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2] 가상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산업 현장, 디지털 전환의 완성

 In KISA Report

가상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산업 현장, 디지털 전환의 완성

최호섭 ([email protected])

IT컬럼니스트

시장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아

디지털 트윈, 디지털 속 산업 현장의 메타버스

메타버스의 가장 큰 의미는 가상의 공간이 하나의 존재로 인정을 받는다는 데에 있다. 가상 공간의 의미는 다시 갈라 볼 수 있는데, 게임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처럼 실재하지 않는 공간을 가상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만져볼 수 있는 공간과 사물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할 수도 있다.

전자를 대표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세컨드 라이프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가상의 환경들이 갖춰지고, 그 곳에 현실과 전혀 다른 성격의 또 다른 내가 움직인다. 이 공간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과 환경을 녹여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실과 관계 없는 말 그대로 ‘가상의 환경’이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단어의 등장 이전부터 산업게는 이미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끌어안고 있었다. 넓은 의미의 협업이 가상에서 이뤄졌고, 조직 구조도 단순히 물리적으로 책상이 놓이는 부서 외에도 태스크포스나 소규모 프로젝트 등 유연성을 중심에 두고 여러 팀이 얽히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제품 설계는 시제품을 만드는 프로토타이핑에 몇 달씩 시간을 쓰는 대신 시뮬레이션으로 정상 작동을 검토한 뒤에 생산 준비를 시작한다.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모든 데이터가 집중되면서 산업 현장의 메타버스화는 본격적으로 가속되고 있다. 산업 분야의 메타버스는 시간과 비용 등의 비즈니스적 의미 외에도 안전과 편의성, 환경 문제 등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상 공간 속에 또 하나의 세상을 반영한 현장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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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서의 디지털 트윈

디지털 트윈은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한 부분으로 오랫동안 고민되어 왔다. 말 그대로 디지털 공간에 ‘쌍둥이’ 환경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개념을 처음 만들어낸 제너럴일렉트릭은 ‘물리적 자산, 시스템,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로 표현하는 것’으로 디지털트윈을 설명한다. 작은 환경의 변동에도 예민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모든 환경을 가상화하고, 단순한 상황 예측이 아니라 갖가지 센서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 그리고 가까운 앞날의 상황에 대한 정확도를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되는 것이다.

초기 디지털 트윈이 탄생한 배경에는 엔지니어가 설계한 사물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면서 일어나는 상황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 방법의 고민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모든 설계에는 유한요소 해석 등 수치적인 연구가 뒤따라 왔는데, 아예 설계 데이터와 작동 환경을 디지털 환경으로 옮겨서 현실적인 변수들을 반영할 수 있다면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리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제네럴일렉트릭은 2020년 기준, 120만 여 개의 디지털 트윈을 관리하고 있다. 펌프, 압축기를 비롯해 터빈, 발전소 등 작은 부분부터 전체 시스템까지 아우를 수 있는 솔루션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운영 자산을 디지털화하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미리 내다보고 관리할 수 있는 예지 정비, 예지 보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이용해 항공기의 제트엔진, 발전소 등 다소 거칠고 예민한 환경에서 고가의 장비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고장이나 가동 중단, 안전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160억 달러 대의 관리 비용을 절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디지털 트윈을 클라우드에 꾸릴 수 있는 애저 디지털 트윈을 발표했다. 사물인터넷 기반 기술에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해서 다양한 환경 변수를 추적해 제품을 관리하고 정비와 개발을 반영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를 바탕으로 풍력 발전에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바람과 온도를 비롯한 기후 환경을 체계적으로 기록, 추적해 최적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풍력 발전 환경을 결정하고 운영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건물, 공장, 농장, 철도 등 도시 전체를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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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가상 공간화, 디지털 속 자연스러운 흐름

디지털 트윈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기업들이 이 변화를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이미 많은 산업이 디지털 정보를 담아내고 있다. 자동차나 항공기 설계부터 건축물까지 우리 세상의 모든 요소들이 컴퓨터로 설계된다.

