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 중국이 꿈꾸는 인터넷 세상(3)
중국이 꿈꾸는 인터넷 세상(3):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확인된 중국의 흔적
박성림 ([email protected])
대만정치대학 정치학과 박사 수료
서론: 세계 각지에서 확인된 중국 인터넷의 영향력
중국은 어떤 인터넷 세상을 원하며, 더불어 이 같은 중국식 인터넷 세상은 단지 중국만의 꿈일까 또는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면서 새로운 인터넷 모델이 될까?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잠시 최근 세계정세를 살펴보고자 한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은 비록 2020년 1월 양국 간 1단계 합의를 통해 잠시 진정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단계 합의 후 미국 정부는 미국 기술 및 제품을 이용해 만든 장비를 화웨이에 판매 시 미국으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2020년 9월에 발표하였고, 양국 간의 충돌은 무역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점층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국은 이미 기업(화웨이, ZTE)과 기반 시스템 및 관련 장비(화웨이의 5G 네트워크 및 관련 제품)를 두고 2018년부터 갈등을 벌이고 있다. 또한 미국은 올해 6월에 개최된 APEC 실무자급 회의에서 국경 간 프라이버시 규칙'(CBPR)을 APEC에서 독립시켜 기존 회원국 뿐 아니라 브라질 등 비회원국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했으며(1), 중국 외교부는 올해 9월 8일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의 안보 및 안정을 위해 데이터 및 개인정보보안을 감독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글로벌 데이터보안 이니셔티브를 발표(2)하며 이에 맞서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비롯해 과학기술 전반을 주도해온 미국과 5G와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규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간의 대결 국면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미·중간 과학기술 분야의 대립 국면에서 세계 각국은 과연 미국을 선택할 것인가? 또는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을 인터넷 분야로 적용하면, 기존 미국이 주도하던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을 유지할지 또는 중국이 주장하는 인터넷 주권 하에서의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을 택할 지라는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비록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의 세계적 유행을 단순한 권력정치의 논리로 설명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르지만, 적어도 인터넷을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가 미·중간의 경쟁 이슈로 부상한 오늘날 세계 각국이 어떠한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에 관심을 보이는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식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를 살펴봄으로써 사이버스페이스 분야에서의 중국의 파급력을 확인하고, 나아가 지난 2회 간 국내 수준에서 논의한 “중국이 꿈꾸는 인터넷 세상”을 국제적 수준으로 살펴봄으로서 사이버스페이스 분야에서의 중국의 목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중국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국가간의 관계
중국의 인터넷 거버넌스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의 국가들과 중국 간의 관계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지에서 서구 국가들로부터 식민지배를 겪던 수많은 민족이 민족국가 건설에 나섰으며, 그중에는 우리 대한민국 또한 있었다.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이들 지역의 민족국가 건설로 오늘날의 이집트, 나이지리아, 남아공, 짐바브웨, 수단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가 건설을 마치고 국제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 건국 이래 1950년 한국전 참전과 더불어 1960~1970년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적 격변을 겪으며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와 달리 경제성장의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와중에도 이들 신생 국가들과 국교를 수립했으며, 1963~66년 문화대혁명이 가져온 극심한 국정 혼란 속에서도 혁명 수출이라는 외교 기조하에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 내 신생국가의 정부, 정치단체들에 자금과 무기를 제공했다. 당시 중국의 이 같은 공세적인 외교정책은 베이징이 원하던 공산정권의 출범보다는 해당 국가 내 정치적 갈등을 비롯해 중국에 대한 우려만 가져왔으며, 문화대혁명이 안정기에 접어든 1970년대부터 중단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2000년도부터 해외 진출 장려 정책(走出去)을 추진하며 이들 지역으로의 기업 투자를 비롯한 정부 간 교류 협력을 강화하면서 다시금 본격화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중국 인터넷 거버넌스 수용 현황
