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2] 메타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메타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한상기 ([email protected])
테크프론티어 대표
메타버스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는 이제 너무 많이 알려진 얘기이다. 그와 함께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에서 사이버스페이스의 개념과 매트릭스가 등장한다는 것 외에도 심스팀이라는 타인의 감각을 원격에서 느끼게 해주는 장비 등은 우리에게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매트릭스와 레디 플레이어 원이 이런 메타버스가 어떻게 보여 질 수 있는 지를 알려준 가장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게임에서는 에픽 게임즈의 포트나이트, 페이스북 호라이즌, 소니의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마이크로소프트이 마인크래프트가 매우 초기의 메타버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외에도 알트스페이스VR, 심스, 플레이스테이션의 PSVR 드림스, 아이들용인 롭록스(Roblox) 등에서 메타버스의 일부 특징이나 향후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제 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물리적 세상이 아닌 우리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하면서 메타버스는 이제 다시 매우 흥미롭고 도전적인 키워드가 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다른 단어로 AR 클라우드, 매직버스, 미러월드, 사이버스, 스페이셜(Spatial) 인터넷이라고 불러왔다.
메타버스를 어느 영역까지 포함시킬 것인가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차이가 있다. 미디어 전문가이며 투자자인 매튜 볼은 메타버스의 특징으로 지속성, 동기화와 라이브, 동시 참여 제한이 없어야 하며, 완전히 동작하는 경제, 경험의 폭이 디지털과 실제 세상을 넘나들고 개방과 폐쇄형 플랫폼을 모두 포괄해야 하며, 데이터, 아이템, 콘텐트가 전례 없이 상호 운용 되어야 하고, 막대하게 넓은 참여자에 의해 콘텐트와 경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1)
이런 입장에서 그는 가상 세계, 가상 공간, 가상 현실, 디지털/가상 경제, 게임, 가상 테마 파크, UGC 플랫폼은 아직 메타버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지금의 웹이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와 다른 완전히 다른 디지털 경험과 노동을 통한 경제 시스템을 주목하며,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이런 궁극적인 메타버스로 진입하기 위한 초기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이제 본격적으로 메타버스를 위한 담론을 시작할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단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적절한 가격에 매우 성능이 뛰어난 하드웨어가 등장했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오큘러스 퀘스트2가 보여준 역할이 매우 크다.
개발 플랫폼들
2017년 구글과 애플이 ARCore와 ARKit을 발표해서 모바일에서 증강현실을 만들기 위한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후 이를 지원하는 프레임워크가 유니티나 언리얼,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iOS 개발 플랫폼을 통해서 제공되었다. 애플의 ARKit는 이미 2016년에 애플이 인수한 플라이바이(Flyby) 미디어가 근간이 되어 만들어졌으며, 플라이바이 미디어는 구글 ‘프로젝트 탱고’의 비전 기반 소프트웨어 파트너였다.(2)
AR코어와 AR키트가 성능이나 지원 체계가 뛰어나지만, 구글이나 애플이 인증한 기기에서만 구동이 되기 때문에 사용에 제약도 있고 고성능의 스마트폰이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일반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다양한 기기를 생각하면 좀 다른 SDK가 필요할 수 있다. 개발 회사가 이런 경우 선택하는 것이 뷰포리아(Vuforia)나 맥스트 AR(MAXST AR)이다.
특히 맥스트는 국내 기업으로 많은 상을 수상하고, 대기업과 협력을 하기도 하는 기대가 되는 회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맥스트 VPS라는 공간 기반 AR 플랫폼을 런칭해서 실내외 공간에 3차원 공간 지도를 만들어 사용자의 위치 특위뿐만 아니라 AR 내비게이션, 광고, 게임과 같은 실감형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한다.(3)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게임 엔진 회사들은 가상/증강/혼합 현실 개발을 위한 기능을 모두 다 제공한다. 예를 들어, AR 파운데이션은 유니티 안에서 멀티 플랫폼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증강 현실 플랫폼이다. 여기에는 기기와 연계하는 다양한 기능의 API가 있는데, 월드 트래킹, 평면 탐지, 포인트 클라우드, 광선 예측, 환경 탐사, 얼굴 트래킹, 오브젝트 트래킹 같은 것을 다루는 API를 말한다.
두 엔진 모두 각종 VR 기기를 위한 개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언리얼 엔진은 게임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산업 응용이나 교육,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 BMW는 언리얼 엔진을 통해 가상 환경에서 공동 디자인이나 혼합현실을 통해 디자이너가 좀 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쇼룸에서 고객에게 차 구매 과정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실제적인 영상을 경험하게 해 준다.
