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을 위한 개인정보 제도 개선의 검토

 In KISA Report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을 위한 개인정보 제도 개선의 검토

이진규 ([email protected])

네이버주식회사 이사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이란 학습자 개개인의 능력이나 스타일에 맞게 학습 정보와 학습량, 학습 방법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학습법을 의미하는데, 주로 이러닝(e-Learning)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용어이다. 적응형 학습이나 ‘지능형 개인교습(intelligent tutoring)’은 인공지능 탐구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실제 1970년대부터 해당 개념들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 ‘온라인 학습 기업’들을 필두로 하여 다양한 학습 방식이 제공되었으나, 이는 충분히 개인화되어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적응형(adaptive)’이라는 단어의 정의와는 거리가 매우 멀었다. 온라인 학습의 결과물을 통해 학생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정도에 이르렀으나, 이를 분석하여 학생에게 적합한 실시간 피드백 제공 및 단점을 보강할 수 있는 학습 과제를 제시하지는 못한 것이다.(1)

1970년대에는 컴퓨터의 가격이나 크기 등이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여 적응형 학습 시스템을 대중에 확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시기에 적응형 학습 시스템이 현실에서 최초로 적용된 것은 스칼라 시스템(SCHOLAR system)이었는데, 이는 남아메리카의 지리를 주제로 한 적응형 학습을 제공하는 시스템이었다. 초기 적응형 시스템 확산 운동은 지능형 교습 시스템(ITS, Intelligent System)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사람이 수행하는 교습 방식을 모방하는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방식이었다. ITS는 일부 성공적 측면도 있었으나, 여러 도메인의 구조화된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못했으며, 무엇보다 학습 환경에 적용하기에는 지나치게 고비용을 야기했다.(2)

최초의 적응형 학습 시스템(Adaptive Learning System or Environments)이 등장한 이래로 반세기가 지난 최근에서야 본격적인 적응형 학습 시스템의 적용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갖추어졌다. 기술 발전,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ABC 기반(Artificial Intelligence + Big Data + Cloud)’이 현실적 적용의 벽을 낮추었고, 확대되는 규모에 적용 가능한 실체를 보여준 것 (소위 ‘scalability’)이다. 이 글은 적응형 학습 시스템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한 개인정보 제도 개선 지점을 간략히 살펴본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주한 비대면 교육상황

코로나19 상황을 갑작스레 마주하게 된 교육 당국은 국내의 가용한 민관시스템을 거의 총동원하다시피 하여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체계를 전 세계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최단기간에 만들어내었다. 지난 4월 초,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는데, 이는 민간기업의 클라우드 인프라(MS Azure, NBP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등)를 활용한 EBS ‘온라인 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와 같은 원격교육 플랫폼의 안정적 운용으로 인해 가능했다.(3)

그런데 이와 같은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문제점들은 초기부터 지적됐다. 일부 학생들이 원격 수업에 참여하는데 필수적인 기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나 시스템 불안정에 따른 일정 연기 및 온라인 과제로의 대체,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공 지연이나 부재, 출석 수업 재개와 관련한 정부의 혼란스러운 입장 표명 등의 문제점이 온라인 학습이 덜컹거리며 시작하게 된 다양한 계기 가운데 일부 사항으로 지적된 것이다.(4)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교육 전문가 및 전문기관이 기존의 학습 방식을 탈피하여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면, ST&GPS가 지난 5월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교육방향”이라며 5가지 대안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5)

<코로나19 이후 한국 교육방향 제시>

온라인 교육 인프라는 성공적 대응, 그러나 미래 교육을 위한 획기적인 투자 확대 필요

– EBS와 e-학습터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교육개발원 등이 보유하고 있던 교육용 콘텐츠를 제공하여 온라인 개학 시행

– 컴퓨터 등의 기기 부족, 서버 용량의 부족, 낮은 인터넷 접근성 등 해소 필요

– 교사,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적합한 디지털 언어 구사(초상권과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비롯한 교사,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필요

