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CES 2020에서 살펴보는 슬립테크 동향
CES 2020에서 살펴보는 슬립테크 동향
유성민([email protected])
IT 칼럼니스트
서강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대우교수
숙면이 필요한 현대인
수면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이다. 밥을 못 먹으면 배가 고프듯이, 잠을 못자면 졸리다. 그러므로 충분한 수면은 개인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충분한 수면은 바쁜 현대인에게 사치일 수 있다.
세계 시장 조사 기관 “입소스(Ipsos)”는 27개국의 2만767명 성인을 대상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지에 관해 조사를 진행했다.(1) 응답자의 46%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31%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약 6천 명 가량이 불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 이를 살펴보면, 인도(61%), 사우디아라비아(55%), 독일(54%), 중국(49%) 등 순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 일본(53%), 세르비아(51%), 헝가리(45%), 칠레(38%), 폴란드(38%) 등 순으로 불충한 수면의 응답 비중이 높았다. 한국의 경우,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은 24%로 두 번째로 가장 낮았다. 그리고 불충한 수면을 취한다고 응답한 사람 비중은 37%로 여섯 번째로 높았다.
이처럼 한국 또한 수면 부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면이 가장 부족한 국가라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하루 1,440분의 활용 시간을 33개국 국가별로 조사했다.(2) 수면 시간은 세계 평균으로 507분이다.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553분), 중국(542분), 에스토니아(530분) 등 순으로 수면에 할애하는 시간이 높았다. 한국은 일본(442분) 다음으로 수면에 할애하는 시간이 가장 짧았다. 한국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471분으로 세계 평균보다 36분 정도의 수면이 시간일 짧았다.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82분가량 수면 시간이 더 짧았다.
국가별 시간 활용 그래프(단위: 분)
[출처: OECD 데이터 근거로 재작성]
정리하면, 부족한 수면을 보충할 방법이 필요하다. 수면 시간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노릇이다. 부족한 시간도 문제이지만, 수면 시간을 무조건 늘리는 것만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건강 촉진 학회(American Journal of Health Promotion)에 실린 논문은 “10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근로자가 8시간 잠을 잔 근로자보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해, 전자의 근로자가 후자의 근로자보다 실수 발생률이 2.2배 더 높았다. (3)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숙면의 필요성과 슬립테크의 등장 배경
수면은 사람의 기본 욕구라고 했다. 그럼 이러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어떤 피해가 발생할까? 3가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업무 생산성 저하를 불러온다. ‘부족한 수면의 비용: 업무 생산성 감소로 인한 비용(The Cost of Poor Sleep: Workplace Productivity Loss and Associated Costs)’은 4,188명 미국인을 대상으로 수면으로 인한 업무 손실액을 조사했다. (4)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연간 1,967달러(약 200백만 원)의 손실액이 발생한다. 경기연구원도 국내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연구를 했다.(5) 경기연구원은 불충한 수면으로 발생하는 1인당 업무 생산성 손실이 774시간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연간 1인단 1,257만원의 경제 손실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 인재(人災)를 유발한다. 불충분한 수면이 사람의 실수 빈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체르노빌 사건이 있다. 참고로 체르노빌 사건은 방사능 누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재앙을 가져 온 인재이다. 담당자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실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연구 결과에서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재단(AFTS, AAA Foundation for Traffic Safety)은 부족한 수면이 교통사고 발생율 증가와 관련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6) 7시간 수면 운전자의 사고 발생율을 기준으로 놓고 보았을 때, 6시간 수면을 취한 운전자는 1.3배가량 더 높은 사고율을 보였다. 5시간가량 수면을 취한 운전자는 1.9배 더 높았다. 4시간은 4.3배 더 높았고, 그 이하는 11.5배 더 높은 사고율을 보였다.
셋째, 불충한 수면은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는 44만4306명 미국인을 대상으로 7시간 전후로 수면 부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7) 7시간 이하 수면을 취한 응답자는 정신 질환,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 질병 발생 확률이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응답자보다 더 높았다. 싱크 탱크 기관인 “랜드 코퍼레이션(RAND Corporation)”은 6시간 수면사람이 8시간 수면을 취한 사람보다 질병 발생률이 13% 더 높다고 밝혔다.(8)
결국은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 업무 생산성, 인재 예방, 건강 등 관점에서 봤을 때 말이다. 그런데 바쁜 현대인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슬립테크(Sleep Tech)”이다.
슬립테크는 “수면(Sleep”)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를 풀어 설명하면, 적은 시간의 수면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다. 한 마디로, 꿀잠을 유도하는 기술이다.
슬립테크 시장은 잠이 부족해지는 현대인이 많아짐에 따라 더욱더 커질 전망이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는 슬립테크 시장 규모를 전망했다.(9) 이러한 전망에 따르면, 2018년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95억 달러(약 1조 1,400억 원)이다. 이러한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6.2% 성장할 전망인데, 2025년 시장 규모가 271억 달러(약 32조 5,2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CES 2020에서 돋보인 슬립테크
앞서 살펴봤듯이, 슬립테크 시장은 신생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여 많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러한 점을 미국 국제전자박람회(CE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ES는 가장 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전시회로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전시 구역을 3곳으로 나누고 11개의 전시 센터에서 개최할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크다. 올해 열린 CES 2020에서는 4,400기업이 참가했고, 17만5천명이 방문했다.
