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적 유행을 가져온 현재 전 세계의 테크 기업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중에는 매출과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많은 직원을 줄여야 하는 기업도 있으며, 새로운 수요에 크게 성장하는 기업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큰 기업은 자사 서비스를 이에 대응하도록 조처하고 있으며,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에 몰리는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AI나 데이터 분석 기능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자원을 지원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늘어나는 재택근무나 원격 교육, 집에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증가는 줌이나 구글 미트,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같은 비디오 기반 협업 시스템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게임 회사 역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역시 사람들이 즐겨 찾으면서 오히려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유럽 같은 지역에서는 화질을 낮춰 많은 사람이 지속해서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기존의 성장 기업이나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이 상황이 어떤 영향을 주는가, 특히 새로운 성장 기회나 사업 확장의 가능성을 주는 일도 발생하고 있으므로 어떤 기업이 지금을 기회로 삼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벌어진 일 중 하나가, 시민들이 불안감에 물건 사재기를 한 것이다. 특히 화장지 품귀 사태를 겪었던 미국에서는 그동안 지금까지 아직 문화적으로 크게 확산되지 않은 비데 사용에 관한 관심이 올라갔다. 그런 상황에서 2015년에 설립된 비데 전문 스타트업 투쉬(Tushy)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29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지난 2년 동안 흑자를 냈다고 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널리 사용되는 비데 문화가 아직 부족한 미국에서 이번 판데믹을 겪으면서 새로운 화장실 문화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게 되었기 때문이다.⁽¹⁾

줌이 크게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 프라이버시와 보안 이슈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비디오 컨퍼런싱 도구 분야에 보안을 강화하고 데이터 보호를 기본으로 하는 프로젝트가 무료의 오픈 소스 비디오 챗 도구인 지치 미트 (Jitsi Meet)이다.⁽²⁾

지치 미트(Jitsi Meet) 화면

깃허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서비스의 개발은 끝에서 끝까지 암호화 기능을 제공하며, 배경을 흐리게 만들 수 있고, 화면 녹화와 유튜브 비디오를 공유할 수 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얘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을 드는 기능도 재미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누군가 중요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게 한다.

비대면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 때문에 기존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면서 접근하는 기업도 있다. ‘마이 메뉴’는 디지털 태블릿 기반의 메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용자들이 태블릿 대신 자신의 폰에서 직접 주문할 수 있도록 레스토랑에 QR 코드를 생성해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기능을 무료로 배포했다.

QR 코드로 메뉴를 제공하는 마이 메뉴

재택근무는 그동안 원격 팀을 위한 소프트웨어 회사에도 큰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웹 기반의 비주얼 디자인 플랫폼 제공 회사인 루시드 소프트웨어는 3월 한 달 동안 1백만 명 이상의 새로운 고객을 유치했는데, 이미 180국에서 2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이지만, 이 상황이 회사에는 또 다른 기회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이 회사는 아이코닉 캐피탈 등에서 5,200만 달러 투자를 받았는데, 이미 1억 1,1400만 달러를 기존에 투자받았지만, 이를 통해 좀 더 공격적인 확장을 할 계획이다.⁽³⁾

사회적 거리두기는 또 다른 영역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대마 관련 사업, 알코올음료, 그리고 전자 담배 영역이다. 뉴욕의 드리즐리(Drizly) 같은 술 배송 서비스, 오클랜드의 칸(Cann) 같은 낮은 함량의 대마 음료, 샌프란시스코의 키바 컨펙션 (Kiva Confections) 같은 먹을 수 있는 대마 관련 제품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이 영역에서 전문 투자를 하는 바이스 벤처스도 있다.⁽⁴⁾

벤처 투자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2019년 12월에 비해 벤처 투자 사례는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⁵⁾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새로운 혁신 기업이 등장할 기회로 볼 수 있어서 벤처 캐피털은 지금 상황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터스크 벤처스의 경우는 이런 크게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좀 더 규제와 관련된 분야에 관심을 둔다. 예를 들어, 에듀테크, 원격의료, 카나비스(대마초), 모바일 선거, 바이오테크 등의 분야이다.⁽⁶⁾

플러그앤플레이에서는 아예 ‘코로나바이러스 테크’라고 하는 분류를 만들어서 주요 기업을 제시하고 있다.⁽⁷⁾

코로나바이러스 테크 기업 분류 마켓 맵

여기에 속하는 기업은 크게 보면 원격 환자 모니터링, 공기 중 병원체 진단, 분자 진단, 돌봄 포인트 진단, 백신, 호흡기 보호 장비, 빅데이터 분석, 증상 체커, 3D 프린팅, 지능형 가상 비서, 인공호흡기 등의 분야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창조적 혁신 랩(CDL)은 유명한 과학과 기술 스타트업 액설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CDL도 지금 상황에서 공중 보건과 경제에 영향을 주는 코로나19 판데믹에 특화된 제품이나 기술에 초점을 맞춘 ‘CDL Recovery’라는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로 했다. ⁽⁸⁾특히 치료와 의료 장비 중 대학에서 시작한 연구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에는 공공 보건 분야에서 진단 검사, 백신 개발, 원격 돌봄과 원격의료가, 경제 회복 영역에서 가상 업무, 재능 재교육, 원격 기기 작동, 자동화, 식량 생산과 공급 등에서 혁신을 제품화하는 과정을 돕기로 했다. 특히 프로그램은 기존 방식을 유지하지만, 속도를 두 배 빠르게 하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CDL 리커버리 프로그램 응모 화면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 예측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제 우리의 업무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정부 통제에 의한 공공의 안전과 시민의 보호는 프라이버시 개념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은 새로운 치료나 질병 분석에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 연구가 시장에 제품으로 등장하는데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런 세상은 투자자들이나 사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존 사업에서의 피봇이나 새로운 서비스 전략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위기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삼는 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스타트업에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