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 중국이 꿈꾸는 인터넷 세상 (1)

 In KISA Report

중국이 꿈꾸는 인터넷 세상 (1)

박성림 ([email protected])

대만정치대학 정치학과 박사 수료

변화와 불변간의 조화 속에서 변화하는 세상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아시아와 유럽을 비롯해 세계 전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4월에서야 펜데믹을 선언했고, 2020년 9월 13일 국제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Worldometer)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839만 7,285명에 달했으며, 확진자 발발 주요 국가로는 미국(6,676,601명), 인도(4,751,788명)와 브라질(4,315,858명) 등을 들 수 있다. 누적 사망자의 경우 총 924,511명이며, 이 또한 미국(198,128명), 브라질(131,274명), 인도(78,614명) 순이었다.(1) 이 같은 전 지구적인 펜데믹으로 세계경제가 2008년 이래 지속된 저성장의 기조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으며, 또한 2018년 이래 지속하고 있는 미·중 간 갈등 구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시되었다. 세계 정치·경제적 변화와 더불어 기존 논의에 그치던 원격근무가 세계 각국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으며, 저성장과 비대면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 증대(2)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코로나19는 올해 세계 정치경제를 비롯해 사회구조에 일대 타격을 가져왔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인류는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기점으로 기존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접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3))

 

그러나 이 같은 격변의 상황에서 잠시 한 걸음 물러나 인류가 걸어온 수천 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변화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흑사병의 유행, 19세기 서구 국가들의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의 식민화를 비롯해 냉전과 인터넷의 탄생 등 각종 사건은 분명히 인류와 세계 각국에 변화를 불러 일으켰지만, 이로 인해 순식간에 어제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 탄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에 국가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되어온 이슈들이 현실적 변화와 맞물려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 같은 역사적 흐름을 코로나19가 완전히 뒤흔들 것이라고 보지 않으며,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기존 세계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되어온 이슈들은 바이러스의 대유행 속에서 사라지기보다는 코로나19와 더불어 새로운 현상을 만들고 있다. 즉,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해 막연한 전망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이슈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잠시 오늘날의 세계정세를 돌이켜보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래 본격화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대응이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비단 세계정세의 방향(4)) 뿐 아니라 각국의 정치 및 경제적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슈다. 미·중 양국은 2018년 무역전쟁을 시점으로 본격적인 세력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교차하는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본격화되고 있으며, 비단 동아시아 지역 뿐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는 양측 간 대결이 현재 가장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분야다. 미국은 중국 내 대표적인 통신 네트워크 구축 및 장비 제조사인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이미 2019년 초 멍완저우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며 시작되었다. 미국은 멍완저우가 미국의 대 이란 제재를 위반한 점을 들었으며, 이 외에도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일본, 한국 등 주요 동맹국에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구매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5)했다. 이 같은 장비 구매 제한 외에 미국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은 제품 공급 시 미 정부의 허가를 받는 규정까지 신설(6)하며 화웨이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비단 화웨이와 같은 제조업 기업 뿐 아니라 인터넷 기업으로도 향하고 있다.(7) 미국은 미국 내 유행하고 있는 중국 앱인 틱톡에 대해 사용금지 명령을 발표했을 뿐 아니라 미국 국민 개인정보의 중국으로의 이전을 이유로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 명령까지 내렸다. 이 같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비단 전통적인 국가안보 및 외교 분야를 넘어서 과학기술분야에서도 본격화되고 있으며, 갈등은 완제품과 애플리케이션 판매 금지에서 그치기보다는 그 이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즉, 미·중 간의 갈등은 비단 전통적인 안보 분야를 넘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본격화되고 있고, 미국과 안보 동맹을 맺고 있는 반면 중국을 제1대 무역국으로 둔 우리나라는 이 같은 미·중 과학 기술전을 쉽사리 등한시 할 수 없다.

 

 

이 같은 미·중 양국의 과학기술전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중 양국의 의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단기적인 목표 뿐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파악해서 선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더불어 중국의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필자는 이를 “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이래 중국의 꿈은 중국 사회가 기존 배불리 먹고사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망함을 보여주는 구호이자 중국 정부가 새로운 목표를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현재 새로운 목표를 꿈꾸는 중국은 과연 인터넷 분야에서는 어떠한 꿈을 꾸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인터넷을 꿈꾸고 있을까?

