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CES 2020 뷰티테크(Beauty Tech) 화두는 인공지능과 개인화

 In KISA Report

CES 2020 뷰티테크(Beauty Tech) 화두는 인공지능과 개인화

윤대균 ([email protected])

아주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2020년 CES에서 “인공지능”을 빼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할 정도로 인공지능이 CES 전체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인공지능은 단연 으뜸 화두였다. 필자가 이번에 살펴보는 뷰티케어(Beauty Care) 영역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CES 뷰티케어 분야에 대한 리뷰는 지난 2018년 CES에 이어 두 번째이다. 지난 2018년에는 가장 관심을 많이 끌었던 스마트 미러 제품과 함께 스킨케어, 수면보조, 그리고 LED제품들을 소개했었다.

알렉사가 장착된 스마트 미러는 메이크업을 도울 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 필요한 제품 구매까지 가능케 함으로써 그 활용성과 혁신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피부톤 및 성질을 측정하고 이에 맞는 화장품이나 피부관리 제품을 추천해 주는 기능성 기기도 주요 제품군으로 2018년 CES에서 관심을 끌었다.

뷰티케어 제품 관점에서 2020년 CES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이러한 혁신제품과 기술 대열에 소위 빅 브랜드 화장품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이 전에도 전통 화장품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기술에 바탕을 둔 실험적인 제품들이 빅 브랜드들에 소개되긴 했지만,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갖춘 제품은 주로 작은 테크기업들로부터 나왔던 것이 일반적이다. 빅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IT 기술과 결합한 뷰티케어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이젠 니치 마켓을 대상으로 한 뷰티케어 제품군에 대한 리뷰가 아닌 “뷰티테크” 관점에서의 시장에 대한 조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로레알의 페르소(Perso) – 인공지능 기반 개인화 스킨케어 시대를 열다

이번 CES 2020에서 뷰티테크를 대표하는 제품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단연 로레알사의 페르소이다. 페르소는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 제품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각 개개인의 피부상태, 날씨 및 환경에 맞추어 바를 수 있는 포뮬라(Formula)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는 제품이다. 높이 약 16.5센티미터, 무게 약 500그램짜리 장치로, 안에 들어 있는 카트리지로부터 내 피부에 필요한 성분의 모이스처라이저, 내가 원하는 그리고 내 피부에 맞는 파운데이션, 입술에 바를 수 있는 립스틱을 온-디멘드로 추출해 낼 수 있다.

페르소 3(립스틱, 파운데이션, 모이스쳐라이저)과 페르소앱 사용 [출처: 로레알]

실제 포뮬라가 이 장치로부터 생성되기까지는 네 단계를 거친다.

  • 피부 분석: 페르소 모바일 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얼굴의 깊은 주름, 잔주름, 다크스팟, 모공 등 피부 전반적인 상태를 분석한다.
  • 주변 환경 체크: 위치정보를 활용하여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날씨, 온도, 자외선 지수, 습도 등 현재 주변 환경을 조사한다.
  • 선택 입력: 사용자는 피부 분석 결과를 보고 좀 더 집중 케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이나 원하는 텍스쳐, 수분함량 수준 등 선택 조건을 페르소 앱을 통해 입력한다.
  • 커스텀 포뮬라 생성: 주어진 데이터에 기반 각각 다른 성분이 들어 있는 카트리지로부터 필요량만큼 추출하여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사용자에게 적합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로레알의 주장이다. 또한, 페르소 장치의 맨 윗부분은 별도로 분리하여 마치 컴팩트처럼 휴대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한 번에 추출되는 양은 일회용이므로, 만일 여러 차례 이동 중 사용하려 한다면 수차례 추출한 후 맨 윗부분만 뚜껑을 덮어 휴대함으로써 사용성을 극대화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밖에도 카트리지에 붙어 있는 NFC를 통해 리필 및 구매가 페르소앱을 통해 심리스(seamless)하게 이루진다는 측면에서 뷰티테크에 기반을 둔 새로운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로레알의 목표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페르소 기술은 로레알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가 성공적으로 런칭한 여러 제품을 기반으로 만들어 질 수 있었다는 점 또한 유심히 보아야 할 부분이다. 커스텀 스킨케어, 커스텀 파운데이션 플랫폼, 퍼스널 헤어컬러 시스템, 자외선 측정 패치 같은 제품들이 이미 2018년 CES에서 소개되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이런 기술들이 모아져 지금의 페르소 기술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페르소 제품이 시판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페르소 기술은 미래 뷰티테크의 지향점을 제시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프록터&갬블(P&G)의 옵테(Opte) 스킨케어 – 얼굴에 직접 “뽀샵”을 하다?

