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CES 2020 – 인공지능과 로봇의 만남: 더 많은 시간이 필요
CES 2020 – 인공지능과 로봇의 만남: 더 많은 시간이 필요
한상기 ([email protected])
테크프론티어 대표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공지능 기술과 로봇의 만남에는 아직 많은 간격이 있다. 두 가지 기술은 각각 지향하는 바가 있고 해결해야 하는 난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두 가지 기술을 통합한 제품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당연히 매우 뛰어난 지능을 가진 로봇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많은 SF 영화의 영향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두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서 융합 과제를 기획하는 일을 몇 년 동안 진행했지만 두 분야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이를 하나의 과제로 만들어 내는 일이 매우 힘들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런데도 이번 CES에서는 소비자를 위한 로봇 분야에서 일부 제한적이지만 발전된 인공지능 기술을 채택한 제품과 기술이 선보였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소비자 로봇 분야에서 지속될 것이다.
지난 1~2년 사이에 시장에서 관심을 받았던 대부분의 소셜 로봇 사업이 실패로 끝나며 (앙키, 지보, 큐리 등), 다음 세대의 소셜 로봇, 돌봄 로봇, 컴패니언 로봇들이 어떻게 새로 등장할 것인가는 개인으로도 관심을 두는 분야이다. 그러나 이번 CES에서도 약간의 진전은 있었으나, 좀 더 혁신적이거나 기술을 한 차원 끌어 올린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각 응용 영역이나 사용 목적에 따라 이번 CES에 등장한 제품 중 필자의 눈에 띈 소비자용 제품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애완동물 또는 동반자 역할을 하는 로봇
- 마스캣(Mars Cat)
중국 심천에 있는 엘리펀트 로보틱스가 공개한 마스캣(MarsCat)은 아이보가 강아지라면 우리는 고양이다 라는 기세로 내놓았다. 고양이의 행위를 흉내 내도록 디자인해서 자는 모습, 노는 모습, 스트레칭을 보인다. 말을 듣고, 보고, 감정 표현을 하고 (이건 과장이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도록 했다.
마스 캣 바이오닉 고양이
흥미로운 점은 기술을 오픈 소스화 했고 사용자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쿼드 코어 라즈베리 파이 보드를 사용하며, 배터리는 동작 유형에 따라 3~6시간 유지한다.
제품을 오프 소스화 해서 사용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한 마스 캣
[출처: 공식소개 유튜브 영상]
- 그루브(Groove) X의 러봇(Lovot)
일본의 그루브 X사가 개발한 러봇(love와 로봇의 합성어)은 위안의 수준과 사랑의 감정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되었다고 주장한다. 큰 눈, 버튼 방식의 코, 지느러미 같은 두 팔이 있고, 춤추고 싶거나 안아 달라고 움직인다. 바퀴가 달려서 이동할 수 있으며,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며 이동한다.
기술적으로는 10개 이상의 CPU 코어, 20 개 이상의 MCU, 50 가지 이상의 센서가 있으며, 뿔같이 생긴 안테나에 광도 센서, 360도 카메라, 마이크가 있어서 주변의 소리와 음성 방향을 찾고, 열상 카메라가 물체와 인간을 구분한다.
러봇은 사전 프로그램이 되어 있지 않으며 50개 이상의 센서와 딥러닝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자기 행동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루브 X 러봇
감정 로봇을 내세우는데, 눈을 통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미 여러 소셜 로봇에서 시도했던 방식이지만 이번에는 6계층의 빛과 눈꺼풀을 통해서 좀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감정적 표현을 한다. 사운드 효과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스타워즈 R2D2 같은) 한다. 여기에는 역시 일본 장난감과 만화적 감성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몸체도 센싱을 하도록 해서 간지럽히면 웃는 척한다.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형 스마트 토이 중에서는 가장 많은 기술을 담고, 디자인을 고민한 흔적이 있으며, 일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무게는 4.2 킬로그램이며, 가격은 본체 29만 9,800엔 (세금 별도)이고 월 사용료가 8,980엔이며 3년 계약에 월 21,630엔의 분할로도 구매할 수 있으며 2020년 3월 이후 가능하다.
- 유카이(Yukai) 엔지니어링의 쁘띠 쿠보 (Qoobo)
CES 전부터 이미 여러 매체에서 보도를 많이 한 머리가 없는 고양이 스타일의 로봇이다. 도쿄에 있는 이 스타트업은 이 제품은 치료나 긴장을 풀기에 좋은 베개의 개념이고 알러지 때문에 애완동물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했다고 한다. 쁘띠 쿠보는 쿠보 보다 작게 만든 제품이며, 쓰다듬거나 문지르면 꼬리를 흔들고 때로는 인사하듯이 움직인다. 그게 다다. 사람들이 이를 통해 부정적 감정이 줄어들고 더불어 위로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이 때, 꼬리의 역할은 긍정 반응을 이끌어 낸다고 한다.
