과 데이터를 서로 동기화한다. 개강 첫날 블랙 보드가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운이 되며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내부적으로 고조되었다. 평소 가끔 일부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익숙하면서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았던 사용자들도 개강 첫날 서비스가 다운된 것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시간에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의 수업을 계획했던 교수들은 당장 해당 수업이 모두 “결강”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에 평소에 전혀 관심 없었던 서버의 위치나 실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용자도 많아졌다. 국내의 모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파고들며 본격적으로 국내 LMS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실 필자에게도 관련된 문의가 들어 왔었는데, 매우 보수적인 학교의 특성상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모두에게 부담되는 일이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지금이라도 최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재난 상황에서의 대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역사상 이렇게 대대적으로 비대면 원격수업에 의존한 적은 없다. 교육 시스템 전문가들에게는 원격수업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를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던, 앞으로 원격 수업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교수들이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강의 동영상 재활용을 위해서도 그리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은 대학에서의 교수의 역할 재정의에 대한 논의와 이로 인한 교육 혁신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교육 혁신은 이를 체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클라우드에 기반을 둔 학습 시스템과 함께 완성될 수 있다.
국내의 리딩 클라우드 회사들이 LMS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는 시도를 환영한다. 역량 있는 LMS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교육환경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의 내용은 무단 전재를 금하며, 가공 또는 인용할 경우 반드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Report]라고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1. | ⇡ | https://zoom.us/ |
2. | ⇡ | 좀 더 상세한 클라우드 기반 LMS에 대해서는 필자의 “클라우드 기반 학습관리 시스템(LMS) 동향”을 참조하기 바람. (클라우드 스토어 씨앗 이슈리포트 2019년 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