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3] 온라인 게임과 확률형 아이템, 그리고 게이머들의 목소리
온라인 게임과 확률형 아이템, 그리고 게이머들의 목소리
최호섭 ([email protected])
IT컬럼니스트
최근 게이머들의 관심이 게임 대신에 트럭 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 개발사와 운영사에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수단으로 광고, 홍보에 쓰는 트럭을 활용하는 것이다. 게임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이슈들은 끊이지 않았지만 요즘의 게임 논란은 단순한 불만이나 클레임의 수준을 넘어 전체 게임 환경을 돌아보게 한다.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그 중심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하는 것은 명백한 흐름이다. 게임이 문화적으로도 인정을 받으면서 취미로 뚜렷하게 자리를 잡았고,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게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게임 성장에는 게임 인구가 늘어나고, PC 뿐 아니라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도 있지만 게임 기업들의 매출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 시장이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단번에 모든 게임 내용을 정가에 판매하는 패키지 게임보다 무료로 게임 진입의 문턱을 낮추고 아이템과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이용자당 매출을 높이는 것이 최근 게임 업계의 흐름이다. 결국 게임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아이템이 수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좋은 아이템을 확률로 결정하는 확률형 아이템, 이른바 ‘가챠(Gacha)’가 있다.
가챠는 동그란 캡슐에 무작위로 장난감을 넣어두고, 동전을 넣어서 뽑는 일본의 뽑기 게임을 말한다.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고,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성취감도 높다. 이 무작위에 기반한 뽑기는 이제 게임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장 조사기관 주피터리서치는 2020년 전 세계 확률형 아이템 시장 규모를 150억 달러, 한화 약 17조 원으로 봤다. 주피터리서치는 2025년에는 200억 달러, 우리돈 약 23조원 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아이템을 뽑는 것은 게임의 일상이 됐고, 지금도 전체 게임 인구의 5%가량이 이 가챠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가챠는 확률에 기반하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이용자로서는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뽑기에 반복적으로 돈을 지불한다. 적절한 확률은 재미를 만들어내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 적절한 ‘정도’에 대한 생각은 개발사, 운영사, 이용자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확률에 기반한 아이템 뽑기는 더 많은 과금을 자극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정책과 운영에 대한 마찰은 시장 규모 만큼이나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트럭이 게임 관련 기업들 입구를 점령하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이제 본격적으로 게이머들과 게임 회사들 사이의 ‘공성전’이 시작됐다는 메시지다.
‘게임 내에서 물건을 팔다‘
게임 내에서 콘텐츠를 판매하는 문화는 스마트폰의 앱 내 결제보다 더 일찍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게임은 패키지를 구입하거나 월 요금을 내고, 그 안에서 얻어지는 아이템은 누구나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도록 했다. 공략집을 통해 어디에 가서 어떤 적을 해치우면 더 강력한 칼을 얻는 식이었다.
‘울티마 온라인’이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초기 온라인 게임들도 월 접속 요금을 주 수익원으로 서비스를 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역시 접속 요금을 바탕으로 시작한 서비스다. 하지만 게임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게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사회의 모습을 갖게 됐다.
수천억 원의 돈이 도는 경제 구조는 물론이고, 정치와 문화가 각 게임의 세계관 속에 녹아든다. ‘리니지’나 ‘메이플 스토리’처럼 20년이 훌쩍 넘은 시스템은 어떤 면에서 초기 메타버스 형태를 띤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안에서 게임 머니는 실제 돈의 가치를 갖게 됐고, 아이템 역시 희귀성과 한정성을 바탕으로 재화로서 인정을 받는 문화가 생겼다. 이른바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게임들이 플랫폼 안에서 운영되면서 결제가 더 쉬워졌고, 게임 개발사들도 직접 게임에 필요한 요소들을 판매하기 쉬워졌다. 이는 온라인 게임 뿐 아니라 패키지 형태의 콘솔 게임에서 더 먼저 활성화됐다.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360, 2006년 플레이스테이션3 등 7세대 콘솔 게임기가 등장하면서 온라인 마켓을 통해 게임을 판매하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에 좋아하는 캐릭터의 옷을 갈아 입히거나, 비행기에 특정 문양을 새기는 등 게임의 내용을 바꾸지는 않지만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아이템의 판매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누가 이런 걸 사나?’라는 반응으로 시작했지만 남코의 ‘아이돌마스터’처럼 팬덤 중심의 게임들은 게임 개발사들도 놀랄 만큼 반응이 좋았고, 게임 패키지보다도 아이템을 파는 것이 더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례도 만들어졌다. 결국 온라인과 플랫폼 중심의 게임 문화는 게임의 수익 구조를 바꾸어 놓았고, 이는 다시 게임의 문화를 바꾸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온라인과 모바일, 확률 아이템의 시대