쿠보와 쁘띠 쿠보
다양한 물건의 배달을 목적으로 하는 로봇들
배송 로봇, 전달 로봇은 이미 제한적으로 음식 배달, 호텔에서 룸서비스, 식당 내에서 음식 전달, 기업 내부에서 물건 전달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이번에도 몇 가지 제품이 나왔다.
- LG 클로이
LG는 클로이 로봇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새로운 용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클로이의 테이블이라는 개념으로 예약을 받고, 고객을 자리까지 안내하는 가이드봇, 주문을 받고, 요리를 하는 코봇(CoBot), 음식을 전달하는 서봇(ServeBot) 등 다양한 클로이 로봇 제품군을 선 보였다.
LG 클로이의 안내, 주문, 요리, 전달 로봇들
식당 내에서 음식을 전달하는 로봇으로는 중국 푸두테크 (PuduTech)의 벨라봇이 있다. 고양이 모양의 머리에 4개의 트레이로 10kg까지 손님의 음식을 나를 수 있다. 도착하면 야옹 소리를 내며, 화면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냥 재미일 뿐이다.
전달 로봇 중 제일 웃기는 제품 개념 중 하나는 P&G 차민에서 선보인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지면 스마트폰으로 불러서 화장지 가져오게 하는 롤봇이다. 그러나 그냥 실험으로 여겨질 뿐, 실제로 제품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 애질리티(Agility) 디짓(Digit)
배송 로봇 중에 이번 쇼에서 의미 있는 발표 중 하나는 자동차 회사 포드가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Digit)을 두 대 구매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두 발과 두 팔이 있는 이 로봇은 40파운드까지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 포드는 소위 라스트 50피트 문제라고 하는 자율 자동차 배송이 도착한 후 물건을 고객에서 전달하는 부분에서 이 로봇의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다른 영역으로는 창고에서 일하는 가능성도 살펴본다.
애질리티 로보스틱의 디짓
디짓은 이 회사가 2017년에 타조를 떠올리게 하는 캐시(Cassie) 로봇을 선 보인 이후 위에 몸통과 팔, 센서와 추가 컴퓨팅 파워를 더해서 만든 버전이다. 사실 이 로봇은 인공지능 로봇 관점보다는 기존 로봇의 진화로 봐야 한다. 물론 세부 소프트웨어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지만, 더욱 더 주안점은 움직임과 그립, 이동에 더 방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의 개인 비서 로봇
삼성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발리(Ballie)는 가정에서의 개인 비서라는 영역을 제시했으며, 라이프 동반자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공 모양이지만 내부 카메라와 마이크로 상황 인식을 하면서 마치 애완견처럼 돌아다니며, 기존 스마트 스피커 등에서 보여준 기상 콜, 다양한 스마트 기기 동작 등을 관리하도록 한다.
삼성전자 발리(Ballie)
물론 이 제품의 상용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사실 집안에서 굴러다니는 스마트 토이는 그동안 여러 번 선보였으나 대부분 시장에서 실패했다. 발리가 다른 점은 좀 더 발전된 반응, 스마트 기기 조정 등이나 이는 과거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상쇄하지 못한다. 스마트 기기 관리는 스마트 스피커가 다 할 수 있으며, 귀엽고 재미있는 것은 매일 하는 일이 아니다. 결국 기술 데모를 그치고 말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하면서
귀엽고, 감정을 나누고, 교육에 적용하고 하는 많은 로봇이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로봇에 지능을 조금 첨가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제품들도 큰 성공을 기대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본다. 기술적으로는 일본 그루브 X의 러봇이 지금까지 어떤 제품보다 더 많은 기능과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우리가 지보(JIBO)에 품었던 환상을 더 확대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LG 클로이 같은 소위 서비스 로봇 (Robot-at-your-service)는 여러 장소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때문에 마케팅 차원에서 채택이 이루어질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중국 기업과 일본에서도 이런 로봇들을 선보였지만, 클로이는 하나의 플랫폼을 여러 폼 팩터로 발전시키면서 패밀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주목하고 있다.
사르코스 로보틱스와 델타 항공의 외골격 로봇 수트
실제 상황에서는 사르코스(Sarcos) 로보틱스와 델타 에어라인이 선보인 외골격 로봇 수트가 여러 현장에서 더욱 필요성을 느낄 것이고 노령 인구에도 좀 더 가볍고 탈부착이 쉽다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최대 200 파운드까지 들어 올리게 만들어 주면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제조 공장, 건설 현장, 창고, 배송 등에서 매우 유용할 것이다. 물론 이 영역은 인공지능과의 결합 이슈가 아직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