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 비대면 시대의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비대면 시대의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1)
최홍규 ([email protected])
EBS 연구위원
사람들은 2020년을 전쟁과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교류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전쟁과 꼭 맞는 상황이라고 비유하는 것도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적은 사람이 아닌 바이러스로 존재하니 상황이 종료되려면 바이러스가 퇴치되는 수밖에 없다. 그전에는 개개의 사람이 스스로를 고립시켜 바이러스의 확산을 최대한 막아보는 방법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전쟁 시에는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사람이 모여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상황이 악화되니 개인 단위로 행동하고 사람들을 가급적 만나지도 말하지도 말고 어떠한 교류도 자제하란다.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어쩔 수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사업자가 위기를 맞이했다. 특히 다수의 사람이 모여야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에서는 코로나19가 야속하기만 하다. 관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관객들이 많은 이야기를 전파하고 또 전파할수록 시장이 작동하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자들은 올해가 더 많이 야속했을 것이다. 내년에도 이 암흑기가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대책 마련도 시급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비대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내년에는 어떻게 새로운 서비스 요소를 고려해볼 수 있을지 짚어보자.
관객은 느끼고 싶다
스포츠 경기장에는 왜 가는가. 공연장에는 굳이 왜 가는가. 요즘은 스포츠 경기나 무대 위의 공연을 동영상으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굳이 왜 많은 돈을 써가 며 사람들은 실제 경기와 실제 공연에 연연하는가. 실감(實感). 실제로 체험하고 느끼고자 하는 바로 그 욕구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의 표정과 동작을 보고 싶고, 실제로 배우의 감정선을 함께 따라가고 싶다. 옆자리의 관객과 함께 특정한 팀을 응원하고 싶고, 다른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마친 배우에게 커튼콜(curtain-call)을 보내고 싶다. 경기장이나 공연장의 시설들을 통해 보고 먹고 즐기고 싶기도 하다.
바로 2021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는 관객들의 이러한 욕구들을 해결해주는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는 실제 선수의 모습, 실제 배우의 모습을 내가 보고 싶은 방향에서 양껏 볼 수 있는 이러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실제 축구 경기장에서 공을 몰고 달려가는 선수의 근육과 표정, 결의에 찬 행동들이 비대면 상황에서도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공연장에서 뮤지컬 배우의 노래가 특이한 음색으로 들린다면 공연장에서와 같은 그러한 음색을 비대면으로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영상과 음향시설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양적으로는 경기장과 무대 위의 모든 상황을 담을 수 있을 정도의 영상과 음향시설이 확보되어야 한다. 질적으로는 다양한 방향과 각도, 특정한 상황에서도 어떠한 영상이나 음성도 포착되고 이용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관객과의 심리적 간격을 좁혀야 한다. 흔히 비대면 서비스라고 하면 특정 퍼포먼스의 행위자와 관객과의 관계만 고려할 수 있는데,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관객 간의 소통과 연대감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에게 함께 환호성을 보내거나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파도타기로 응원을 하고 응원가를 부르는 행위. 이런 행위들은 관객들과의 심리적 간격이 가까워야 가능한 행위들이다. 즉 향후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비대면 서비스는 관객이 선수나 배우에게 보내는 반응뿐만 아니라 관객들 간에 서로 반응들이 공유될 수 있는 서비스 요소들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경기장이나 공연장의 시설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굳이 경기장이나 공연장을 가는 이유는 운동경기나 공연의 관람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장이나 공연장도 하나의 공간이기 때문에 해당 공간을 방문하며 경험할 수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 느낄 거리 등을 얻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비대면으로 경기장이나 공연장을 방문한다면 해당 공간에 있는 기념품 가게, 음식점, 오락 시설 등을 경험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비대면으로 이러한 시설들을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기능을 포함해야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가령 비대면으로 경기장이나 공연장에 방문한 관객들에게 경기장 맛집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든지, 기념품 할인 및 빠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며, 각종 다양한 오락 시설을 VR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면 차별화된 비대면 O2O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코로나19로 멈춘 운동경기나 무대공연. 이 상황에서 관객이 느끼고 싶은 것은 관객-퍼포먼스 행위자, 관객-관객, 관객-공간. 이들 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상황을 촘촘히 느끼고 싶은 것이다. 올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올해의 서비스 환경에서 더욱 개선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는다면 그냥 TV 속의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를 시청하는 수준 밖에는 관객에게 경험시켜줄 그 무엇도 특이한 것이 없다.