P&G에서 스타트업 인큐베이션을 담당하는 P&G 벤처가 이번 CES 2020에 옵테 프레시젼 스킨케어 시스템(Opte Precision Skincare System)의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았다. 옵테 스킨케어 시스템은 제품의 이름 뜻 그대로 피부톤에 맞게 아주 정밀하게 피부의 이상 부분을 케어해주는 기기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얼굴을 스캔하면서 색소침착이나, 부분 흠집 같은 것을 발견하면 바로 이 부분에만 정확하게 자연스러운 색으로 “칠”을 함으로써 얼굴 전반을 매끄럽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얼굴에다 인쇄하는 일종의 스마트한 잉크젯 프린터이다.

옵테 스킨케어. 우측은 BBC 기자가 실제 사용한 결과 [출처: P&G, BBC]

옵테 스킨케어 시스템은 사실상 휴대용 열착상(thermal) 잉크젯 프린터라고 볼 수 있다. 120개의 노즐에서 잉크가 분사되며, 노즐뿐만 아니라 고속 카메라도 헤드 부분에 함께 장착되어 있다. 카메라가 초당 200회 사진을 찍어 분석한 뒤 조치가 필요한 스팟을 발견할 때마다 10억 분의 1리터만큼 세럼 잉크가 덧칠해지는 방식으로 동작하게 된다. 결과는 마치 카메라의 뷰티 필터를 적용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실제 자신의 얼굴에 테스트해 본 사람들의 전언이다. BBC의 한 기자가 실제 자신의 얼굴에 적용한 결과를 보면 카메라 뷰티 필터를 적용한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가 간다. 얼굴에 직접 “뽀샵”을 하는 것 같다고 하는 이유이다.

청색 LED와 함께 사용되는 카메라는 사람 눈이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 최대 세배 많은 색소침착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초당 200회 촬영을 하고 보통 2분 정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2만4천 개의 영상을 매번 분석한다는 얘기다. 7만 줄의 코드로 구현된 알고리듬 실행을 통해 색상이 차이가 나거나 모양이 다른 부분들을 정확하게 찾아 주변 피부색과 맞춰준다고 한다. 세럼과 광물 안료, 그리고 안티에이징 등 피부 케어에 도움이 되는 재료들이 배합된 한 번에 약 1,000 피코리터의 잉크가 노즐로부터 발사되며, 주변부 색과 잘 조화가 될 때까지 계속 스캔과 “인쇄”가 반복된다. 일시적인 조치가 아닌 궁극적으로는 피부가 깨끗해지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CES 현장의 옵테 스킨케어 관계자의 주장이다.

프린터, 충전 크레이들, 잉크 카트리지 포함하여 $599에 판매되며 카트리지 리필은 $100인데 약 60번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얼핏 매우 비싼 시스템이란 생각이 들었으나, 화장품에 일가견이 있는 필자의 아내에게 해당 제품 시연 비디오를 보여주니, 만일 시연에서 되는 것처럼 효과만 있다면 가격도 일반 화장품 대비 전혀 비싸지 않다고 한다. 뷰티테크 기반 제품이 메인스트림으로 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드는 대목이다.