(1)이집트
독일의 라디오 방송인 독일의 소리(Deutsche Welle)의 보도(3)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1년 자국 내 유력 포털사이트 시나(Sina, www.sina.com)와 소후(Sohu, www.sohu.com)에서 이집트라는 키워드로 검색 시 에러 메시지가 나오며, 이를 볼 때 이집트라는 검색어가 이들 포털에서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시위가 격렬히 일어나고 있었으며, 중국 내 방송국 및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에서는 시위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했다. 이는 적어도 2011년 당시 중국은 이집트의 정권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또한 양측 간 관계 또한 원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년이 지난 2018년 12월 14일 신화사는 아랍어로 된 스마트폰 앱을 서비스하는 중국 기업 원 메나(OneMena)에 관해 보도했다. 원 메나(OneMena)(4)는 본사를 베이징에 두고 있는 아랍어 스마트폰 앱을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에 지사를 두고 아랍어 어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주요 앱으로는 하야(Hayaa, 여성용 건강관리 앱), 테플라이 라이프(Tefly Life, 우리 아이의 삶, 아동 케어 앱)이 있으며, 이 외에 유저의 기호에 맞는 뉴스를 제공하는 뉴스 헤드라인(News Headlines)와 더불어 축구 뉴스를 중점적으로 서비스하는 쿠라 카페(KooraCafe)도 있으며, 2017년 창업 이래 일일 이용자가 1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같은 활발한 교류 속에서 이집트는 2018년에 논란의 여지가 큰 사이버 관련 법률들을 제정했으며, 여기에서 어렵지 않게 중국식 거버넌스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중국 관영지 글로벌 타임스(The Global Times)에 따르면, 이집트 국회는 2018년 7월 사이버범죄대응법을 통과시켰으며, 알 시시(Abdel Fattah Al-Sisi) 대통령이 8월에 이에 서명하며 법률로 제정되었다. 이 법은 정부 유관부처에 국가안보, 경제에 위협이 되는 웹사이트에 대한 폐쇄조치 및 처벌(벌과금 부과, 징역형)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이집트 국회는 같은 해 7월 SNS 구독자 수가 5,000명을 상회하는 유저를 모니터링하는 법률을 제정했으며, 국가 최고위원회에서는 가짜뉴스를 살포하거나 현행법을 위반한 정보 또는 폭력물을 유포하는 SNS 계정을 차단하기로 결정(5)했다.
이집트 시민단체들은 사이버범죄대응법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률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1년 전에 이집티안 스트리트(Egyptian Streets)의 기사에는 사이버범죄대응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중국식 거버넌스에 대한 거부반응을 드러내었다. 이집티안 스트리트는 2017년 6월 세계적으로 사이버전이 유행하고 있으며, 2007년 이스라엘의 시리아 핵시설 공격 사례를 들어 조속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6)했다. 특히 이 기사는 현재 이집트는 인터넷 관련 수입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통제할 근거가 부재하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관료들을 겨냥한 이메일 피싱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 기사는 동시에 이집트는 관광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가경제구조로 인해 이란과 중국처럼 지나치게 가혹한 법률을 제정해 인터넷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집티안 스트리트의 기사는 사이버범죄대응법에 대한 논란과 이를 잠재우기 위해 사이버전과 국내 사이버 거버넌스 관련 법적 근거 부재를 제시했으며, 또한 이 법률이 중국의 관련 법(사이버보안법을 지칭)처럼 가혹한 법이 아니라고 항변한 것은 사이버범죄대응법이 중국의 사이버보안법처럼 논란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2)나이지리아
아프리카의 중서부 해안에 위치한 나이지리아는 1억 8천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석유 생산국으로서 아프리카 내에서는 상당한 경제력을 갖춘 국가로 평가된다. 2019년 11월 5일 나이지리아 상원은 소셜미디어 규제법(Anti-social Media Bill) 초안 심의를 시작했으며, 이 법안은 안보 및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가짜 정보 유포, 지원, 관련 수뢰와 이에 대한 처벌(최대 300,000 나이라(naira), 한화 약 87만 원) 벌금형, 또는 3년 징역(7))을 다루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통과 시 비난 여론에 시달리는 무함마드 부하리(Muhammad Buhari) 현임 대통령과 그의 자족들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아이샤 부하리(Aisha Buhari) 나이지리아 대통령 영부인은 SNS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각종 가짜 뉴스의 척결을 강조하며, 이 같이 언급했다. “만약 중국이 13억 인구의 SNS 사용을 통제할 수 있다면, 나이지리아 정부가 1.8억명의 SNS 사용을 통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8).” 이는 중국의 SNS 통제를 합리적인 거버넌스 행위로 보고, 여기에 근거해 나이지리아의 SNS 통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시사 한 것이다.