하지만 많은 이용자들이 모여서 경쟁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무조건 좋은 아이템을 비싸게 판매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좋은 아이템은 게임의 진행을 더 쉽게 돕는데, 이게 결국 게임 전체 밸런스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게임의 기본은 ‘실력’이 중심이 되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누군가가 새로 시작하자마자 큰 돈을 들여 좋은 아이템을 단번에 갖추고 남들보다 앞서 나간다면 기존 이용자들로서는 게임에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 개발사들은 직접 아이템을 파는 대신 아이템을 뽑거나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유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이템을 직접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많은 돈으로 단숨에 아이템을 구입해서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명분을 주기에 좋기 때문이다. 물론 그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더 많은 시도를 하는 것 뿐이기 때문에 매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사행성 논란이 이어진다. 경쟁의 중심이 이용자의 노력이나 실력이 아니라 ‘재력’이 된 셈이다. 물론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도 확률 기반으로 배포한 무료 아이템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수 억원 씩 팔리는 것을 마냥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를 적절히 매출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다. 가챠는 가장 효과적이고 공정해보이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어떤 의도로 시작했건, 현재의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은 확률에 기반해 막대한 과금을 유도하게 짜여져 있다. 예를 들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의 경우 능력치를 높여주는 ‘문양’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최고 수준으로 맞추려면 문양 하나에 4~5천 만원 정도를 투자해서 뽑아야 하고, 이를 통해 캐릭터 하나를 완성하려면 3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당연한 ‘룰’로 꼽힌다. 5천원 결제해서는 절대 이들과 균형을 맞출 수 없는 셈이다. 결국 뽑기의 결과가 ‘운’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금’에 달려 있는 것이다.
‘뽑기’는 과연 공정했나
최근 트럭이 호황을 누리는 가장 큰 이슈의 중심에도 확률형 뽑기가 있다. 최근 넥슨이 메이플스튜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속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에는 아이템의 능력치를 높이기 위해 ‘큐브’ 아이템을 뽑아 아이템의 속성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있다. 당연히 큐브는 확률형 아이템이고, 그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미리 알 수 없다.
큐브는 세 가지 조건을 맞춰야 한다. 큐브에서 나오는 능력치는 모두 다섯가지로, 중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5의 3제곱인 125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이용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보스를 더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능력, 혹은 몬스터의 방어력을 무시하는 능력인데, 이게 겹쳐져서 나오는 것을 ‘보(스)/보/보’와 ‘방(어력)/방/방’으로 부른다. 그런데 이 뽑기가 2011년부터 10여년 동안 이어져 오는 동안 이용자들 사이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해야 원하는 속성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왔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애초에 이용자들이 원하는 궁극의 조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확률형 게임에 대한 논란과, 규제의 움직임이 나오자 게임 개발사들은 자율 규제에 기반해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심스럽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넥슨도 2월,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을 공개했다. 그런데 넥슨의 발표에서 공개된 큐브 뽑기 경우의 수는 모두 120가지였다. 다섯가지가 빠진 것이고, 그 중에는 ‘보/보/보’와 ‘방/방/방’도 끼어 있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1등 없는 복권’에 10년을 속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넥슨의 설명은 게임의 난이도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가장 강력한 잠재 능력치는 알고리즘으로 막아 두었다는 것이다. 완전한 무작위도, 확률 기반도 아니었다고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특히 수 십 억씩 쏟아 붓는 이용자들이 많은 게임이다. 1년에 거의 1조원씩 되는 매출이 대체로 이 확률 아이템에서 나온다. ‘문양’이라는 능력치 강화 뽑기 아이템이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이머들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올 초 리니지M의 문양 시스템 당첨 확률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뽑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확률이 개선됐다고 해도 여전히 억대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바뀐 확률에 대해 기존 이용자들이 부당함을 호소했고, 결국 엔씨소프트는 정책을 바꾸어 확률을 원래대로 되돌렸고, 그 아이에 뽑았던 문양의 결과도 취소했다.
그 사이에 한 이용자는 1억 6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는데, 아이템을 잃게 됐고, 환불을 요구했다가 5천만 원 상당의 아이템밖에 돌려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약관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면서 양측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확률은 게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단순히 즐기는 수준을 넘어 막대한 과금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원하는 재화를 얻어내는 것이 바로 ‘사행성’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 뽑기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적절한 뽑기는 재미를 주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되면 사행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 역시 재미보다는 아이템을 위해 막대한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 피로를 느끼고, 게임을 떠날 수 있다.