수 십 만 개의 부품이 빈 틈 없이 정교하게 결합되어야 하는 항공기도 PLM 안에서 조립과 생산 편의성, 안전 시험까지 모두 마칠 수 있다. 심지어 재료의 수급과 공장 환경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비용과 생산 효율성을 검토해 곧바로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이 설계 환경을 가상의 세계에 반영하는 셈이다. 일반적인 형태의 메타버스 환경과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 환경을 자연스럽게 가상 공간으로 옮길 플랫폼만 준비되면 그 자체가 하나의 메타버스가 되는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공장 설비와 설계를 가상 공간으로 옮기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이미 오래 전부터 차량 설계는 디지털화되어 있었고, 각각의 부서들이 개발한 부품들의 정보는 클라우드에 체계적으로 쌓아 왔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협업이 이뤄졌고, 정보의 유실이나 혼선을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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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동 설계 시스템은 업무의 효율과 보안 등 일하는 환경과도 관계가 있지만 이 데이터를 가상 공간으로 가져갔을 때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당장 차량의 설계 과정에서 만들어진 각 요소들을 조립해보는 것은 물론이고, 기대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필 수도 있다. 또한 실제 크기로 가상 공간에 차량을 만들 수 있다 보니 설계 중에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도 있고, 실제 운전석에 앉았을 때 인체공학적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차량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검토가 동시에 이뤄지게 되면서 제품의 완성도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최근 자동차 업계의 신차 개발 주기가 18개월 단위로 짧아지고,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내부 구조와 인터페이스가 급격하게 바뀌는 상황에서 가상 현실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또한 차량의 설계 뿐 아니라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 설계에도 가상현실을 적용해 작업자들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동선을 비롯해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도 해 왔다.

자동차 설계에서 가상 공간이 차량의 설계 공간이고, 실험 공간이고, 작업 공간이 되는 셈이다.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은 설계 데이터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가상의 제품이 움직일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산업 플랫폼으로서의 메타버스, 지도 그 이상의 가치

자연스럽게 디지털 트윈은 국가적인 자원으로 고민될 수밖에 없다. 지도 데이터처럼 가상의 공간을 모델링하고, 활용하는 것 역시 중요한 플랫폼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도 이와 관련해 ‘디지털 트윈 국토’라는 이름으로 공간 정보를 디지털 트윈의 배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상 국토를 마련하는 것이다.

단순히 지형을 모델링하는 것을 넘어, 그 위에 온도, 날씨, 풍량을 비롯해 건물 정보, 유동인구 등 다양한 데이터를 얹어서 실제 지형 정보를 똑같이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이는 도시의 운영 뿐 아니라 산업 환경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토 디지털 트윈이 ‘디지털 뉴딜’이라고 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상 공간이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다양한 활용 사례와, 정보 수집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드론으로 지형을 탐색해 탄소 중립을 위한 숲 조성 위치를 선정하는 사업을 냈고, 강원도 홍천군은 빈집 증가에 대한 대응, 관광 입지 분석, 방재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꺼내 놓기도 했다. 이 데이터들이 쌓이고 집중될 수록 활용가치가 높아질 뿐 아니라 토목, 건설을 비롯해 차량 주행 실험이나 문화재 관리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 역시 장기적으로는 개별 차량의 문제가 아니라 교통 환경, 통행량을 기반으로 한 도시 환경적인 부분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 역시 디지털 트윈으로 교통량을 파악하고, 적절한 답을 실시간으로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공간 정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메타버스 속 도로가 도시 운영의 답을 찾아주는 것이다.

의외로 산업 현장에서 많이 나오는 갈등의 이유가 “꼭 해 봐야 아냐”라는 질문이다. 이유는 돈과 시간 때문이다. 세상은 더 복잡하게 얽혀 있고, 제품, 산업, 건축, 토목 등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요소들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더 치열해지는 산업 환경에서 시간과 비용의 제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를 가상공간에서 부담을 덜어내고 자유롭게 다양한 환경하에서 실험할 수 있다면 제품 개발과 운영 등 모든 과정의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다.

단번에 완벽한 설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실제 현장을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들은 매우 중요하다. 테슬라의 가치가 차량 그 자체를 넘어 차량이 도로에서 수집하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현실 기반의 데이터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가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밀한 메타버스는 산업계에서 흥미를 넘어 세상을 반영하는 또 다른 세상이라는 의미로 반드시 고민되어야 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IS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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