(3)짐바브웨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짐바브웨(Zimbabwe)와 중국의 관계는 1960년대 초부터 형성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에머슨 음낭가과(Emmerson Mnangagwa) 현임 대통령과 콘스탄티노 치웬가(Constantino Chiwenga) 부통령은 1960년대 초 중국에서 마르크시즘과 군사훈련관련 교육을 받았다고 하며, 전임 대통령인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는 중국 지도자들로부터 “오래된 친구“라는 불릴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9)하였다. 이런 점에서 짐바브웨와 중국 간의 관계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따른 중국의 세력확대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호응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짐바브웨의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올해부터 시행 중인 사이버 및 데이터보안법(CYBER SECURITY AND DATA PROTECTION BILL, 2019, 이하 “사이버 보안법” 약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이버보안법은 (1)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해킹, 데이터의 불법취득, 음란물을 포함한 불법 게시물에 대한 처벌, (2)데이터와 민감 데이터 정의 및 보호, (3)집행기관(사이버보안센터, 데이터보호기관)에 관한 내용(10), (4)SNS 감독강화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짐바브웨 의회는 2019년 10월 사이버보안법을 통과시켰고, 이 법은 올해 5월에 발효되어 시행 중이다. 짐바브웨 정부는 2016년 무가베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사이버 보안법의 제정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지야미 지얌비(Ziyambi Ziyamb) 법무장관은 초안 제출 당시 사이버 보안법은 헌법적 권리와 대중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데이터 보호 뿐 아니라 사이버범죄 척결과 사이버보안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강조(11)했다.
이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일부 전문가들은 사이버보안법 내 SNS에 대한 감독 강화조치를 들어 이 법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짐바브웨를 비롯한 아프리카 각국에서 왓츠앱,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사용은 일상화되었으며, 왓츠앱은 약 50% 이상의 짐바브웨 인터넷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NS에 대한 규제는 자연히 시민들의 통신의 자유를 비롯해 정치적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짐바브웨 인권포럼(The Human Rights Forum of Zimbabwe)는 사이버보안법이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사이버상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남아프리카 공화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 약칭)과 중국의 인터넷 분야 협력에 관한 최근 보도는 2018년 11월 25일 스텔라 느다베니(Stella Ndabeni-Abrahams) 통신부 장관과 가오샹(Gao Xiang) 중국 국가인터넷판공실 국제협력부 부주임(12)이 중국-남아공 뉴미디어 라운드테이블(China-South Africa New Media Roundtable)에서 회동하여 사이버경제, 사이버보안, 전자정부에 관해 양측 간 협력 강화를 논의(13)한 사실을 들 수 있다. 2017년 기준 중국과 남아공간의 교역액은 3,917억 달러에 달했으며, 중국은 남아공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그러나 이날 논의 내용은 주로 사이버보안을 비롯한 ICT 산업 관련 경험과 정보 교류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또한 남아공 내 사이버보안 법률 제정현황에서도 중국과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 즉,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식 인터넷 거버넌스를 수용하는지를 살펴볼 때, 양측 간 무역량과 같은 교류가 활발하더라도 반드시 중국식 거버넌스를 수용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5)소결
정리하지만, 이집트는 국가안보 보호 명목 하에서 사이버범죄대응법을 제정해 국가안보에 위배되는 웹사이트에 대해 폐쇄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팔로워 수를 기준으로 유명 SNS 이용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비롯해 가짜뉴스 살포를 처벌하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 강화는 나이지리아의 소셜미디어 규제법(Anti-social Media Bill) 초안에서도 확인되는데, 아이샤 부하리(Aisha Buhari) 나이지리아 영부인이 중국의 예를 들어 자국의 SNS를 통제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짐바브웨의 사이버 및 데이터보안법은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불법적 행위를 비롯해 SNS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 상기 세 나라의 인터넷 거버넌스에서는 공통으로 사이버상 콘텐츠에 대한 감독 강화를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SNS상 콘텐츠 게재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SNS에 대한 감독 강화의 면모는 중국에서도 쉽게 확인된 대목이며, 중국 또한 이들 국가와 마찬가지로 SNS를 통한 콘텐츠 게재 시 국가안보와 사회안정 측면에서 자국 방침에 위배될 경우 게시물 삭제를 비롯해 계정 폐쇄 조처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SNS 감독 강화가 과연 중국의 인터넷 거버넌스를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 점에서는 필자는 이들 국가의 현재 정치적 상황을 고려 시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본다. 현재 상기 세 나라 모두 국내 정치적 갈등이 안정국면으로 바꾸지 않은 상황이며, 집권자 측이 안정을 명목으로 인터넷이라는 매개체에 대한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일 뿐, 이를 “중국식 인터넷 거버넌스”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록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경제 및 사회교류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으나, 나이지리아와 짐바브웨의 사례와 같이 중국식 사례를 인용한 경우에는 적어도 중국의 전례를 참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이집트의 경우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남아공에 있어서 중국은 최대 무역 파트너이지만, 양측간 ICT 교류 사례는 국가 간 일상적인 교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인터넷 거버넌스 수용 현황
(1)캄보디아
인도차이나반도의 동부에 위치한 캄보디아는 베트남과 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구 1,625만 명의 국가다. 2020년 기준 네티즌 수가 1,600만 명에 달하며, 2016년 당시 네티즌 수가 5백만 명이었으나 불과 4년 만에 거의 전 국민 모두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가로 발돋움하였다.