빅데이터 기반의 학습 콘텐츠 개발, 개별 교육이 가능하고 취약 계층을 고려한 플랫폼 강화

– 학습분석을 기반으로 개별화 교육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과 일방향적인 정보 제공을 넘어서 모든 교육 이해관계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

– 온라인 환경에서 필요한 정보과 콘텐츠를 찾고, 새로이 개발 공유하는 것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확보 (교원과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

– 특수교육대상자와 같은 취약 계층을 위한 플랫폼과 교육용 콘텐츠를 독립적으로 기획, 구축, 확산할 필요

원활한 온라인 교육을 위한 교사 외의 촉진자(facilitator) 필요

– 전통적 교수-학습 방법에 익숙한 교사 지원 필요

–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지원과 사회성 고취를 가능케 할 촉진자 필요

코로나19로 인해 학습 방식은 기존의 대면 학습 방식에서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겪었다. 특히, 학습에 필요한 도구와 콘텐츠에서의 변화는 매우 두드러진다.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발표 이후 SNS 기반 공개 교사 커뮤니티에 게시된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 관련 게시물(426건)과 댓글(2,420건)을 대상으로 한 의미연결망 분석 결과와 원격교육 현장 지원 교사로 구성된 1만 커뮤니티 소속 교사 4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업도구 활용 실태”를 수업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의 결과를 확인할 수가 있다.(6)

[쌍방향 수업 도구] 쌍방향 수업 도구로 Zoom, Google Hangout, YouTube Live, WebEx Meeting, Kakaotalk Live, LINE Works 등 매우 다양한 도구들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 사업자가 제공하는 쌍방향 수업 도구의 점유율은 총 10% 미만이다.

[주로 활용하는 콘텐츠] 자체제작 콘텐츠를 가장 많은 비율로 활용하며, 다른 교습자가 개발한 공유 콘텐츠의 활용 비율은 비교적 저조(17.2%)한 편이다. 민간개발 콘텐츠의 활용 또한 그 비율이 낮다(13.6%).

[과제제시와 피드백 도구] e학습터 및 EBS온라인 클래스 등이 비교적 높은 비율로 사용되고 있으나, 클래스팅, 카카오톡, 네이버밴드, 구글 클래스룸 등 민간에서 제공하는 도구가 각 10% 이상을 점유하여 매우 다양한 도구가 산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

이를 핵심적으로 요약하면, “원격 비대면 학습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의 출처가 파편화 되어 있어 적응형 학습을 위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적응형 학습으로 나아가기 위한 법제도 개선

소위 ‘개망신법’으로 불려 왔던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이로 인해 가명 정보를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통계작성과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서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은 애초 수집한 목적과 추가로 이용, 제공하려는 목적 사이에 ‘양립 가능성(compatibility)’이 확인되는 경우,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이용 및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요건이 최근 공개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재입법예고에서 기존보다 현실화되기도 하였다.(7)

이와 같은 개인정보 일반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현장에서 적응형 학습 체계의 구축을 위한 법제는 아직 개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교육현장의 법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6 제1항은 ‘학교의 장은 제25조에 따른 학교생활기록과 「학교보건법」 제7조의3에 따른 건강검사기록을 해당 학생(학생이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학생과 학생의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미성년자인 학생의 경우 부모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만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처리에 한정하여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등의 규정보다 엄격하다.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6 1항이 제시하는 동의 예외 사유>

1. 학교에 대한 감독ㆍ감사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 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2. 제25조에 따른 학교생활기록을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이용하기 위하여 제공하는 경우

3.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한 것으로서 자료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

4.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

5.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6. 그 밖에 관계 법률에 따라 제공하는 경우

비록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6 제1항은 제1호 또는 제6호에서 다음과 같은 동의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데이터3법과 초·중등교육법 간의 충돌 소지가 있어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는데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8)

