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1] 유튜브 HDR 라이브 론칭. 이용자 확보에 더 필요한 전략은?
유튜브 HDR 라이브 론칭. 이용자 확보에 더 필요한 전략은?
최홍규 ([email protected])
EBS 연구위원 / 미디어학 박사
‘실시간’, ‘고화질’, ‘고선명도’를 달성한 유튜브
유튜브는 2010년 4K급 동영상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2016년 11월에는 HDR 급 동영상을 선보였다. 그리고 2016년 12월에는 4K급 동영상을 ‘라이브’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12월에는 라이브 HDR을 시작했다. 이제는 ‘실시간’으로 ‘고화질’, ‘고선명도’의 화면을 모두 전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튜브는 이제 기존 방송의 영역에서 구현하는 영상의 품질에 근접하고 있다. 아니 이미 따라잡았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라고 본다.
4K는 국제전기통신연합인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가 승인한 UHD(초고선명, Ultra High Definition) 영상기술방식의 하나다. 화소 수로 따지면 가로 4,096, 세로 2,160의 해상도를 의미하며 기존 풀HD급 기술보다 화소 수가 4배나 많아 화질이 뛰어난 영상기술의 대명사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UHD 계열의 영상기술은 빛의 범위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가령 사람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밝기는 0에서 4만 니트(nit)까지 범위가 넓은데 UHD는 100니트 이상의 화면을 구현하지 못했다.
이를 보완한 것이 HDR이다. 이른바 ‘고(高) 다양성 범위’라고 해석되는 ‘High Dynamic Range’의 줄임말로 밝은 곳을 더 밝고 어두운 곳을 더 어둡도록 명암을 확실히 구분해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화면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를 극대화하여 영상을 보다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튜브의 공식 블로그에서 제시하는 영상의 사례를 살펴보면 기존 SDR(Standard Dynamic Range)과 HDR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확실히 유튜브 이용자들은 HDR의 등장으로 더 밝고 선명하게 유튜브 동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신의 TV’가 ‘우리 모두의 TV’로
유튜브는 원래 당신을 뜻하는 ‘you’와 텔레비전(television, 이하 TV)을 뜻하는 ‘tube’의 합성어이다. 그래서 유튜브는 ‘당신의 텔레비전’, ‘당신이 출연하는 텔레비전’, ‘당신이 제작하는 텔레비전’ 등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처음에 유튜브가 등장하였을 때만 해도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텔레비전과는 다른 성격의, 텔레비전의 아류라는 느낌이 강했다. 아무리 유튜브가 ‘당신’이라는 ‘개인 방송국’이 만드는 TV를 표방하고 있다고 해도 이는 TV의 대체물 같은 성격이 강할 뿐, 유튜브가 TV보다 더 나은 서비스로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유튜브가 UHD급의 화질을 구현하고 4K, HDR을 실시간 화면으로 구현해내면서 유튜브는 텔레비전의 아류가 아닌 TV 플랫폼 본류의 서비스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해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TV라는 기기의 진화과정에서 화질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고 TV에서 구현 가능한 화질을 송출해 주었던 곳은 기존의 방송 플랫폼인 방송국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튜브도 훌륭한 품질의 영상을 송출할 수 있게 되었으니, 유튜브는 그야말로 ‘당신’에게만 인식되는 TV의 아류 콘텐츠 서비스가 아니라 TV를 알고 있는 서비스 이용자 모두에게 TV급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유튜브가 지난해인 2020년 12월 HDR 급 동영상을 라이브 서비스로 론칭한 의미는 단순히 화질의 품질 좀 향상한 데서만 의미를 찾으면 안 된다고 본다. 그보다는 유튜브가 이미 TV를 대체하고 있고 적어도 콘텐츠를 모아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로서는 그 사업자적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유튜브에 더 남은 숙제는 무엇일까?