CES 2020전시는 동쪽(Tech East)과 서쪽(Tech West)로 나눠서 주로 진행한다. 동쪽은 자율주행차, 인공지닝&로보틱스, 가전기기 등이 전시되는데, 대기업 위주의 전시가 많다. 반면 서쪽은 유레카관이라는 전시 공간을 따로 둬 신생 시장 혹은 스타트업 위주로 전시한다.
슬립테크는 유레카관의 여러 전시관 중 일부를 차지해 선보여졌는데, 수 십여 개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몇 곳을 살펴보자.
텐마인즈(10Minds)는 코골이 방지용 베개인 “모션 필로우(Motion Pillow)”를 선보여 CES로부터 혁신상을 받았다. 모션 필로우는 사용자의 코골이를 인식해 얼굴 위치를 바꿔준다. 원리는 베개 안에 공기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공기량을 조정해 사용자가 얼굴을 좌우로 돌릴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핵심은 사용자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천천히 공기량을 빼거나 주입해 얼굴 위치를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기량을 주입하는 기기가 베개 내부가 아닌 밖에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전자파를 우려하는 사용자 때문이다. 공기 주입 기기에는 전자파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외부로 빼두고 베개에는 공기만 흘러가게 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해결했다. 또한, 모션 필로우는 코골이 시간과 소리를 녹음해두는데, 사용자는 앱으로 연동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혁신상을 수상한 모션 필로우
매텔(Maetel)은 모션 필로우와 유사한 베개형 슬립테크 “제르마(Zerma)”를 선보였다. 다른 점은 베개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제르마는 높낮이를 통해 사용자의 코골이 방지뿐만 아니라 숙면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숙면 정도를 측정하고 앱을 통해 이러한 데이터를 보여준다. 아울러, 숙면 정도를 개선할 수 있는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슬립넘버(Sleep Number)는 CES에서 주목받는 슬립테크 중 하나이다. 2017년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슬립넘버는 침대형 슬립테크를 선보였는데, 숙면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침대의 높이, 매트리스 쿠션감 등을 조정할 수 있다. 특히 슬립넘버는 사용자의 생체 정보를 분석해 숙면 정도를 파악하는데, 사용자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자세를 자동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CES 2020에서는 침대 온도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숙면에 적합한 침대 온도를 제공한다.
아우디는 자율주행 기술, 인포테인먼트 등 여러 기술을 선보였는데, 그중 눈에 띄는 기술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자동차 내부의 조명을 조정하는 기술이다. 아우디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운전자의 쾌적한 환경 제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조명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러한 조명 조정은 숙면 유도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깨어날 수 있게 한다. 참고로 알람으로 인해 깨어나는 것은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수면을 통한 휴식 효과를 방해한다.
아우디에서 선보인 자동차 내부 조명 조절 기술
아기를 위한 슬립테크도 눈에 띄었다. 유맘스(uMoms)는 아기 재우기용 침대를 선보인 것이다. 참고로 이번 CES 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유맘스(umoms)는 침대를 자동으로 흔드는 기술을 선보였는데, 이는 아기를 재우도록 유도한다. 해당 기술은 아기 수면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부모가 아기를 재우는 데에 드는 수고를 덜 수 있게 한다.
그 외에도 많은 기업이 슬립테크를 주제로 기술을 선보였고 시선을 끌었다. 슬레웰테크(Slewell Tech)는 대만 스타트업으로 스펙트로그램을 이용해 사용자의 호흡을 분석하여 숙면정도를 분석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사용자는 숙면 정도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운드 오아시스(Sound Oasis)는 숙면에 도움을 주는 음향 기술을 선보였다. 크리요(Kryo)는 침대의 물의 온도를 조정해 사용자에게 적합한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매트리스를 선보였다. 슬립페이스 또한 온도를 조정해 수면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주변 공기의 온도를 조정해 사용자의 숙면을 돕도록 했다.
유맘스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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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 Ipsos(2018), “Global Views on Healthcare”, https://www.ipsos.com/sites/default/files/ct/news/documents/2018-07/global_views_on_healthcare_2018_-_graphic_report_0.pdf. |
2. | ⇡ | OECD, “OECD Data on time use”, https://www.oecd.org/gender/data/OECD_1564_TUSupdatePortal.xlsx. |
3. | ⇡ | Entrepreneur(August 2018), “Sleeping Too Much or Too Less Can Hamper Productivity”, https://www.entrepreneur.com/article/318431. |
4. | ⇡ | Rosekind MR and etc(January 2010)., “The cost of poor sleep: workplace productivity loss and associated costs”, 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 American College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52(1). |
5. | ⇡ | 이은환,이상훈,임영현(2018.06), “경기도 수면산업(Sleep Industry)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정책연구과제, 2018-18. |
6. | ⇡ | Brian Tefft(December 2016), “Acute Sleep Deprivation and Risk of Motor Vehicle Crash Involvement”, AAA Foundation for Traffic Safety, https://aaafoundation.org/acute-sleep-deprivation-risk-motor-vehicle-crash-involvement/ |
7. | ⇡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Feburary 2016), “Prevalence of healthy sleep duration among adults”, 65(6), pp. 137-141. |
8. | ⇡ | Marco Hafner and etc.(November 2016),, “Why sleep matters—the economic costs of insufficient sleep: A cross-country comparative analysis”, RAND Corporation. |
9. | ⇡ | Global Market Insight(2018), “Sleep Tech Devices Market”, https://www.gminsights.com/industry-analysis/sleep-tech-devices-mark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