인공지능과 증강현실을 앞세운 뷰티테크, 개인 맞춤형이 궁극의 목표

스킨케어, 메이크업, 헤어케어가 주를 이루는 뷰티케어 산업에서의 “개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개인별 피부의 성질, 손상 정도, 색, 그리고 선호도에 따라 적용해야 하는 스킨케어 및 메이크업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조차도 늘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뷰티테크는 일반 사용자뿐만 아니라 뷰티케어를 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4명의 학생과 함께 한 메이크업 색상 연구소의 설명서 분석과정을 자동화하는 과제를 진행한 적이 있다. 기존에는 연구원이 일일이 얼굴색을 분석하고 고객의 선호도를 설문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고객에게 최적의 색조 화장을 비교/제안하는 방식이었다. 얼굴색 분석 및 설문 분석에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분석 방식을 적용하고, 전체 운영 자체를 웹 기반으로 규격화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프로젝트 완성 후 실제로 이 연구소에서 한 명의 고객에 대응하는 시간이 약 90분에서 20분으로 줄어 드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IT 기술에 기반을 둔 뷰티테크의 가능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2020 CES에서 소개된 대부분의 스킨케어 및 메이크업 솔루션들이 표방하는 비즈니스적 가치를 일반 소비자에게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B2B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기저에는 결국 “개인 맞춤형”이 기본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증강현실 메이크업 앱으로 알려진 유캠 메이크업(YouCam MakeUp)으로 혁신상을 받은 퍼펙트(Perfect)사는 “뷰티 인공지능 개인화 솔루션”을 공개했다. 화장품 업계의 주요 브랜드인 에스티로더와 뉴트로지나의 관계자도 퍼펙트사가 제공하는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기술을 자사의 제품에 융합함으로써 고객 맞춤형 제품을 미리 체험하고, 공유하며 결국 구매에 이르게 하는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뉴트로지나의 스킨360앱의 경우 2018년 CES에서는 SkinScanner라는 별도의 고휘도/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하여 피부 상태를 측정할 수 있었으나, 이번 CES 2020 버전에서는 별도의 디바이스 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만 가지고도 같은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퍼펙트사가 제공하는 유캠 기술이 적용된 결과이다.

2018년과 2019년 CES 뷰티케어 제품 분야에서 주 무대를 장식했던 스마트거울의 경우 2020년에는 로레알 페르소나 P&G 계열의 옵테 스킨케어 시스템보다 주목도에서는 다소 밀리긴 했으나 여전히 뷰티 케어 영역에서의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전 CES에서 이미 두 차례 혁신상을 받은 바가 있는 하이미러(HiMirro)의 경우 CES 2020에서는 슬라이딩 타입의 휴대가 가능한 스마트거울을 선뵀다. 이전 버전과 기능은 같으면서도 접었을 때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고해상도 카메라로 피부를 분석하고, 스킨케어 루틴을 추천하며, 피부 상태의 변화를 관찰하며 최적의 스킨케어 및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본연의 기능도 인공지능 및 증강현실 고도화를 통해 더욱 정교해 지고 사용자 경험도 향상되었다고 주장한다.

CES 2020에서 선보인 대표적인 스마트 거울

이번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은 ICON.AI의 스마트거울도 눈여겨 볼만하다. 인공지능과 증강현실을 활용하여 피부진단 및 메이크업을 지원하며, 또한 알렉사와 연동된 스마트 디스플레이 스피커, 그리고 무드램프 등 다양한 용도로의 활용성을 인정받아 혁신상을 받았다. 특히 ICON.AI는 한국에 기반을 둔 회사라 국내 언론도 많은 관심을 두고 소개하기도 했다. 마켓워치(MarketWatch)에 따르면 2026년 스마트 미러 시장이 19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한다.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모발케어도 매우 중요한 뷰티케어 영역으로 여러 회사가 제품을 소개했다. 샐리뷰티(Sally Beauty)는 자사의 모바일 앱으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하여 모발 타입을 알려준다. 이 앱도 앞서 소개한 퍼펙트사의 솔루션을 활용한 것으로 모발 타입을 분석한 후 사용자로부터 모발관리와 관련된 주요 고민,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어떤 모바일 관리 제품들이 필요한지 의견을 받아, 최종적으로는 자체 알고리듬을 통해 사용자에게 관리 방법과 자사의 모바일 관리 제품을 추천한다.

이제 인공지능은 언제 어디에서나 생활 속에 가까이 있다. 뷰티 산업이 IT 기술과 만남으로써 뷰티 테크는 이 안에서도 세분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 기반 뷰티테크를 선도하는 주요 기업인 퍼펙트사의 솔루션 군도 이를 시사한다. 이 회사는 AI 메이크업, AI 스킨케어, AI 헤어, AI 얼굴분석, 그리고 AI 뷰티 어드바이저, 이 5개 영역으로 자사 솔루션을 구분하고 있다. 인공지능 관점에서도 각기 다른 모델이 필요할 수도 있다. 뷰티테크도 이렇게 사용자의 관점에서 각각 특화된 기술로 발전해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별 피부/체형/모발 등 속성도 천차만별이고, 게다가 생활습관, 직업, 환경 등까지 고려해야 할 특성도 다양하다. 그만큼 “개인화”가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향후 시장에 나올 뷰티케어 제품의 성패는 더욱 편리하고 저렴한 “개인맞춤형” 해법을 어떻게 내놓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뷰티테크가 진화하는 방향도 이와 궤를 함께하게 될 것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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