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 IFA 2019 유럽 가전의 혁신 속도가 빨라지다
IFA 2019 유럽 가전의 혁신 속도가 빨라지다
최필식 ([email protected])
기술작가
IT 블로그 ‘chitsol.com’ 및 테크G(www.techg.kr) 운영자
CES가 새로운 해를 여는 소비자 기술 전시회라면 IFA는 한 해를 정리하는 소비자 제품 전시회다. 새해 벽두에 열리는 CES가 미국 중심적이면서 뜨거운 일출 같은 전시회라면, 가을 무렵의 IFA는 유럽 특유의 정서가 반영된 화려한 노을로 비유할 수 있을 만큼 두 전시회는 비슷한 듯해도 지역적 특수성이 반영된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다만 신기술로 시선을 끄는 CES에 비하면 IFA는 유럽 소비자를 위한 제품 이외의 소식을 얻기 힘든 전시회인 것이 사실이다.
IFA 2019 전시회가 열리는 메세 베를린의 남쪽 입구 모습
[출처: IFA 공식 자료]
이러한 비판적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IFA 주최 측은 올해 미국과 다른 유럽의 지역적 색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CES와 다른 프로그램을 더 준비했다. 기존 맥락 없는 기조연설 대신 IFA에서 잘 다루지 않던 모바일에 초점을 맞춘 기업의 연사를 준비하는 한편, 자동차 분야의 미래를 모색하는 ‘SHIFT’ 이벤트를 추가하며 모빌리티 업계를 끌어들였다. 또한, ODM 상품의 수출 상담을 위한 IFA 글로벌 마켓을 3년째 IFA 기간 내에 운영하면서 더 많은 기업과 고객들에게 IFA가 기업 제품을 선보이는 상징성을 넘어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전시회로 자리 잡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IFA의 노력은 2천 개 가까운 전시 업체를 유치하는 한편 행사 기간 동안 24만5천 명이 다녀가는 성과로 이어졌다. 수많은 참관객과 다양한 업계의 관계인들이 IFA 2019에서 무엇을 보고 갔는지 주요 키워드를 정리한다.
키워드 1. 8K TV, 가속도를 붙이다.
사실 TV라는 전통적인 영상 가전의 한 아이템을 소비자 전시회의 첫 키워드로 꼽는 것은 상투적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IFA 2019의 8K TV는 곱씹어 볼 의미가 있는 키워드다. 이미 대중화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4K TV와 달리 8K TV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가진 이들이라면, 특히 CES 2019에서 IFA 2019로 이어지는 8K TV의 흐름을 지켜본 이라면 이제 그 견해를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여서다.
IFA 2019에서 확인한 8K TV는 한국과 일본, 중국 가전 제조사뿐 아니라 유럽 영상 가전 업체까지 빠짐없이 가세한 형국이다. 이는 대형화되고 있는 디스플레이의 추세에 맞춰 시장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 IHS는 2019년 30여만 대의 규모에서 2022년에 500만 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각 제조사의 8K TV.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순서로
코니카, LG, 소니, TCL, 삼성, 하이센스 순.
이처럼 8K TV가 대중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60인치 이상 대형 TV의 부족한 화소를 메워 화질을 개선하고 몰입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서다. 8K TV는 가로 7,680, 세로 4,320개의 물리적 화소를 가진 디스플레이를 쓰는데, 화면이 대형화될수록 떨어지는 화소 밀도를 보완해야만 실제로 화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8K TV가 생각보다 빨리 기지개를 켜면서 급해진 것은 콘텐츠다. 8K TV에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8K TV를 위한 샘플 수준의 콘텐츠는 찾을 수 있지만, 이미지 크기와 프레임, 색 정보를 담은 8K 방송이나 장편 영상물은 거의 없다. 이는 고화질 TV 시장이 시작될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여서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해결될 문제다. 일한 장치가 가상 현실 헤드셋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도는 더욱 높아진다. 현실의 움직임을 감지해야만 가상 현실의 자유도(Degree of Freedom)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8K로 송출할 예정인 2020년 하계 도쿄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거치면 8K 콘텐츠는 좀 더 빨리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지금 당장은 4K 콘텐츠를 8K TV에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8K TV에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더라도 전용 콘텐츠가 없는 만큼 이를 활용해야 한다. 물론 4K 콘텐츠가 8K TV에서 무조건 보기 흉한 것은 아니다. TV 제조사들이 이에 대비한 기술을 쓰고 있어서다. 4K 콘텐츠를 8K TV에서 화질 저하 없이 볼 수 있는 업스케일링을 위한 기술과 부품이 8K TV에 들어 있다.
