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 2021년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을 전망하며
2021년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을 전망하며
한상기 ([email protected])
테크프론티어 대표
먼저 2020년을 돌아보면
2020년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그 응용은 지속적인 관심과 꾸준한 성장을 유지했다. 빅테크 기업은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각국 정부는 국가 전략으로 인공지능을 어떻게 새로운 경쟁 기반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정책 수립에 골몰했다.
이미 많은 국가가 인공지능을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했지만, 2020년에는 미국이 또 다른 예산 투입 계획과 인공지능 미래 기술을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발표해서 여전히 가장 앞서가는 나라임을 밝혔다.
미국은 2021년 예산 계획을 제시하면서 2022년까지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 연구에 투입하는 연방 정부 예산을 두 배로 키우고, 7개의 인공지능 연구소를 세워 각 분야에서 더욱 도전적인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1)
최근에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년까지 200억 달러를 투입하고 2만 명의 전문 인력과 300개의 스타트업을 키운다는 전략과 함께, 중국의 화웨이와 이 영역에서 협력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 눈에 띄기도 했다.(2)
2020년에 우리가 기억하는 큰 발표 중 하나는 오픈AI에서 만든 ‘GPT-3’라는 대형 모델로 자연어 문서를 포함해 프로그램까지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트랜스포머라는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1,750억 개의 하이퍼파라미터를 갖는 대형 모델을 10만 개 이상의 GPU로 학습 시킨 이 거대한 기반은 이후 이것이 지능인가 아닌가에 대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여러 전문가에 의해 그 한계가 지적받고 인공지능 연구 방향으로 적절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전례 없이 대부분의 인공지능 학술회의나 세미나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지구촌 사람들이 대면하지 않고도 학술 활동이나 연구 교류, 토의와 협의가 가능하며, 앞으로 글로벌 연구 협업이 이런 방식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2020년은 또한 코로나19에 의해 인공지능을 헬스케어나 과학 연구에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으며, 큰 투자가 이 영역에 이루어지게 했다. 많은 글로벌 연구소나 기관은 이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나 기반 연구에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지나친 기대 역시 언론에 많이 노출된 한 해였다. 과연 인공지능이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 치료와 진단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는 후에 다시 검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근무 방식이나 생활이 바뀌면서 수많은 사람이 분산되고 경계가 허물어진 환경에서 일하면서 반대로 인공지능이 악용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 역시 늘어났다. 사이버 보안의 문제, 새로운 유형의 악성 정보,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 역시 사회에 큰 부담이 되었으며, 여기에는 딥페이크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악용 가능성이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반대로 마케팅 같은 곳에서는 이 기술의 새로운 응용 가능성이 나타나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의 변화는 어땠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뉴스 사이트를 중심으로 구글 트렌드를 파악해봤다. 지난 5년 동안 인공지능, 딥러닝, 머신 러닝에 대한 트렌드를 보면 2017년 이후 그 강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거나 조금 줄어든 상황이다.
뉴스를 중심으로 파악해 본 인공지능 관련 검색어 추이
구글 검색 분야 헤드인 프라바카 라가반(Prabhakar Raghavan)이 발표한 이 행사에서 그는 앞으로 구글 검색이 지향하는 네 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구글 검색 기술이 어떻게 새로운 용도로 활용되는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아직 2020년 전체의 투자 흐름이 데이터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 규모나 투자 수는 2018년을 기점으로 주춤해지고 있다. 2020년 3/4분기까지는 규모는 2019년과 비슷한 331억 달러인데, 추자 횟수는 2019년 5,861건에 비해 많이 뒤진 2,984건이었다.(3) 이는 투자 단위별 금액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시장에서 검증받은 기업이나 후기 투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2020년 3분기까지 인공지능 섹터에 대한 전 세계 투자 금액 추세
2021년은 어떻게 바라다볼 것인가?
늘 그렇듯이 이머징 기술이 등장해 지나친 기대가 생성되고 투자가 몰리다가 몇 년 뒤에 나타나는 현상은 이제 솎아내고 현실에 입각한 결과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단계가 온다. 2021년은 인공지능에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제는 초기 기업보다는 어느 정도 형성된 인공지능 생태계를 기반으로 시리즈 B나 그 이후, 또는 메가 라운드를 거치면서 강자를 중심으로 한 인수 합병이 활발해질 것이다. 이미 전 세계에는 벤처 캐피털이 투자해서 성장한 인공지능 유니콘 기업이 69개나 있다. 이런 기업들이 자사가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이제 기반 기술을 누가 주도하고 어느 학교나 연구소가 주축이 되는지는 드러났다고 보인다. 다음 단계는 실제 기업의 많은 기능 중에서 어디에 적용하는 것이 더욱 더 효과가 있고 실질적인 매출 상승이나 이익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인지 판단을 내릴 것이다. 많은 기업이 파일럿으로 수행했던 결과를 갖고 좀 더 실질적인 적용 영역을 선택할 것이다.