2018년 벨기에 정부는 게임 속 확률 아이템의 사행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서 직접적으로 현금이 들어가지만 본인이 구입할 상품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결과적으로 아이템이 게임상에서 경험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도박에 준하는 사행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와 2K게임즈 등은 이를 받아들여 벨기에 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FIFA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 게임에 랜덤박스를 도입해 선수나 아이템을 제공하는 E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갈등을 빚었다. 벨기에 게임 위원회는 EA를 소송하는 등 규제를 이어갔고, 결국 EA는 2019년 전리품 상자 등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를 중단했다.
일본은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컴플리트 가챠는 유료로 파는 개별 확률형 아이템들을 모아서 조건을 만족하면 특정 능력치를 더 주거나, 상위 등급의 아이템으로 바꿔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1번부터 10번까지 가챠 아이템을 모두 모으도록 하는 것인데, 개별 아이템이 나올 확률에, 전체 아이템 세트가 완성되는 확률이 더해지기 때문에 사행성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단순 뽑기를 넘어, 특정 아이템, 예를 들어 1번부터 10번 사이에 9번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줄이면 이용자로서는 뽑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특정 아이템 한 가지를 뽑기 위해 더 많은 뽑기가 이뤄지기 때문에 결국 더 많은 결제를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법보다는 기존 경품 제공에 관련된 법을 기반으로, 게임 속 아이템을 ‘카드’로 분류해 조합을 통해 다른 성격을 갖는 경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해서 컴플리트 가챠를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확률 게임의 문제가 불거지자 여러가지 법안이 검토되고 있다. 오랫동안 이용자들의 개선 요구가 있었지만 여전히 여러가지 문제가 이어지면서 규제에 대한 요구도 늘어났다. 결국 규제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게임 업계는 ‘자율 규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팔을 걷어붙였다.
개선 방향으로 확률 정책을 공개하고, 확률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앞서 소개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갈등이 바로 이 확률 정책의 변화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는 여러가지가 지적되지만 특히 가챠를 열었을 때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오랫동안 언급되어 왔다. 복권도 확률이 알려져 있고, 여타의 뽑기 게임들도 대부분 1등에 당첨될 확률이 공개되어 있지만 게임만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던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이 0에 한없이 수렴한다면 도전의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용자들의 목소리다.
‘법률 규제 vs 자율 규제’, 중요한 것은 이용자
현재 국회에서 고민되는 규제는 여러가지다. 게임의 현실을 반영해 전반적인 법안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부터, 일부 문제들을 하나씩 꼬집어 가며 해결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를 비롯해, 게임 등급 분류, 게임 광고 등 전반적인 규제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중 뽑기 시스템인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본의 예를 통해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당연히 게임 업계는 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게이머들이 월 이용료나 패키지 구매 등 결제에 적극적이지 않고 무료로 즐기려고만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확률 아이템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아래로 제한하는 것은 게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한 본질적 부분”이라며, 그 비율에 대한 고민이 대표적으로 게임 개발사들의 영업 비밀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확률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게임의 현재 상황에 따라서 미세하게 계속해서 변동이 이뤄진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 마디로 정확한 확률을 공개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영업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대신 업계는 자율규제를 바라는 목소리다. 당연히 규제보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균형을 찾는 것이 더 좋은 모양새일 뿐 아니라 운영의 방향성으로서도 맞다. 하지만 게이머들과의 공감대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
최근 넥슨의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전반적인 운영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고, 결국 개발사와 이용자들 사이에 14시간이 넘는 간담회가 이뤄졌다. 간담회를 마친 이용자들의 반응은 개발, 운영사의 게임에 대한 애정이 이용자들과 한참 거리가 있다는 쪽이었다. 다행히 토론회가 끝난 뒤 넥슨은 이용자들의 반응을 토대로 새로 만들겠다고 입장을 밝혀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근 일련의 상황을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그리고 적지 않은 매출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는 고객들을 푸대접하는 유일한 산업이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용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넷마블의 페이드 그랜드 오더는 2021년 시작과 함께 아이템을 나누어주는 이벤트 정책을 번복하면서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고, 결국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논란이 이어지며 트럭을 보내는 첫 사례로 새해를 시작했다. 대체로 이용자들의 불만은 게임 운영의 부당함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그나마도 대부분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약관’을 이유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소비재나 서비스 중에서 이런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결국 트럭은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이용자들의 현실 속 공성전의 한 문화로 번져가고 있다.
모든 문제에 규제부터 움직이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게임을 바탕으로 한 규제는 그 동안 업계와 이용자들에게 많은 원성을 사 왔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창의성이 드러나는 것이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게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보다 불편함과 부당함을 느끼고 있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 동안 이용자들이 직접 나서서 게임 업계의 수많은 규제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함께 개선책을 고민해 온 것도 사실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자율 규제로 이어지려면 게임 업계가 한 목소리로 모두가 납득할만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게임’이 아니라 ‘도박’의 단계로 넘어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