 

본고는 이 같은 다소 모호하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중국 인터넷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를 다시 중국 국내적 변화와 국외적 변화로 구분하고, 국내적 변화는 정책 목표와 집행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하는 한편, 국외적 변화는 중국의 국제적인 보폭과 이에 따른 영향력이 어떻게 가시화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우선 국내적 변화는 정치 지도자와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한 국가의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정치 지도자에 대한 이해는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중국은 2012년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래 기존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당정군 및 주요 이슈별 업무를 분담했던 데에서 벗어나 시진핑이라는 최고 지도자가 국정 방향을 정하고 이하 상무위원 및 관료체계가 이를 집행하고 있다. 이런 중국 국내적 변화를 고려하면 시진핑에 대한 연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과연 시진핑이 인터넷 분야에서 어떠한 목표를 제시했고, 현재까지 얼마나 성취되었으며, 향후에는 어떻게 나갈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시진핑이 제시한 인터넷 분야의 목표는 다시 정부 정책 입안 단계에서 어떻게 구체화하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시진핑 시대에 새롭게 탄생한 중앙인터넷판공실과 더불어 관련 부처인 공업정보화부, 과학기술부와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국무원과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외교부의 인터넷 관련 전략, 정책, 법률을 검토해서 중국이 인터넷 분야에서 어떠한 성취를 거두었고, 또한 어떠한 목표를 제시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국내 상황을 파악한 후 2000년 이래 중국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이래 공을 들인 아프리카 지역과 더불어 2015년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 이래 주요 투자지역인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파악해서, 중국식 인터넷 거버넌스가 이곳에서도 전파되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시진핑의 인터넷 관련 연설 분석

 

시진핑은 2012년 집권 이래 인터넷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했고, 후진타오(胡錦濤, 2000~2008), 장쩌민(江澤民, 1989~2000)과 비교시 어떠한 인터넷 거버넌스를 추진해야 할 뿐 아니라어떠한 목표를 성취할지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시진핑의 인터넷 관련 주요 언급 연설(2013~2020.9)>

날짜 내용
2013.11.15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전면심화개혁에 관한 일련의 중요문제에 관한 결정(8))
2014.2.27 중앙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영도소조 제1차 회의 보도문(9)
2014.7.16 브라질 국회 연설(10))
2016.4.9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좌담회 연설(11))
2016.10.9 중앙정치국 제36차 집단 학습회의 연설(12))
2014~2016 제1-3차 세계 인터넷 대회 연설(13))

 

(1) 중국 인터넷의 문제점 지적

 

2013년 11월 15일《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전면심화개혁에 관한 일련의 중요문제에 관한 결정, 이하 “중요 결정”약칭》은 시진핑이 2012년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이래 향후 10년간 어떻게 중국을 이끌어갈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공식 문서다. 중요 결정은 총 13장 55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터넷 관련 내용으로는 국가 인터넷 및 정보보안을 확고히 하기위해 1) 인터넷 관련 법률 제정, 2) 감독체계 개편, 3) 관련 체계 및 전략 개편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중요 결정에 언급된 내용 외에 이에 대한 설명이 시진핑의 명의로 발표(14)되었으며, 잠시 시진핑의 설명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시진핑은 사이버 및 정보보안을 “국가안보 및 사회안정과 관련된 이슈로서, 중국이 직면한 종합적인 도전과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세계인터넷망에 접속한 이래 인터넷을 감독대상으로 규정해왔으며, 이는 시진핑 시대에서도 변치 않음이 확인되었다. 인터넷은 과학기술 혁신의 공간이자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를 비롯해 범 서구 국가에서는 지배적이지만, 중국은 인터넷을 감독대상으로 규정해왔고, 시진핑은 이를 국가안보에까지 직결되는 사항으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과 국가안보가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자 익명의 유저들이 자유롭게 논의를 할 수 있는 곳이며, 이 같은 열린 공간은 권위주의 정권이 기피하는 소식과 뉴스가 유통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중국은 해외에서 정권에 불리한 뉴스나 기피하는 뉴스를 게재하는 언론사를 비롯한 학술, SNS 사이트로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두 번째로, 시진핑은 관리체계의 미비를 지적했다. 기존 인터넷과 관련된 부처는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공안부(公安部), 민정부(民政部), 상무부(商务部) 등 경제, 공안 등 관련 부처들은 더욱 다양해졌으나, 이들 부처의 정책 방향을 조율할 컨트롤타워는 부재했다. 인터넷은 더 이상 기존 주무부처인 공업정보화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정보통신만의 영역이 아니다. 정보통신뿐 아니라 인터넷상 범죄, 전자정부, 인터넷 상거래 등 다양한 부처들도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복된 정책이 제시될 뿐 아니라 정부 자원의 중복 투입도 발생했고, 이를 조정할 컨트럴타워는 절실히 필요했다.