실제 8K TV는 8K 콘텐츠의 정보를 처리하고 4K 콘텐츠를 8K 콘텐츠처럼 속이는 업스케일링을 위한 전용 인공 지능 기반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이러한 AI 프로세서는 기계 학습을 통해 찾아낸 영상의 화질 개선 알고리즘을 담고 있다. 원본 영상의 화질에 있는 노이즈를 잡아내고 4K 콘텐츠의 업스케일링에서 부족한 정보를 채워 넣는 역할을 한다. LG 전자는 IFA 2019에 전시한 OLED TV에 개선된 2세대 알파 9 8K 프로세서를 넣었고, 삼성전자는 8K TV에 넣은 퀀텀 프로세서 8K의 실물을 전시장에 공개했다. 물론 인공 지능 기반 프로세서가 아닌 8K 처리를 위한 프로세서를 탑재한 8K TV도 많다.
샤프는 소비재용 8K TV의 단순 전시 대신 활용처에 필요한 솔루션을 공개했다.
IFA 2019에서 볼 수 있는 8K 관련 제품은 대부분 TV지만, 일부 8K 편집 환경과 5G를 활용한 솔루션을 공개한 곳도 있다. 일본 샤프는 고밀도 8K TV를 박물관이나 비디오 월로 활용하면서 5G를 결합해 섬세한 영상을 봐야 하는 원격 수술에 활용하는 샘플을 전시했다. 실제 8K 콘텐츠가 당장 없는 상황에서 기업 및 산업 현장에서 고밀도 화소를 가진 8K TV는 매우 유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 2. 모바일, 조금 다른 5G를 말하다
해마다 모바일 전략과 기술에 관한 가장 굵직한 소식이 쏟아지는 행사라면 1초의 고민도 없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라 말할 것이다. 그런데 IFA 2019에서 예상 밖 현상이 벌어졌다. 모바일 컴퓨팅의 핵심인 모바일 프로세서와 관련한 새 발표들이 IFA를 기점으로 잇달아 나온 것이다. 퀄컴을 비롯해 삼성과 화웨이 등 모바일 프로세서의 경쟁자들이 새로운 프로세서와 전략을 쏟아낸 것은 이전 IFA 전시회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 원인은 역시 ‘5G’다. IFA가 비록 가전 전시회이기는 해 도 유럽에서 열리는 소비자 전시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는 점을 볼 때, 5G 상용화를 준비하는 유럽 각 나라에 필요한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용 5G 장치를 위한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는 분위기는 갖추고 있다.
퀄컴과 화웨이, 삼성 등 5G 모바일 솔루션과 전략을 공개했다.
퀄컴은 차기 중급형 프로세서에 대한 전략, 화웨이는 고급형 5G 프로세서,
삼성은 중고급형 5G 통합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IFA 2019에서 5G 스마트폰이 아니라 5G 스마트폰용 모바일 프로세서의 작은 경쟁이 일어난 것은 2년 전부터 IFA 공식 키노트의 단골 연사가 된 화웨이가 새로운 모바일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소비자 제품의 기술 리더십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화웨이는 애플이나 퀄컴보다 앞서 IFA에서 신경망 코어를 내장한 플래그십 프로세서인 기린 970을 2017년에 발표해 놀라움을 안겼고 이듬해에도 경쟁사보다 먼저 IFA에서 기린 980을 발표했다. 모바일 프로세서에 따른 스마트폰의 기술 리더십에 대한 이미지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결국 삼성과 퀄컴도 IFA를 통해 새 5G 모바일 프로세서와 전략에 관한 메시지를 풀며 분위기를 내주지 않으려는 듯한 인상이다.
올해 IFA 2019의 5G 프로세서로 모바일 뉴스를 장식한 기업은 화웨이와 퀄컴, 그리고 삼성이다. 그런데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화웨이가 아니라 삼성이었다. IFA 개막 이틀 전인 9월 4일에 5G 모뎀을 처음 통합한 8나노 핀펫 공정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980을 공개하고 IFA 행사장인 시티큐브에서 실제 샘플을 공개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엑시노스 980은 5G 모뎀을 통합한 최초의 칩이긴 해도 아키텍처를 볼 때 플래그십이 아닌 플래그십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위한 용도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화웨이는 지난 해와 변함없이 플래그십용 프로세서를 들고 왔다. 9월 6일 오전 진행된 IFA 2019 공식 키노트에서 차기 모바일 프로세서인 기린 990 5G를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화웨이 소비자 제품 부문 CEO 리차드 유의 프레젠테이션은 매우 공격적이었다. 새로운 5G 모뎀 통합 7nm 공정의 기린 990의 특징을 소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앞서 출시된 퀄컴이나 애플, 삼성 등 경쟁 구도의 제품과 일일이 성능을 비교하며 상대적 우위를 강조했다.