배우와 선수는 환호성이 그립다.
배우와 선수의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서비스 요소들도 중요하다. 배우와 선수는 관객들이 보내주는 환호성이 큰 동기부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꼭 환호성뿐만이 아니라 텅 빈 객석에서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주는 그 눈빛은 배우와 선수가 더 나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도록 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최근에는 관람석이나 전광판에 영상으로 팬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는데, 정작 실제로 무대나 경기장에서 배우와 선수가 관람객을 비대면으로 체험하기란 어렵다. 내년에 코로나19의 후유증이 남을 공연장이나 경기장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분명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선, 퍼포먼스 행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관객의 유형들을 명확히 분석하여 분석된 내용이 구현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의 개진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관객의 입장에서 비대면으로 배우나 선수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배우나 선수의 관점에서 관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다. 관객은 상대적으로 다수이며 배우나 선수는 소수로 구성되어 있어 표현해야 할 요소의 측면에서 관객을 표현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하지만 관객은 상대적으로 배우나 선수에 비해 표현해야 할 요소들이 적다. 이들은 퍼포먼스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반응’이라는 표현의 방식이 단순하며 패턴이 정해져 있기도 하다. 따라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촉발할 수 있는 관객의 반응은 음성이든 영상이든 특정한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배우나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이 관객의 반응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공연장이나 경기장의 분위기. 관객이 만원으로 꽉 들어차 있는 경우에 공연장이나 경기장에서 안내되는 영상이나 음성, 관객들과 함께 하는 일종의 이벤트 등이 모두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수나 배우들에게도 맞춤형 서비스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선수나 배우가 원하는 관객과 1:1 채팅 이벤트나 특정한 팬이 해당 선수나 배우에게만 보내는 메시지들을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적극적으로 행해질 수 없는 서비스들을 선수나 배우의 관점에서 관객과 소통을 더욱 활발히 하는 도구로 발전시킨다면 이는 선수나 배우의 입장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상황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어떠한 기술에 의지해야 하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일대 위기를 맞이했지만,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시도하는 계기도 마련된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술들을 접목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 대면하지 않고도 체감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실감형 서비스 기술,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구성된 서비스가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되는 지능형 서비스 기술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라는 비대면 상황에서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들을 굳이 나열해보자면 5G(5th Generation Mobile Telecommunication), VR(Virtual Reality)/AR(Augmented Reality), 홀로그램(Hologram),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고품질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신속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5G 기술의 활용이 필요하다. VR/AR은 말할 것도 없다. 비대면 상황에서 생생한 현장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VR이 해줄 수 있고 관객의 입장에서 현장의 배우나 선수들이 노출하는 정보들을 AR이 접목된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홀로그램도 마찬가지다. TV 화면이라는 평면으로 전달되지 않은 현장감을 홀로그램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대면 상황에 활용 가능한 현장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관객이 만일 가상의 공연장이나 경기장에 실제로 입장하여 퍼포먼스를 기다리는 동안 궁금해 할 만한 데이터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인공지능이 접목된 큐레이션 서비스도 기대해 볼 만 하다.
2021년의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사업자가 더욱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번 지난 1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그야말로 아무런 준비 없이 겪게 된 경험이지만, 내년에는 올해 축적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기업들도 많을 것이고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서비스의 전형을 제시하는 사업자들도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2021년에 어떠한 형태의 서비스나 기술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접목된다고 해도 결국에 핵심은 실제감의 구현 가능성일 것이다. 퍼포먼스와 반응을 얼마나 실제와 똑같이 구현해내고 선수, 배우, 관객에게 얼마나 현장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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