 

(2) 컨트럴타워의 등장

 

2014년 2월 27일 제1차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영도소조(中共中央网络安全和信息化领导小组) 회의(15)가 개최되었으며, 시진핑과 더불어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서열 2위), 류윈샨(刘云山)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 위원(서열 5위)이 참석하였다.(16)) 앞서 시진핑은 중국 인터넷의 관리체계를 비판한 바 있으며, 이에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영도소조가 탄생했고, 이 소조의 일상업무를 보좌 및 집행할 판공실이 창설되었다. 동 영도소조의 구성원은 총 23명으로 시 진핑 외에 리커창 국무원 총리 및 류윈샨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선전 담당)이 부 소조장을 담임하고, 공안, 선전, 군, 외교, 금융, 정보보안 부처 책임자들이 구성원으로 있다.

 

시진핑은 이날 첫 회의에서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는 국가보안, 국가발전,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것이며, 국내 및 해외 현황 파악을 중심으로 사이버보안 전략 수립을 촉구하고, “사이버 강국(網路強國)”을 건설하자고 제창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사이버 강국이 무엇이고,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는지는 오늘날까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실정인바, 이는 일종의 “수사적 표현”으로 보인다.

 

(3) 국가 주권 중심의 인터넷 질서 제창

 

시진핑은 2014년 7월 16일 브라질 국회 연설에서 국가 주도하에서 인터넷 공간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창하였다. 그는 인터넷의 전(全) 지구적인 특성이 각국의 정보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는바, 세계 각국은 자국의 정보보안을 수호하고, 자국의 안보 이익을 빌미로 타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해서는 아니 되며, 앞으로 세계 각국이 합심하여 평화롭고, 안전하고, 열려있고, 협력을 추구하는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가자고 제창했다.

 

흔히들 인터넷을 육해공과 더불어 제4의 공간으로 규정한다. 인터넷상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특정 국가의 영역이고, 또한 영역이 아닌지를 규정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중국은 인터넷 또한 국가 주권이 보호되어야 하는 공간인바, 각국은 자국의 실정에 따라 주권을 보호하는 한편, 이에 대해 침해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강조해왔고, 시진핑 또한 기존 중국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다. 즉, 이 같은 관점에서의 인터넷은 결국 각국이 자국의 인터넷이라고 규정되는 자국 도메인을 사용하는 웹사이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이버상 범죄, 테러방지, 기술적 이슈 등 비교적 가치의 논쟁이 적은 이슈에 대한 제한적인 협력을 하는 공간이 된다.

 

시진핑의 사이버 주권 수호 주장은 비단 브라질 국회 연설 뿐 아니라 2016년 10월 9일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제36차 집단 학습 회의와 2014~2016년 세계인터넷대회의 기조연설에서도 재차 확인되었다. 우선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2016년 10월 9일 오후 제36차 집단 학습 회의에서 웨이 샤오쥔(魏少軍) 칭화대학 마이크로 및 나노 전자학과 주임 교수의 강의를 듣고, 인터넷 발전 전략에 관해 논의를 가졌다. (17))시진핑은 이날 회의에서도 인터넷 주권 수호를 강조했으며, 자국의 인터넷 주권 수호를 위해서 국제사회에서의 사이버보안 관련 발언권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진흥 영도소조 판공실과 저장성(浙江省) 정부가 공동 개최한 2014~2016년 세계인터넷대회의 기조연설(18))에서 재차 사이버 주권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제1회 대회(2014.11) 연설에서 정보기술 및 인터넷 중심의 과학기술 혁명은 국가 주권 및 안보상 새로운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는바, 국가 간 협력과 공동 가버넌스를 강조하였다. 제2회 대회(2015.12) 연설 내용(19))은 1회에 비해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시진핑은 개인정보침해, 사이버범죄 급증, 테러리즘 등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급증하고 있는바, 국제사회는 상호존중 및 신뢰의 기초 하에서 국제협력을 강화해서 평화롭고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이에 시진핑은 안전한 인터넷 공간 조성을 위해 1) 사이버 상 주권 존중 및 타국 내정 불간섭, 2) 평화와 안보 수호, 3) 개방과 협력 촉진, 4) 건전한 질서 유지가 필요하다고 재차 역설하였다.(20)