이제 유튜브는 더 이상 개인이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새로운 붐을 만들어내는 서비스가 아니다. TV의 아성에 도전하는 TV의 대체물도 아니다. 수준 낮은 품질의 동영상이 모여있는 서비스도 아니다. 유튜브는 그 자체로 TV의 개념을 바꾼 새로운 TV 서비스인 셈이다. 적어도 이용자들에게는 TV의 개념을 바꾼 서비스, 방송국의 개념까지도 새롭게 정의한 서비스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앞으로 어떠한 숙제를 풀어야 더 발전해 나갈 것인가? 필요한 전략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양질의 내용이나 구성을 갖춘 콘텐츠도 확보되고 있고 콘텐츠를 선명한 화질로 송출하는 기술도 갖췄다면. 또한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기반으로 하는 확장성까지 갖췄다면 유튜브에 더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유튜브가 앞으로 플랫폼들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종의 ‘그랜드 플랫폼(grand platform)’ 전략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본다.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로서 다양한 동영상 노출 채널을 유튜브라는 공간에 한데 묶어내는 전략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이제는 다양한 플랫폼들에서 동영상 생산이 늘어나고 이를 담아내는 채널도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요즘은 유튜브에서 생산된 동영상이라고 해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서비스에서 공유되는 콘텐츠 중 하나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유튜브 동영상이 노출될 경우 유튜브라는 라벨(label)은 잘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생산된 콘텐츠라는 표시는 드러나지 않고 단지 소셜미디어 소통의 소재로 유튜브 동영상이 활용될 뿐이다. 유튜브라는 브랜드는 점차 사라지고 동영상들만 플랫폼을 바꿔 확산하는 꼴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한다면 유튜브는 하나의 콘텐츠 공급자로 인식될 뿐 플랫폼으로서의 이미지가 사라지게 된다. 마치 수많은 신문사나 방송사가 유튜브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업자 이미지를 얻게 된 것처럼 말이다. 유튜브가 동영상 플랫폼으로 위치를 공고히 하려면 이용자에게 동영상 콘텐츠가 공유되는 공간으로 어필할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모여있고 검색할 수 있으며 큐레이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더욱 심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플랫폼이든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경쟁 플랫폼이 생기는데 플랫폼 중에서도 우위에 있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튜브의 HDR 서비스는 유튜브가 ‘고품질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걸로만 부족하다. 고품질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유튜브라고 해도, 해당 영상에 대한 유튜브 링크만 있으면 이 영상은 어떠한 웹/모바일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즐기기 좋은 콘텐츠로 전락할 뿐이다. 결국, 유튜브가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나가기 위해서는 링크를 타고 들어온 이용자들이 유튜브라는 공간 안에서 더 머물러 줘야 한다.
이용자들이 유튜브라는 공간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는 시청자, 출연자, 제작자 등 콘텐츠 생산과 이용에 참여하는 이용자들이 서로 자유롭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 서로의 의견을 다양하고 재미있게 표출할 수 있는 도구들의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이 ‘좋아요’를 만든 다음에 ‘싫어요’도 만들고 ‘슬퍼요’도 만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웹/모바일 플랫폼이라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통한 효과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짧고 간결한 의견 표출 도구를 만들어낸 것이다. 유튜브도 이러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
결국, 유튜브가 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플랫폼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고 이용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 플랫폼들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플랫폼 무한 경쟁 시대에는 이제 열여섯 살 된 유튜브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긴, 이미 시장에서 사라진 수많은 플랫폼도 그들 자신이 몰락할 것을 예상한 플랫폼은 하나도 없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웹/모바일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 말고도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사업자들이 너무 많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IS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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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 https://www.youtube.com/watch?v=d9O7N3GkG_o |
2. | ⇡ | https://blog.youtube/news-and-events/seeing-believing-launching-hdr-live-streams |
3. | ⇡ | https://www.youtube.com/watch?v=7wGyK4779jU |
4. | ⇡ | https://www.youtube.com/watch?v=LXb3EKWsIn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