IFA 2019에서 공개된 스마트폰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성 갤럭시 A90,
LG V50S(G8X) 씽큐, 소니 엑스페리아 5, TCL 플렉스, 모토롤라 줌, 화웨이 P30 프로.
퀄컴은 예상 밖의 전략을 공개했다. 플래그십용 제품인 스냅드래곤 8 시리즈뿐 아니라 준플래그십 및 중급형 제품에 탑재되는 스냅드래곤 7 시리즈 및 6 시리즈까지 모두 5G를 지원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중급형 제품에 5G를 위한 mmWave 및 6GHz 이하 주파수, TDD 및 FDD 모드를 포함한 모든 주요 지역 및 주파수 대역, 5G+LTE 다중 심을 지원하겠다는 발표로 올해 말부터 가격을 좀더 낮춘 5G 스마트폰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퀄컴은 글로벌 생태계의 역할론을 더욱 강조했다. 제조사와 유럽 이통사와 협력 관례를 통해 5G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 중이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기술 리더십을 앞세운 화웨이나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삼성과 다른 자세였다.
이러한 모바일 뉴스와 더불어 가격을 낮춘 고급형 5G 스마트폰과 새로운 LTE 스마트폰도 쏟아졌다. LG 전자가 5G 스마트폰인 V50과 거의 같은 제원에 카메라 사양과 가격을 낮춘 V50S 씽큐를 공개했고, 삼성은 플래그십 프로세서를 탑재한 갤럭시 A90을 깜짝 발표했다. 화웨이는 광학 5배, 디지털 포함 50배 줌이 되는 P30 프로를 공개했고, 소니도 엑스페리아 5라는 플래그십 라인을 확장했다. 레노버와 노키아, TCL이 중급형 시장을 위한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는 등, 역대 IFA 전시회 가운데 모바일 전략과 제품에 관한 뉴스가 많이 쏟아졌다.
키워드 3. 스마트 홈, 구글과 아마존이 유럽 가전을 삼키다
지난 몇 년 동안 CES에서 구글과 아마존의 존재감은 상당했지만, IFA의 주요 전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가전 업체들은 IT 공룡이 만든 플랫폼에 적극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유럽 가전 제조사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장치를 활용해 가전제품을 다루는 커넥티드 기능은 제공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인공 지능 음성 비서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의 구현과 적용 다소 늦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음성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유럽 가전 업체도 AI 기반 음성 제어를 놓고 고민했다. 2018년 기준으로 독일서 810만이 넘는 이용자가 인공 지능 음성 비서를 쓰고 있고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비트콤 및 딜로이트의 조사 결과는 모바일의 연결성에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갖춰야 할 당위성을 가전 업체에 상기시켰다. 그 때문에 유럽 가전 업체는 물론 유럽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한국과 중국의 가전 업체들은 다양한 인공 지능 음성 인식 기술을 더 한 제품을 선보여 왔다.
유럽 가전 업체는 물론 거의 모든 가전 업체가 구글 또는 아마존의 음성 비서 플랫폼과 호환되는 제품을 전시했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IFA에서 구글과 아마존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가전 업체가 상당히 늘어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일부의 저항이 남아 있기는 하나 구글과 아마존을 제외한 AI 플랫폼을 더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구글과 아마존이 유럽 가전의 AI 플랫폼으로 강세를 보였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IFA는 매우 큰 변화다. 2년 전만 해도 독일 가전 업체나 아시아 가전 제조사들이 독립적인 AI 플랫폼을 적용한 가전제품을 내놓거나 앞으로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발표를 빼놓지 않았다. 보쉬가 주방용 AI 어시스턴트인 마이키(Mykie)를 내놓으면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올해 보쉬나 지멘스 등 유럽 가전 업체들은 자체 플랫폼 대신 홈 커넥트에 기반을 둔 음성 인식 플랫폼을 연동하는 데 집중했다. 이전부터 유럽 가전제품들에 탑재되고 있는 커넥티드 플랫폼인 홈 커넥트가 구글과 아마존의 인공 지능 음성 비서와 연동되면서 이들의 가전제품도 자연스럽게 관련된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LG전자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강력하게 결합한 스마트홈을, 중국 하이얼은 같은 그룹으로 편입시킨 후버 및 캔디 등과 함께 아마존, 구글의 음성 비서는 물론 아마존 대시까지 지원하는 가전제품을 전시했다. 지난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 지능 음성 비서 기능인 빅스비를 강하게 추진했던 삼성은 이번 IFA에서 스마트씽스를 기반으로 하는 가전제품으로 스마트홈 시연장을 구성했지만, 그 어디에도 빅스비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세탁기 등 일부 장치에 아마존 대시를 넣는 등 지난 해와 확실히 다른 분위기로 스마트 홈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이처럼 구글과 아마존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것을 이번 IFA 2019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비록 개방성과 유연성을 앞세웠다고는 하나 이처 럼 빠르게 구글과 아마존의 플랫폼이 유럽 가전 시장에 침투하게 된 이유는 더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구글과 아마존의 침투가 단순히 가전 업체의 대응이 어려운 전통 가전제품만 목표로 삼은 게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방향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예년 보다 가짓 수가 늘어난 아마존 파이어 TV를 내장한 가전 업체의 TV들.