 

(4)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좌담회: 인터넷 분야에서의 부상을 목표로 함

 

2016년 4월 9일 중국공산당의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영도소조 판공실은 시진핑 총서기의 주재로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좌담회를 개최하였으며, 이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첫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좌담회이다. 중국의 좌담회는 단순한 의견교환 및 청취의 자리가 아니라, 최고 지도자가 특정 영역에 대한 업무방침을 제시하는 기회로서,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좌담회의 개최는 인터넷 분야가 기존 부처급 업무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직접 관장하는 업무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21)

 

 

 

이번 좌담회 참석자들을 살펴보면, 중국 당·정·군을 비롯해 주요 인터넷 기업의 총수들이 모두 참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진핑과 더불어 리 커창 국무원 총리, 류 윈샨중앙정치국 선전업무 상임위원, 판창롱(范长龙)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 주석, 멍 젠주(孟建柱) 중국공산당 정법위원회 서기, 루 웨이(鲁炜) 중국공산당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션이(沈逸) 푸단대학(复旦大学) 중국 사이버스페이스 거버넌스 센터 부주임, 세신저우(谢新洲) 베이징대학(北京大学) 뉴미디어 연구원 원장, 리샤오위(李晓欲) 중국 사이버스페이스보안협회 비서장, 마윈(马云) 알리바바(Alibaba) 그룹 회장, 런정 페이(任正非) 화웨이(Huawei) 회장 등이 참석했다. 시진핑은 이 날 (1) 전사회적인 사이버보안 책임 및 사전 대응체계 구축, (2) 인터넷 핵심기술 확보, (3) 인재육성 및 보상체계 개혁(22)을 통한 사이버 강국의 꿈을 실현할 것을 제창하였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진핑은 사이버보안의 책임 주체를 정부 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또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선제적 방어체계 구축를 위해 아래의 네 가지 사항을 주문했다. 첫 번째로, 정부, 기업, 개인은 사이버보안에 대한 책임의식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이버보안을 위해 비용을 감안해서 지속적인 사이버보안 시스템 개선을 통한 대응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교통, 수도, 전력 등 사회 인프라에 대한 보안체계 구축을 통한 사이버 공격 방지를 해야 한다. 세 번째로, 선제적 사이버리스크 감지 체계를 구축해서 리스크 탐지 및 대응을 추진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통합 사이버 리스크 보고체계 ‧정보공유 메커니즘 ‧ 연구분석 및 처리체계) △ 사이버보안 위험 및 대응체계(위험 확인 ‧ 최근 동향 모니터링) 구축 △ 정부-기업간 사이버보안 정보공유체계 구축 △중앙 및 지방, 기업의 사이버보안 보호체계 구축(책임 명시 ‧ 보안표준 수립 및 보호대상 명시 ‧보호등급화 및 보호조치) 등을 추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인터넷 핵심기술의 국산화 이슈이다. 시진핑은 중국은 지난 20년간 인터넷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으나, 핵심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향후 ① 인터넷 혁신, ② 기반설비 구축, ③ 정보자원 공유, ④ 산업 진흥 등 분야에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이를 위해 (1) 혁신 발전전략 추진, (2) 더 많은 인재 ‧ 물자 ‧ 재원의 투입, (3) 정예 인력 선발 및 전략적 배치를 추진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시진핑은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1) 발전 계획 수립, (2) 실천 시간표 제시, (3) 구체적인 업무 사항 명기, (4) 단기, 중장기 목표 제시, (5) 업무추진 순서 명시, (6)관련 분야 분류, (7) 단계별 진입 과정 제시 등 체계적인 업무 기획 및 집행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세 번째로 인재육성 및 보상체계의 개혁이다. 시진핑은 인터넷은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인재의 비중이 어느 산업보다 큰바, 중앙 및 지방 정부, 공공기관은 지식과 인재를 존중하고, 이들이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 및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전문 교육기관의 창설이 시급하며, 뛰어난 스승과 학생을 유치하고 좋은 교재를 편집해서 일류 사이버 스페이스 보안학원을 창설해서 지속적으로 인재를 육성할 것을 주문하였다. 마지막으로 인사 및 급여제도로서, 시진핑은 인터넷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인사(인재평가 시스템, 평가표준 구축) 및 급여 제도를 만들어서 전문성과 창의성, 실용성을 갖춘 국내외 인재를 유치하고, 기술개발 후 자기 노력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하고, 과학연구 성과, 지식재산권 귀속, 이익분배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것을 제시하였다.

