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우버(Uber)로 돌아보는 이동의 패러다임 변화
우버(Uber)로 돌아보는 이동의 패러다임 변화
최호섭 ([email protected])
프리랜서 디지털 칼럼니스트
더 기어 객원기자
우버(Uber)는 지난 6월 1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우버 엘리베이트 서밋(Uber Elevate Summit) 2019’를 열고 드론 택시를 중심으로 하는 운송 기술의 상용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우버는 이 자리를 통해 2023년부터 3개 도시에서 누구나 드론 택시를 탈 수 있도록 ‘우버 에어(Uber Air)’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가 차를 타는 것처럼 드론 택시를 잡아타고 이동하는 서비스가 실제 운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아직 풀어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미국 정부도 우버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예정된 서비스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술적인 채비는 끝나서 내년부터 3개 도시에서 제한적이긴 하지만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버는 드론 택시를 이용한 우버 에어의 상용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드론은 우버 플랫폼의 역할과 가치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드론 택시 사업은 단순히 돈이 많다고 뛰어들 수 있는 비즈니스는 아니다. 우버의 역할은 운송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고, 각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우버가 항공 운송 서비스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 놀랄 수 있지만 사실 이 서비스에 우버는 드론도, 이·착륙장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버를 바라보는 중요한 요소는 이동 방법이 아니라 바로 이 회사가 교통을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밑바탕 기술이다.
드론으로 퍼즐 맞춰진 통합 이동 서비스
우버는 우버 에어와 함께 ‘복합 항공 라이드 셰어링(Multimodal Aerial Ridesharing)’이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교통 현황과 시간, 요금에 따라 여러 가지 이동 수단을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우버의 시스템은 자동차와 드론, 심지어 전동 킥보드까지 다양한 이동 수단을 섞어서 이동 방법을 설계해주는 것이다.
우버가 이 이동 방법에 집중하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이동 시간을 최적화하면서도 요금은 낮추고, 드라이버나 드론 택시 운영 기업에는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바로 우버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우버는 데이터를 이용한다. 우버의 가치는 차량이 아니라 데이터에 있다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용자의 요금을 낮추면서 운영자의 수익을 높인다는 말은 다소 억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버는 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매칭 함께 태우면서도 시간 손실을 최소화하는 ‘우버 풀(Uber Pool)’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러 명이 함께 타기 때문에 요금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가지만, 드라이버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어서 수익이 높아진다. 지난해에는 이용자가 골목에서 큰길로 3~4분 걸어 나가서 차를 잡으면 요금을 더 깎아주는 ‘우버 익스프레스 풀(Uber Express Pool)’을 내놓기도 했다.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누군가를 태우고 내리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수익은 더 높아진다. 그리고 이용자는 몇 분을 걷는 대가로 더 싼 요금을 낸다. 심지어 캘리포니아에서는 우버 익스프레스 풀의 요금이 버스 요금에 비교될 정도다.
(에릭 앨리슨 우버 엘리베이트 대표, “우버의 힘은 이동 데이터에서 나온다.”)
드라이버와 이용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판단하고, 적절한 요금의 선을 정하는 것이 바로 우버의 기술인 셈이다. 우버가 하늘로 이 비전을 옮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우버 엘리베이트 CEO 역시 데이터의 가치를 언급했다.
“우버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교통량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늘의 트래픽도 복합적으로 분석해낼 수 있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이동 서비스인 ‘우버콥터’가 각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방법
각 요소에 적합한 앱이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반영해 운영된다.)
수요와 공급 사이, 아슬아슬한 요금 체계 만드는 ‘데이터의 힘’
우버 에어의 역할은 우버 서비스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는 의미도 지닌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동 수단을 이용해서 이동 속도를 높이되, 요금을 낮춘다는 기술 목표도 똑같다. 드론 택시의 운영 원가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드론에 사람을 가득 채워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는 효율성으로 요금을 낮추고자 한다. 1마일(약 1.6km)을 이동하는 데 44센트, 우리 돈으로 약 500원까지 내리는 것이 우버의 목표다.
(우버는 드론 택시의 교통 비용을 일반 택시 수준으로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사실 지금으로써는 이해되지 않는 요금 체계다. 우버가 손해를 본다거나 다른 곳에서 이익을 거두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우버는 드론 택시도, 이착륙 인프라도 직접 갖추지 않는다. 모든 요소는 파트너들이 운영한다. 이들이 적절한 이익을 얻어내면서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요금 개선을 위해 우버의 데이터는 더 복합적으로 활용된다. 우버는 이 자리에서 드론을 통한 우버이츠(Uber Eats), 그러니까 음식 배달 솔루션도 발표했다. 우버이츠의 기술 방향성도 기본적인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하면 음식 배달을 간소화해서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단순히 이용자를 음식점과 배달 파트너에 연결해주는 것을 넘어 메뉴의 선호도와 반응, 마케팅 등 다양한 요소를 더해 음식 소비 환경을 바꾸는 것이 우버이츠의 비전이다.