이에, 다음과 같은 법제의 개선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단기)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6을 개정하여 학교생활기록 등의 정보가 적응형 학습 시스템의 운영을 위한 학습 데이터로 사용이 필요한 경우, 학생 본인이나 학생의 법정대리인이 동의를 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하거나, 전체 교육 생태계의 발전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개별 정보주체의 권익보다 큰 경우라면 학교장(또는 학생의 교과를 직접 책임지는 교습자)의 검토 및 승인 하에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중기)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이용) 제5호를 “개인정보의 처리가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 또는 교육적 이익을 위하여 개인정보보호원회의 검토를 거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같은 형태로 개정하여, 정보주체의 교육적 이익을 이해 필요한 경우로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검토 결과에 따라 개인에게 예상되는 개인정보 권익 침해보다, 교육적 이익이 큰 경우 별도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및 이용하도록 한다. 이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셋째, (장기) 에듀테크 생태계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기관)를 설립하고, 해당 기관의 관리·감독 하에 에듀테크 생태계에 참여하는 민간과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통합관리 및 활용할 수 있는 법체계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i) 에듀테크 생태계의 참가자를 정의하고, ii) 생태계 참가자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며, iii) 적응형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활용에 대한 폭넓은 재량을 허용하며, iv) 에듀테크 생태계 컨트롤 타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긴장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v) 적응형 학습의 중장기적 영향과 효과를 분석하여, 이를 관련 시스템 및 법제의 개선에 지속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며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및 보편화에 따라 적응형 학습을 위한 기술적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이와 같은 환경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의사결정이다. 다양한 학습 시스템에서 쌓이고 있는 데이터는 ‘기존의 학습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교육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과거의 관성으로 인해 교육 자료(educational material)를 수요자에게 ‘전달하는 방법’만 변했을 뿐, 교육의 효과성을 근본적으로 제고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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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1. Seong Hwang, Adaptive Learning, Oct. 26, 2015, URL: https://medium.com/blended-learnings/adaptive-learning-e52d53413b3b
2. W3C, Adaptive technologies for learning, Last modified on June 30, 2014, URL: https://www.w3.org/WAI/GL/task-forces/coga/wiki/Adaptive_technologies_for_learning
3. 백지영, 지금까지의 학교는 잊어라! ‘원격 수업’의 시작, 2020. 4. 29, URL: https://blog.lgcns.com/2244
4. Tae-jun Kang, South Korea’s Coronavirus-Era Online Learning Hits Snag, April 15, 2020, URL: https://thediplomat.com/2020/04/south-koreas-coronavirus-era-online-learning-hits-snag/
5. S&T GPS는 ‘SCIENCE & TECHNOLOGY GLOBAL POLICY SERVICE’의 약자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함께 운영하는 지식정보제공 플랫폼이다. 한국육개발원, [이슈분석 139호]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주요국 교육정책과 시사점, 2020. 5. 11., URL:https://now.k2base.re.kr/portal/issue/ovseaIssued/view.do?poliIsueId=ISUE_000000000000937&menuNo=200046&pageIndex=1
6. 계보영, 언택트 시대, 그리고 우리 교육의 균형점, 2020. 7. 1, URL:
https://happyedu.moe.go.kr/happy/bbs/selectHappyArticleImg.do?bbsId=BBSMSTR_000000000191&nttId=9953
7. 국민참여 입법센터,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재입법예고, 2020. 7. 14., URL:
https://opinion.lawmaking.go.kr/gcom/ogLmPp/59773opYn=Y&isOgYn=Y&edYdFmt=2020.+7.+15.&btnType=1
8.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박혜자 원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KERIS의 가장 큰 경쟁력은 나이스를 운영하며 20년 가까이 축적한 교육정보인데 이 데이터를 갖고만 있지 정작 사용할 수는 없다”며 “법을 개정해야 나이스 데이터를 맞춤형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규제로 나이스(NEIS)의 268가지 세부정보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참조. 서울경제, “20년치 교육데이터 방치···맞춤형 학습 위해 규제 풀어야”, 2020. 6. 22., URL: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1&aid=0003756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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