앱 기반 TV시청 환경의 변화로 인해 구글 안드로이드 TV를 내장한 TV와 함께
스마트 TV 시장에 도전 중이다.
무엇보다 IFA 2019에서 구글과 아마존은 거의 모든 사물 인터넷 제품군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동시에 기존 TV의 스마트 플랫폼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했다. 구글 안드로이드TV와 아마존 파이어TV를 스마트TV 플랫폼으로 채택한 TV도 적잖게 등장한 것이다. 이는 유럽의 TV 시청 방식이 종전 채널 중심에서 앱 기반 스트리밍으로 변하면서 이에 따른 변화로 예상되는데, 이처럼 이용자 경험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가전 업체에 이미 준비된 플랫폼을 가진 구글과 아마존에 대한 종속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 4. 스타트업, IFA 넥스트가 혁신의 허브로 자리 잡다
수십 년 동안 새로운 소비재 제품을 전시해 고객에게 홍보하고 새로운 구매자를 연결해 주던 대형 전시회의 기능성이 하락하면서 위기를 거론한 적이 있다. 새로운 기업은 거의 없고 늘 같은 공간에 같은 기업의 전형적인 소비재 제품 전시회의 틀을 유지하다 보니 IFA도 몇 년 전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점차 상황이 악화하는 위기를 맞이했다. 그런데 위기를 겪었던 대규모 전시회들이 다시 활력을 찾은 데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전시회의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움’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유치한 이후다.
IFA도 2년 전부터 IFA 넥스트라 불리는 스타트업 공간을 열었다. 주요 전시장과 거리가 먼 데다 키노트를 위한 씨어터를 제외하면 참관객이 거의 찾지 않던 26홀 전체를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개편한 것이다. 2년 전 첫 시작 때 이 공간은 IFA의 전시 성격과 다소 낯설었으나 지난해 다양한 스타트업 및 국가관이 자리를 펴면서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공간 특성상 매우 작은 부스를 배정받을 수밖에 없는 데도 아직 판매처나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열띤 홍보로 인해 기존 IFA 전시 공간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움을 선사했다.
현재 양산을 준비하고 있거나 곧 정식 판매를 앞둔 수많은 스타트업의 제품들이
IFA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올해도 IFA 넥스트는 독일은 물론 한국과 일본,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에서 엄선된 100개의 스타트업이 참여해 인공 지능과 디지털 헬스케어, 1인 이동 수단, 로봇, 푸드 테크와 관련된 흥미로운 제품들을 전시하고 세계 여러 나라의 언론을 대상으로 수많은 혁신을 홍보했다. 특히 이번 IFA 넥스트는 일본을 최초의 글로벌 혁신 파트너 국가로 채택했다. 특별히 장식한 일본 파빌리온에서 기계와 인간의 상호 작용 방식에 대한 최신 아이디어와 혁신이 담긴 제품과 서비스를 공개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국관 및 한국혁신센터 유럽(KIC Euroup)에서 스타트업 부스를 마련했는데, 인공 지능, 로보틱스, 드론, 건강 관리, 웨어러블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 상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세계 주요 국가의 스타트업 전시와 함께 스타트업을 위한 IFA 넥스트 이노베이션 엔진 프로그램을 새로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IFA의 트렌드를 업계 전문가들이 직접 설명하는 것으로 이노베이션 엔진 레드와 이노베이션 엔진 블루로 나누어 9월 6일, 8일, 10일에 진행됐다. 이노베이션 레드는 올해 8K TV와 관련 기술, 인공 지능, 5G에 대한 업계 전문가 토론과 강연이 이어졌고, 이노베이션 블루는 지속 가능하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미래 베를린 생활 프로젝 트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처럼 IFA 넥스트는 한 공간을 스타트업에게 내준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가장 혁신적인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멈춤 없이 진행함으로써 IFA에서 가장 활발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결국 IFA를 단순한 가전 전시회의 틀에 가둘 것이 아니라 유럽에 진출해야 할 스타트업이 활용할 좋은 기회로써 확장되는 또 다른 의미도 담고 있다. IFA 넥스트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운영된 IFA 2019로 인해 지루한 IFA에 대한 편견은 조금은 날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