 

정리하자면, 시진핑은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좌담회에서 (1) 정부-기업-개인의 사이버보안 공격 대응 및 방어체계 구축, (2) 핵심기술 확보, (3) 인재육성 및 보상체계 개혁을 제시했으며, 이는 향후 중국이 사이버 보안에 중점을 기울일 것이며, 이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인재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을 시사 하는 것이다. 우선 사이버보안 공격 및 방어체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것은 중국이 각종 사이버보안 리스크 및 공격을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방어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시진핑은 “사이버 보안의 본질은 공격에 대한 대항이고, 대항은 공격과 방어능력이 균일해야 함”이라고 강조한 것은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 효과적인 공격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시사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진핑은 핵심기술 국산화와 인재육성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인적 및 물적 자원의 집중 투입만으로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일례로 인터넷은 1960년대 이래 미국을 위시한 서구 국가들이 통신체계 강화를 위해 만들어낸 냉전의 산물이자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 투입만으로 이를 단시일 내에 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마치 1960년대 중국이 10년 이내에 소련과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국가로 도약하겠다고 추진한 대약진운동을 연상하게 하며, 과연 단시일 내에 인터넷 분야의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진핑이 꿈꾸는 인터넷 세상: 국가 관리형 국내중심의 인터넷 세상

 