우버는 도로 환경에 대한 경험이 담긴 데이터를 갖고 있으므로 최적의 음식 배달 경로를 제안하고, 이용자들에게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예상 도착 시각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버 차량의 경험을 우버이츠에 녹여 여러 명의 음식을 함께 배달하면서 요금을 내리는 등 기술적인 접근을 꾀하고 있다.
드론 배송 역시 그 서비스의 한 예다. 모든 음식을 드론으로 실어 나를 필요는 없지만, 음식의 종류에 따라 아주 빠른 배송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 적절성을 판단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배달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음식을 실어 나를 수도 있다. 이용자로서는 메뉴의 경험이 풍부해지고, 음식점은 사업 영역이 성장한다. 그 시장이 커지면 곧 우버와 배달 파트너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차량과 소형 드론을 음식 배달에 이용하는 ‘우버이츠 드론’)
결국, 우버의 사업 확장은 데이터에 달려 있다.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우버의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 데이터는 시간의 효율성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가장 큰 가치는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가 이해 하고 만족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가격 결정에서 나타난다.
운송 기업의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나
우리가 바라보는 라이드 셰어링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아직 라이드 셰어링에 대해 사회적, 제도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송 사업 관련 정책의 갈등에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꺼내 놓지 못하고 있다. 누가 차에 영리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느냐, 그리고 사람과 차량을 어떻게 거부 없이 매칭할 수 있느냐에 대한 갈등에 갇혀 있는 사이에 라이드 셰어링 비즈니스는 기술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엄청난 진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것이 투자와 주가 등 관련 기업의 가치다.
우버는 지난 5월 주식 시장에 꽤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주가도 안정적이고 7월 현재 시가 총액은 7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7조 원에 달한다. 이 기업 가치는 단순히 차량을 연결해주고, 음식을 실어 나르는 서비스에 대한 값어치는 아니다. 그동안의 데이터, 그리고 이를 다루는 경험과 그 기술력에 대한 가치가 반영된 것이다.
지금 세계가 새로운 이동, 물류, 운송 방법에 투자하는 이유도 바로 이 기술력이 이제까지의 운송 수단의 가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기업들이 자율주행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이 가져올 혜택 중 하나는 차량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도로, 주차 공간 등 우리가 더 물리적으로 풀어낼 수 없는 환경에 대해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덜 막히는 도로로 차량을 우회하고, 적절한 주차 공간을 공유하면서 경로가 맞는 이들은 말 한마디 없이도 함께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저 꿈이 아니라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온 기술이다. 그동안은 늘어나는 차량만큼 인프라를 늘리는 것이 중심이 됐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을 방법은 다시 한정된 자원의 효율을 짜내는 것이다.
(라이드 셰어링부터 화물 운송, 음식 배달, 드론 택시까지 우버의 모든 서비스는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서로 맞물려 있다.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같은 목표로 개발되는 기술이다.)
이미 우리는 기술을 이용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바로 실시간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은 개개인에게 길을 알려주는 역할로 시작했지만, 여기에 실시간 데이터를 더하면서 덜 붐비는 길을 찾아 주기 시작했다. 아는 길도 물어 가는 서비스로 역할이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교통 분산 효과를 가져왔다. 도로라는 한정된 교통 자원을 최대한 짜내는 것이다. 이를 운행하지 않는 차량, 비어 있는 주차장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 결국 교통 관련 서비스들의 비전이기도 하다. 서비스의 가치가 데이터에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우버를 비롯해 그랩이나 디디추싱 등 세계적으로 세를 넓혀가는 차량 관련 서비스들은 단순한 이동과 운송의 연결 수준을 뛰어넘었다. 모두 데이터에 대한 경험이 많아지면서 데이터의 활용도를 중심으로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데이터는 결국 시간과 경험이 쌓인다는 의미다. 한순간에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식 배달, 택배, 자전거 공유 등 서비스를 확장했을 때의 효과는 데이터 없이 시작하는 것과 커다란 차이를 갖게 된다. 교통이나 물류, 운송의 핵심이 ‘매칭’에 있던 시대는 지났다. 데이터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고, 요금과 수익을 최적화하면서 ‘이동의 변화’라는 본래의 비전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