캄보디아의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해 최근 두 가지 중요한 보도를 들 수 있다. 우선 지난 9월 2일 일본의 유력 주간지인 니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가 모든 인터넷 트래픽을 국가 인터넷 게이트를 통해 통해서 경유시킬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14)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통신부에서 임명한 관리자가 국가안보 및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국가 인터넷 게이트웨이를 관장하여 안보, 사회질서, 문화, 전통 및 관습에 영향을 미치는 웹사이트를 차단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미국의 목소리(Voice of America」는 지난 11월 캄보디아 정부에서 사이버범죄대응법(Cyber Crime Law) 제정을 추진하는데 대해 국내 시민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15)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법 제정을 추진했으며, 올해 8월에 유출된 사이버범죄법 초안에 따르면, 이 법의 주요 내용은 1)사이버범죄 조사를 위한 경찰 및 법원의 조사권, 2)서비스 제공자의 의무, 3)가짜뉴스 살포 처벌, 4)음란물 및 지재권 위반사례 처벌 등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잠시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서비스 제공자는 통신시스템을 통해 타인의 행동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서비스 이용자에게 통신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자로 정부의 자료 요청 시 응대를 위해 최소 180일간 트래픽 데이터의 보존 의무를 진다. 그러나 “통신의 가능성”, “통신 시스템”이라는 문구만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인지 또는 휴대전화 서비스 제공자인지 확실치 않다. 두 번째로 제45조에는 정보기술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공공안전을 위협하거나 또는 캄보디아와 타국의 우호관계를 위협하는 가짜뉴스 살포에 대해 벌금(미화 약 2,500 달러) 또는 징역형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로 제40조에는 컴퓨터로 간섭, 공포, 위협, 남용 행위 시 최대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데이터 트래픽 의무 저장기간이 최소 180일에 달할 경우 서비스 제공자를 비롯해 정부기관이 언제라도 사용자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또한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가짜뉴스”살포에 대한 처벌 규정의 경우, 단지 가짜뉴스라고만 명시했지 어떤 기관 또는 개인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 가짜뉴스를 규정할지에 관해 명확한 정의와 절차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권 관찰(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는 올해 초 가짜 뉴스 살포를 들어 약 30여명의 시민을 체포(16)한 전례가 있다고 한다.
(2)베트남
베트남은 지난 2018년 사이버보안법을 제정해서 2019년부터 시행중이며, 온라인 콘텐츠 감시(국가규정 금지 콘텐츠 게재 웹사이트 접속금지 )를 비롯해 데이터 현지저장 등 중국이 주도하는 인터넷 거버넌스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선 베트남 사이버보안법 또한 중국의 사이버보안법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이용자의 정보를 자국 내 서버에 저장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제26조에는 베트남 국적 이용자가 디지털 계정 개설시 이에 관한 관리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 베트남 정부에서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의 게재 및 전달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제8조와 제15조에 규정되어 있다. 세 번째로 정부 유관부처의 요청시, 요청을 접수한 24시간 내에 해당 정보의 삭제, 공유금지 조치를 시행(제26조)해야 할 것도 명시(17)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사이버보안법 제정 과정은 중국만큼 순탄치는 않았다. 2018년 6월 10일 호치민과 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 사이버보안법을 비롯한 경제특구법 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으며, 인권단체들은 약 만 여명에 달하는 시위자 중 수백 명이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언급했다. 비단 공개 시위 뿐 아니라 74명의 변호사가 국회에 사이버보안법은 헌법에 보장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비록 이 같은 저항은 사이버보안법 제정을 저지하는데 역부족이었으며, 6월 12일 베트남 국회는 찬성 423표 및 반대 15표, 기권 28표로 사이버보안법을 통과(18)시켰다.
