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 아이폰12는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In KISA Report

아이폰12는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최호섭 ([email protected])

디지털 칼럼니스트

아이폰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대하다. 스마트폰 시장이 이제 성장보다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신규 구입보다는 2~3년에 한 번씩 오는 교체 주기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도 아이폰의 발표는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 그리고 앞으로 나올 여러 제품들에 영향을 끼친다.

 

이번 신제품은 디자인의 변화가 가장 눈길을 끌고, A14 프로세서를 통한 반도체 성능 개선, 그리고 새로워진 카메라 등 변화의 요소들이 많지만 아이폰의 상징성이 스마트폰 시장에 가져올 움직임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그 두 가지는 5G, 그리고 충전기다.

 

 

급하게 찾아왔던 5G의 대중화

 

애플은 고급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보편적인 상품성을 갖추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1년에 한 번만 제품을 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4가지 제품을 내놓으면서 선택지를 늘리긴 했지만 화면 크기와 카메라를 제외하고 나머지 조건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4가지 제품을 쓰는 각각의 이용자들은 각각의 환경에서 경험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다.

 

애플이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중 하나가 새로운 통신 기술이다. 처음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를 도입할 때만 해도 가장 적극적으로 이동통신 기술의 가능성에 접근했지만 LTE의 도입은 2012년 아이폰5를 시작으로 꽤 늦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LTE가 활성화됐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아직 WCDMA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꽤 늦었다는 평가를 받을 시기에 LTE를 꺼내 놓은 것이다.

 

5G는 2019년 초 우리나라와 미국을 시작으로 상용화가 이뤄졌으니 1년 반 정도 시간이 흘렀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5G는 LTE보다 더 늦게 보급되고 있고, 일찍 시작한 시장들의 반응도 썩 신통치 않다. 과거 LTE가 꽉 막혀 있던 3G의 숨통을 트이면서 큰 환영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직 5G는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애플은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5G를 내놓았다. 버라이즌은 아이폰의 발표 키노트 무대에 올라 5G의 우수성을 설명했고, 애플도 아이폰12의 주요 특징으로 5G를 잡았다. 팀 쿡 CEO는 5G를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메시지를 꺼내 놓기도 했다. 이에 가격 인상의 부담에도 전 세계 모든 모델에 똑같은 5G 모뎀을 넣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5G의 킬러 중 하나인 ‘밀리미터웨이브(mmWave)’를 넣기도 했다. 28GHz 대 주파수를 이용해 최대 4Gbps까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다만 고대역 주파수의 특성상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필요에 따라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5G의 한 요소다. 현재는 미국의 버라이즌만 일반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밀리미터웨이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12는 밀리미터웨이브 전용 부품이 들어가고 모델명도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는 28GHz 대역으로 전국망을 서비스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밀리미터웨이브에 대해서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특수 목적에 따른 기업용 서비스로 방향을 잡고 있다. 대신 3.5GHz대 일반 5G의 대역폭을 넓혀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12의 출시는 5G의 대중화를 앞당길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브랜드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기존 이용자들이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다 아이폰12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5G로 옮기게 해 줄 가장 강력한 촉매제는 아이폰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5G지만 가입자 유치와 단말기 고민이 큰 이동통신사로서는 애플의 5G 진입은 반가운 소식이다.

 

또 한 가지는 5G의 활용에 있다. 시장이 5G에 시큰둥한 가장 큰 이유는 LTE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LTE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고,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 추세에서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처럼 병목 현상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세대 통신망에 대한 수요가 당장 크지 않다. 자연스럽게 5G는 산업용, 기업용 네트워크로 인식되고 있지만 아이폰을 비롯해 대중적인 기기가 늘어나면 여러가지 앱을 통해 활용도가 넓어지고, 다시 5G의 특성을 살린 대중화를 꾀할 수 있다.

 

 

 

환경 문제와 충전기, 이어폰

 

 

애플은 지난 9월 애플워치를 발표하면서 제품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환경 문제다. 애플은 패키지에 포함된 충전기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했고, 생산을 줄이면 그만큼 그만큼 환경에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패키지에서 충전기가 빠지면 그만큼 제품 상자의 크기와 무게가 줄어들고, 이는 곧 물류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패키지가 얇아지기 때문에 한번에 70% 더 많은 제품을 실어나를 수 있고 이를 통해 운송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연간 200만 톤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차량 45만 대가 1년 동안 뿜어내는 배출가스의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다.

 

하지만 이 정책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은 핑계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어댑터와 이어팟을 빼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물론 원가에 대한 고려가 빠졌을 리는 없다. 아이폰12에는 퀄컴의 5G 모뎀 X55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칩의 단가가 60~70달러 수준으로 전해진다. 원가 상승의 요소는 분명히 있다. 미국 기준으로 가격을 높이지 않고 기존과 똑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데에 어댑터와 이어팟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애플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애플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했고, 환경에 대한 책임자로 이번 키노트에서 어댑터에 대해 언급한 리사 잭슨 부사장이 여러가지 노력을 해 왔다. 수은이나 비소, 베릴륨 등을 제품에 쓰지 않고,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이어 왔다.

 

탄소 배출에 대해서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사무실과 데이터센터, 애플스토어에 대해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고, 2030년까지는 모든 생산과 물류까지 완전한 탄소 제로의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이폰은 1년에 2억 대씩 팔리는 상품이고, 각 제품당 작은 변화로도 환경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물론 아이폰12가 디자인을 바꾸는 제품인 만큼 이번 제품을 계기로 애플만 쓰고 있는 라이트닝 케이블을 USB-C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환경 개선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역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아이폰12에 대한 애플의 개선책을 무턱대고 원가 절감만을 이유로 드는 것도 지나친 일이다. 이와 별개로 국내에서는 지난 세대에 비해 4만원에서 13만원까지 아이폰의 값이 내렸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 원하는 어댑터를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어댑터를 빼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고, 지난 2016년 아이폰7이 3.5mm 이어폰 단자를 떼어낼 때 만큼이나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서서히 어댑터는 많은 기기들의 구성품에서 빠지게 될 수 있다.

 

이 모습이 우리에게는 그리 낯선 그림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정보통신부는 제조사별로 따로 나오는 어댑터 충전 규격을 하나로 통일한 TTA 표준 단자를 정하고, 휴대전화에 충전기를 포함해서 팔지 못하도록 했다. 기기를 바꿔도 기존 어댑터를 쓸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소비자들만 따로 구입하면 됐다. 이를 통해 연간 35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와 환경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 자료를 내기도 했다.

 

물론 판매점들이 사은품 형태로 충전기를 끼워주는 일이 이어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충전기의 공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게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야무야되긴 했지만 휴대전화 시장 후기에 편의성과 환경 문제를 모두 사로잡은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애플의 정책도 궁극적으로는 지향점이 비슷하다.

 

당장 충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하게 쌓이는 충전기의 수가 줄어들고, 대부분의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형 전자기기에서 어댑터를 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첫발이 조금 급박하게 시작되면서 불만을 산 것이 아쉽지만 애플의 환경 고민을 그저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혹은 멋있어 보이려는 의도만으로 바라보기 보다 환경에 대한 접근을 고민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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