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 코로나19가 낳은 비대면 스포츠 경기 모습과 그 가능성

 In KISA Report

코로나19가 낳은 비대면 스포츠 경기 모습과 그 가능성

최홍규 ([email protected])

EBS 연구위원

코로나19는 참 많은 삶의 단면들을 바꾸어 놓았다. 스포츠야말로 현장에서 관람하며 느끼는 쾌감이 중요한 선호 요소인데 이제는 무관중 경기가 보편화되어 버렸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가 무관중이라고 해서 그 매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인지. 이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사들을 비롯한 많은 스포츠 관련 기업들이 코로나19 관련하여 다양한 전략들을 마련하고 있고 이를 통해 비대면으로 스포츠를 관람하는 관람이나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이번 원고에서는 코로나19가 낳은 비대면 스포츠 경기의 형태들을 살펴보고 향후 비대면 스포츠의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요즘 “코로나19로 스포츠가 TV로 복귀했다”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가 복귀한 TV라는 매체는 전통적인 미디어인 ‘텔레비전’ TV가 아니다. 이미 인터넷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는 TV이고 증강/가상현실 등 영상 기술의 구현이 가능한 TV이며 게임이나 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해줄 수 있는 TV다. 그러니 “코로나19로 스포츠가 TV로 복귀했다”는 말은, “코로나19 때문에 스포츠 관람의 도구로써 TV가 가장 적합하다는 점이 판명되었다”라는 말과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닥다리 텔레비전에 모여 앉아 스포츠 중계를 보는 이용 행태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시작되자, 많은 미디어 그래픽 업계에서는 다양한 화면 볼거리를 제공하여 스포츠 경기의 현장감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팬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스포츠 방송 그래픽 솔루션을 제공하는 더블유티비전(Wtvision)의 스포츠 솔루션 브로셔(아래 그림)에는 코로나19 상황의 무관중 경기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솔루션이 소개되어 있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거나, 경기 관련 리포트 그래픽, 다양한 카메라 앵글, 증강현실 등 의 기술들을 실제 경기 영상과 접목하여 다채로운 화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중계 영상에 그래픽적인 요소들을 가미하는 방식은 코로나19의 상황 이전부터 스포츠팬들에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비대면의 스포츠 관람 상황에서는 이러한 정보성의 그래픽적 요소들이 더 중요해졌다.

아무래도 TV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스포츠 경기는 현실적인 영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많이 느끼지 못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흥미로운 그래픽을 통해 주변 정보를 습득하고 현장감을 살릴 만한 장치를 영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현실감이나 현장감은 관람객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중요하다. 프로 스포츠 경기를 나서는 선수들의 기량이나 승부를 결정짓는 부분에서 팬들의 응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선수들이 듣는 환호 소리, 열광적인 분위기, 응원가 등이 선수들에게는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거나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제가 된다. 스페인 프로축구리그인 라리가(La Liga)나 미국 프로농구 리그인 엔비에이(NBA)에서 스포츠 관람객들의 영상을 경기장에 배치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즉 코로나19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 서비스는 현실감이나 현장감 모두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관람객이나 선수에게 모두 이러한 현실감과 현장감이 제공되어야 더 재미있는 스포츠 경기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팬과 선수들에게 선사하는 새로운 경험

국제자동차연맹 FIA(Fé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가 개최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 원(Fomula One)”은 2017년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통해 비디오 게임 챔피언십을 운영 중이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들을 기반으로 포뮬러 원은 이번 코로나19 시기 동안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바로 가상의 그랑프리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대회 참가자는 전문 선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명인사, 다른 영역의 스포츠 스타, e스포츠 게이머까지 다양한 선수가 참가했다. 유럽 전역에 흩어져있는 참가자들은 12개 이상의 시뮬레이션 장비를 전달받았고 이를 통해 실제 포뮬러 원 경기에 참가하는 것처럼 가상의 운전대에 올랐다.

가상의 운전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컨트롤러와 패달을 이용해 운전한다. 현란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속도, 운전 코스, 앞서거나 뒤에 있는 운전자 등과 같은 정보를 얻는다. 참가자들은 실제 경기와 같은 게임에 점점 몰입하게 되고 시청자들은 인지도 있는 유명인들이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즐긴다. 자동차 경주 게임과는 다르게 실제 그랑프리 대회로 치러지는 경기였기 때문에 긴장감도 남다르고, 실제 운전감을 느낄 수 있는 콘솔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자동차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경기 참가자나 시청자들에게 그야말로 실제와 가상의 경험을 두루 섞어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 이벤트였다.

이 대회의 운영사인 e스포츠 회사 지피니티(Gfinity)는 대회를 치르면서 실제 포뮬러 원 선수들을 설득하고 장비를 영국에서 유럽 전역으로 옮겨 참가자들에게 사용법을 익히도록 하는 과정을 거치며 e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사업 경험을 얻게 되었다. 대개의 스포츠 경기는 실제 스포츠 선수와 e스포츠 선수를 구분하여 대회가 치러지는데, 가상의 포뮬러 원 경기를 통해 온/오프라인 선수들이 한데 모이는 장을 마련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 다음번에는 더욱 더 실제와 같은, 더욱더 흥미로운 선수들이 등장하는 대회가 개최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감을 높일 수 있는 장비의 기술 개발과 그 장비들이 더욱 경량화 되고 안정된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더 수준 높은 영상들이 트래픽에 구애받지 않고 전송될 수 있다면 말이다.

지피니티와 포뮬러 원의 시도는 가상의 스포츠 공간이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한다. 포뮬러 원이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스포츠 경기여서 실제 경기에서는 다년간 훈련된 선수 이외에는 참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이벤트는 포뮬러 원 선수가 아닌 참가자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겠지만, 인지도 있는 유명인들이 참가하는 모습을 지켜본 시청자들에게도 대리만족감을 주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가상의 스포츠 공간이 기존 스포츠 경기의 불가능을 가능함으로 구현하는 장이 될 수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비대면 스포츠 경기 참여자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몰입감은 높여야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급하게 치러진 비대면의 스포츠 경기는 선수와 관람객을 만족하게 하는 차원에서는 여러모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일단 직접 경기장에 가야만 스포츠 경기를 관람했다고 느끼는 관객들에게는 현재 수준의 영상기술이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 뻔하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관람하는 영상 자체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것도 스포츠 관람객의 불만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의 스포츠 중계나 관람이 일종의 게임과 같은 비현실적인 오락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스포츠 경기 중계나 관람의 방식에 새로운 옵션이 등장한 것만은 사실이다. 스포츠 관람객은 경기장을 직접 찾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기분, 선수로서는 스포츠 관람객과 소통하지 않고도 확보해야 하는 경기력.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실험이 나온 셈이고 실제로 지속 가능한 옵션들도 발견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대면 상황이 지속하며 스포츠 참여자인 선수나 관람객들의 피로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냐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 영상은 수많은 영상 콘텐츠들과 함께 “원오브뎀”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물론 스포츠는 허구의 묘사가 아닌 사실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콘텐츠가 차별화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 영상도 코로나19로 피로한 일상 중에 접하게 되는 콘텐츠 중 하나로 여겨지지 말란 법은 없다.

따라서 타 영상 콘텐츠들과 달리 어떠한 방식으로 선수들의 경기장과 관람객의 방안을 연결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선수와 관람객 모두에게 경기에 대한 몰입감을 선사하지 못한다면 선수에게는 경기력 저하, 관람객에게는 흥미 감소 등의 효과만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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