최근 맥킨지가 발표한 ‘2020년 인공지능 상황’ 조사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수용을 통해 매출 증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업 부문을 보면 제품/서비스 개발, 서비스 운영, 공급망 관리, 제조 등의 분야가 제일 기대가 큰 분야로 나타나고, 적용 가능성이 큰 영역은 마케팅과 세일즈 부문이었다.(4)
인공지능 수용에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 기능 영역
[출처: 맥킨지]
이 조사에서 응답 회사의 50%는 자사의 어느 한 부문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수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이미 인공지능이 기업 영역에 실제로 들어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런 인공지능 기술은 기존 제품 개발과 서비스에 스며들어 갈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명확히 인식하지 않으면서 제품과 서비스의 고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딥러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16%만이 파일럿 단계를 넘어섰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딥러닝 기술이 이제 도입되는 단계로 봐야 한다. 다만, 하이테크나 통신 섹터 기업에서는 이 대답이 30%가 되기 때문에 그 섹터에서의 시도는 본격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인공지능 전문 기업으로 보면 2021년에는 각 부문에 더욱 강력한 경쟁력이 있는 인공지능 기업이 실제 환경에서 성과를 보이면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이는 클라우드 산업에서 SaaS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기반 플랫폼이 아닌 전문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될 것이고, 인공지능을 내부 시스템과 연계해 사용하고자 하지만 내부 인력이 부족한 기업들에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2021년에 우리가 기대하는 또 하나의 움직임은 그동안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력을 검토하고 실제 운용에 들어가면서 나타난 여러 가지 이슈들, 공정성, 투명성, 안전성, 윤리 문제가 이제 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선언하는 단계가 아니라 구체적 기술로 이를 준수하기 위한 기술 그룹이 나타날 것이다.
이미 구글이나 IBM,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기술 도구들이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만들어져 인공지능 클라우드 상에서 또 다른 레이어를 구축할 것이다. 얼마 전에 발표한 링크드인의 공정성 툴킷 (LifT) 같은 사례가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클라우드에서 본격적으로 통합되어 제공될 것이다. 그런데도 윤리적 판단에 대해서는 당분간은 연구 영역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인간 사회의 윤리, 가치 등에 대해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는 더욱 복잡하고 많은 합의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는 공정성과 설명 가능성이 실용적 이유로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기술 연구는 아직도 해결할 문제가 많지만, 요수아 벤지오, 얀 르쿤, 제프리 힌튼 같은 파이오니어들이 모두 앞으로의 과제는 인과 모델이나 개념 모델, 적은 학습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학습 방법이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대형 모델의 부상이 있지만, 세계 모델을 갖지 못하고 의미 해석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인공지능 학습은 지속해서 인지 과학이나 철학의 도전을 받을 것이다. 다만, 하이퍼파라미터가 더 많고 학습 데이터가 적은 방식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프리 힌튼 교수가 희망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형 모델의 유용성에 대한 검증과 그가 얘기하는 신경망 활동의 빅 벡터가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5)
2021년에는 또다시 인공지능 클라우드 플랫폼과 하드웨어의 치열한 경쟁이 지속될 것이다. 클라우드 플랫폼은 현재 아마존의 세이지 메이커와 구글의 오토ML,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가 있지만, 이들은 더욱더 강력하게 무장한 기능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전체를 인공지능 클라우드로 바꿔 나갈 것이다. 이 싸움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우면서 우리에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가에 대한 강한 압박이 이루어질 것이다. 플랫폼에서 경쟁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기능에 집중할 것인가는 네이버나 카카오에 매우 힘든 결정을 하게 만들 것이다.
하드웨어는 인공지능 엣지 분야에서 경쟁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실세계에서 교통, 제조, 안전, 환경 등의 문제에 접근하려면 엣지 수준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통신, 하드웨어, 클라우드 단계를 어떻게 아우르는 전체 시스템 구조를 만들 것이고, 얼마나 효율적인 엣지 디바이스를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새로운 맥이 보여줬듯이 새로운 구조와 칩이 시스템의 성능을 월등히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유용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 영역은 결국 자율 주행차를 포함한 자율 교통 시스템, 스마트 시티, 스마트 제조, 환경과 기후 예측, 스마트 농업 등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야 논의가 본격화될 것인데 제조를 제외하면 2021년에 의미 있는 사례를 제대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9년 1월에도 인공지능 분야를 가늠하는 글에서 ‘지나친 기대에서 냉정한 현실로’라는 제목을 사용했는데, 이 제목은 2021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그 냉정함이 이제 좀 더 구체적인 결과를 내는 측과 계속 꿈을 얘기하는 그룹으로 나누게 할 것이다. 다만 그 꿈이 여전히 지능에 대한 도전이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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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 한상기, “미국 인공지능과 양자 정보 과학 분야 연구소 설립,” KISA Report, 2020년 9월 |
2. | ⇡ | Synced, “Saudi Arbia to Invest USD 20 Billion in AI and Data by 2030 to Diversify Economy,” Nov 22, 2020 |
3. | ⇡ | White Star Capital, “Exploring the 2020 Artificial Intelligence Sector,” Medium, Oct 26, 2020 |
4. | ⇡ | McKinsey, “The state of AI in 2020,” McKinsey Global Survey, Nov 17, 2020 |
5. | ⇡ | MIT Technology Review, “AI pioneer Geoff Hinton: “Deep learning is going to be able to do everything,” Nov 3,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