사이버보안법 제정 외에 특이한 점으로는 사이버 부대의 창설을 들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18년 1월 자국의 인터넷 주권 보호를 위해 사이버 부대를 창설(19)한다고 발표했다. 47 부대(Force 47)로 명명된 이 부대의 주 임무는 온라인전 연구 및 전망이며, 약 1만 명에 달하는 병력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한다.
(3)라오스
동남아시아의 주요 강대국 중 하나인 태국과 동아시아 강대국인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중국과 친화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루웨이(盧偉) 중국 국가인터넷판공실 주임은 히엠 폼마찬(Hiem Phommachanh) 라오스 통신부 장관은 2015년 9월 13일 중국 광시좡족 자치구의 난닝에서 열린 중국-아세안 정보허브 포럼을 계기로 사이버스페이스 협력 및 진흥 MOU를 체결(20)했다. 또한, 2020년 9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Global Initiative on Data Security)를 발표 당시, 라오스 정부는 즉시 이 제안이 역내 국가 및 지역사회의 기술발전 및 정보보안과 국가안보측면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지지성명을 발표(21)했다.
(4)소결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중국과 교류가 활발할 뿐 아니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국가안보 및 사회질서를 명목으로 들어 국가 주도의 인터넷 트래픽 감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사이버범죄대응법 초안 제45조의 “캄보디아와 타국 간 우호 관계 위협 가짜뉴스 살포” 또한 국가 안보적 시각에서 나온 내용이다. 앞서 아프리카 사례에서 지적했듯이, 캄보디아 또한 국내 정치적 갈등이 극도로 심화하여 정당 해산 명령이 시행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 안보와 가짜뉴스 살포에 대한 처벌은 캄보디아가 처한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전례 없이 자국과 우호국 관련 가짜뉴스 살포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것은 캄보디아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에 대한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라오스 또한 캄보디아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구체적인 인터넷 발전 현황이 확인되지 않은바 평가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의 사례는 사이버보안법에서 이용자 정보의 자국 내 저장과 자국 정치체제에 반하는 콘텐츠 게시 금지와 정부 요청 정보에 대한 즉각적인 삭제 등 내용을 찾을 수 있다. 비록 베트남과 중국 간에는 남중국해 영토 분쟁과 과거부터 동남아시아 지역 패권을 두고 다툰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 등 각종 갈등 사례들이 있었으나, 양국 모두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동시에 정부 주도의 감독과 인터넷 주권을 내세운 점에서 적어도 베트남이 중국의 사례를 상당히 참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0년 9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Global Initiative on Data Security)를 발표 당시, 라오스 정부는 즉시 이 제안이 역내 국가 및 지역사회의 기술발전 및 정보보안과 국가안보측면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지지성명을 발표(22)했다.
결론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이미 10년이 흘렀으며, 이 기간에 가장 큰 변화는 1990년 탈냉전 시대 동안 세계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사회질서, 문화, 학술 등 여러 방면에서 세계 추세를 주도하던 미국이 과거보다 약화하였다는 것이다. 더불어 세계의 공장이자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국이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미주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투자와 수입을 통해 새로운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와 더불어 2018년부터 점차 가시화된 미국과 중국의 과학기술전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또한 자신의 기술과 모델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며, 실제 중국은 인터넷 또한 국가 주도하에서 감독 되는 영역에 불과하며, 각국 정부는 자국의 실정에 맞는 거버넌스를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서 사이버보안법과 같은 인터넷 감독법률을 제정했다. 이 같은 중국식 거버넌스는 중국이 관계 구축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일부 사례에서 확인되었으며, 짐바브웨와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캄보디아의 경우 자국 거버넌스에서 중국의 경험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베트남 또한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사이버보안법에서 중국식 거버넌스를 참고한 흔적이 확인되었다. 비록 중국식 거버넌스가 이들 국가에 미친 영향은 아직은 전면적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확인한 것은 이들 국가의 상황에서 볼 때 중국식 인터넷 거버넌스가 매우 매력적이라는 점이며,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 있어서 고민되는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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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 | Businesstech, 25 November, 2018, South Africa to ramp up ICT collaboration with Chi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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