시진핑은 제3회 세계인터넷대회를 기점으로 더 이상 인터넷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상기 연설들이 시진핑이라는 중국 최고의 지도자가 인터넷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떠한 인터넷을 원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개자료라고 하겠다. 이 같은 자료들을 검토해볼 때 시진핑이 꿈꾸는 인터넷 공간은 1) 세계 각국이 자국의 주권과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공간이며, 2) 이 과정에서 타국의 고유 이익을 침해해서는 아니될 뿐 아니라 범죄 및 테러리즘 관련 협력을 추진하는 공간이다. 또한 시진핑은 자국 내 인터넷 공간의 안보를 위해 철저한 관리·감독과 더불어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 단시일 내에 핵심기술을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인터넷을 주권 및 국가안보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범 서구 사회의 인터넷에 대한 인식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흔히들 인터넷을 제4의 공간이라고 하지만, 시진핑과 중국에 있어서 인터넷은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관리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또한, 여기에서 국가안보의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외교·안보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안정적인 집권을 위한 안전보장 활동이다. 즉, 중국공산당에 대한 비판과 이에 관한 논의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위해일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위해이며, 인터넷은 이 같은 관점하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타국의 고유이해를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점이며, 앞에서 언급한 중국의 국가 안보관을 따져보면, 중국과의 영토 분쟁과 같은 전통적 측면의 이익충돌 뿐 아니라 중국공산당에 대한 비판과 이를 담은 뉴스, 웹사이트는 중국의 시각에서 볼 때 자국의 고유이해를 침해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핵심기술을 들 수 있는데, 과연 중국이 인터넷 분야의 핵심기술을 조속히 개발할 수 있을지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참고로 중국은 인공지능 분야 특허 수에서는 이미 미국을 상회한 점을 볼 때, 중국의 과학 기술력은 절대로 저평가할 분야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어떤 분야에서 근간 기술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을 한다면, 중국이 조속히 핵심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라는 질문에 회의적인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12년 시진핑 집권 이래 정치뿐 아니라 국가 중심의 경제성장 모델이 자리매김하였을 뿐 아니라 첨단과학기술을 결합한 사회통제에 매진하고 있으며, 인터넷은 이 같은 국가 주도형 거버넌스의 근간 기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부터 인터넷 분야의 감독 체계 병폐를 제기해서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영도소조 판공실을 출범 시켜 부처 간의 정책 조율에 나섰고, 또한 국내외 행사에서 인터넷은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관리 감독 되어야 한다고 지시해왔다. 그렇다면, 이 같은 최고지도자의 지시사항은 어떻게 구체화되었고, 특히 법률 및 제도적 측면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회에서는 시진핑 시대의 인터넷 법제 발전 현황을 검토할 예정이며, 새롭게 탄생한 사이버보안 판공실를 비롯해 사이버보안법과 사이버보안 전략의 내용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중국 인터넷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또한 어떠한 인터넷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다룰 것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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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합뉴스』, 2020.9.13,「전세계 코로나 확진자 2천900만명 육박」.
2. 한국은행, 2020.6,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에의 영향』.
3. 이상만, 2020.5.11, 『대한상의 브리프』,제122호,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 변화와 전망」; 최재천 외 6인 공저, 『코로나 사피엔스』, (서울: 인플루엔셜, 2020년
4. Aaron L. Friedberg, A contest for supremacy: Chna, America, and the struggle for mastery in Asia(New York: W.W North&Co, 2011), Joseph Nye, Is the America Century over? (Cambridge: Polity Press, 2015). Hugh White, The China Choice: Why we should share power.(Collingwood: Black Inc, 2012
5. The New York times, March 19, 2019, U.S campaign to ban Huawei overseas stumbles as allies resist.
6. The Reuters, August 17, 2020, U.S. tightening restrictions on Huawei access to technology, chips.
7. 조은교, 2020.9.10.,CSF 중국전문가포럼「중국 플랫폼의 글로벌 부상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https://csf.kiep.go.kr/issueInfoView.es?article_id=39535&mid=a20200000000&board_i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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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新华网, 2014年11月19日,「习近平致首届世界互联网大会贺词全文; 新华网, 2015年12月16日,「习近平在第二届世界互联网大会开幕式上的讲话(全文), 新華社, , 2016年11月16日「習近平:在第三屆世界互聯網大會開幕式上的視頻講話。(검색일자: 2020.9,20
14. 中國共產黨新聞,2013年11月9日,「關於《中共中央關於全面深化改革若干重大問題的決定》的說明」
15. 시진핑은 2013년 11월 15일《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전면심화개혁에 관한 일련의 중요문제에 관한 결정 中共中央关于全面深化改革若干重大问题的决定》에서 사이버보안의 체계적 감독을 위한 통합기구 설립을 제창했으며, 2014년 2월에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영도소조가 출범하였다.
16. 新华网,2014年02月27日,习近平:把我国从网络大国建设成为网络强国。(검색일자: 2020.9,20
17. 人民网,2016年10月10日,「习近平主持中央政治局集体学习强调 以6个”加快”建网络强国。」(검색일자: 2020.9,20
18. 新华网,, 2014年11月19日,「习近平致首届世界互联网大会贺词全文。」(검색일자: 2020.9,20
19. 新华网, 2015年12月16日,「习近平在第二届世界互联网大会开幕式上的讲话。」(검색일자: 2020.9,20
20. 시진핑의 제3회 세계인터넷대회 연설은 1,2회 대회 연설과 큰 차이가 없는바,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21. 중국 정치에서 좌담회는 중요 분야의 정책 기조를 논의 및 확정하는 정치적 활동인바, 어떤 분야의 좌담회가 개최된 것은 공산당 최고 지도자들이 이 이슈를 향후 중시하고 이에 관한 정책 기조를 정하는 것이다.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좌담회 개최는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분야가 이제 중요 이슈로 확정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2. 新华社, 2016年04月25日,习近平在网信工作座谈会上的讲话全文发表。
http://news.xinhuanet.com/politics/2016-04/25/c_1118731175.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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