언리얼은 최근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를 발표해서 빠른 시간 안에 고품질의 디지털 인간을 만들 수 있게 했다.(4)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는 과거 일주일이나 몇 달 걸리던 작업을 한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스트림 앱이다. 만들고 나면 라이브 링크 페이스 앱과 같은 퍼포먼스 캡처 도구나 ARKit, DI4D, 디지털 도메인, Dynamixyz, 페이스웨어, JALI와 같은 다양한 벤더들의 솔루션을 이용해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아마존 역시 수메리안(Sumerian)이라는 가상현실 엔진을 제공하고 있다. WebGL 및 WebXR 표준을 채택해서 몰입도 높은 3D 콘텐츠를 웹 브라우저에 직접 만들거나 가상/증강 현실 하드웨어에서 실행할 수 있는 엔진이다. 수메리안에는 편집기, 호스트, 자산 관리 기능이 있으며, 어떤 장면에서도 로직을 스크립트로 작성해 더 복잡한 상호 작용을 지원한다. 수메리안은 AWS 서비스와 쉽게 통합할 수 있는데, 렉스(Lex) 서비스를 이용해 장면에 대화 인터페이스를 포함하고 웹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앰플리파이(Amplify)를 사용해 만든 장면을 포함할 수 있다.
포케몬 고로 유명한 나이앤틱 랩스도 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증강 현실 앱을 개발하기 위한 ‘리얼 월드 플랫폼’을 2018년에 소개했다. 이를 위해 ‘지구 스케일의 AR을 만들기 위한 ‘에셔 리얼리티’와 컴퓨터 비전과 머신 러닝 회사인 ‘매트릭스 밀’을 인수했다.(5)
이 밖에도 크롬 같은 웹 브라우저에서 지원할 웹XR 기술 표준, 위키튜드,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알트스페이스VR 같은 플랫폼 역시 관심을 가질 대상이다.
앱스토어
메타버스 생태계를 위해서는 다양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콘텐트와 애플리케이션을 경험하거나 유통할 수 있는 앱스토어가 필요하다. 지금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오큘러스 앱스토어와 스팀VR 스토어가 있다.
오큘러스 앱 스토어에는 오큘러스의 퀘스트, 리프트(Rift), 고(Go), 기어VR과 같은 하드웨어 별로 다양한 카테고리의 애플리케이션들이 있으며, 많은 앱들은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스팀VR은 원래 스팀이 게임을 위한 스토어이지만 가상현실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특히 게임을 중심으로 유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팀VR 역시 HTC 바이브(Vive), 오큘러스 리프트, 윈도우 MR 등의 다양한 기기를 위한 가상현실 콘텐트를 구입할 수 있는 스토어이다.
스마트 폰을 위한 AR 앱은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런 애플리케이션에는 와비 파커 같은 기업용 앱외에도 인간 해부 아틀라스 같은 교육용 앱도 있고, 십여 종의 게임 콘텐트들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패드의 경우는 좀 더 흥미로운 AR 앱이 있는데 이케아의 가구 배치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이케아 플레이스, 핫 라바 게임, 기계나 과학, 우주, 역사와 같은 다양한 주제에서 물체의 내부 움직임을 배울 수 있는 지그스페이스, 정원 디자인을 볼 수 있는 아이스케이프, 라이더 스캐너와 함께 하는 인간 신체 움직임에 대한 상세 내용을 볼 수 있는 ‘완벽 해부’같은 앱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앱들은 아직 메타버스라기 보다는 가상 현실 기술을 이용한 흥미를 유발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머물고 있다고 본다.
버티컬 영역의 플랫폼들
교육이나 마케팅 영역에서 가볍게 메타버스 개체를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는 고메타의 메타버스 스튜디오가 있다. 이런 유의 애플리케이션은 구글 플레이나 애플의 앱스토어에 하면 많은 앱이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 협업을 하기 위한 플랫폼 분야도 매우 큰 관심을 받는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 눈에 띄는 스타트업으로는 스페이셜(Spatial)이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 협업을 위한 크로스 플랫폼을 만드는 이 회사는 국내 카카오 벤처, 삼성 넥스트, LG 테크놀로지벤처스의 투자도 받았지만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중 한 명인 마이크 크리거와 징가 창업자인 마크 핀커스로부터도 투자를 받았다. 2020년 1월에 1,400만 달러를 투자 받은 것을 포함해 총 누적금액으로 2,2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6)
스페이셜은 자체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이용해 각 사람의 2차원 이미지로부터 3D 아바타를 만들고 사용자들 사이에서 웹 페이지, 미디어 콘텐트, 3차원 객체, 화이트보드에 쓰기 등을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할 수 있다. 현재 마텔, 퓨리나/네슬레, BNB 파리바 은행 등에서 공식적으로 사내 협업에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들
메타버스가 현재 인터넷의 계승자가 되고 더 거대한 생태계와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아직은 더 많은 기술 기반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 프로토콜, 혁신 회사들이 나타나야 하고 경쟁과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자연스럽게 진화해 나가는 것이라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수백만 명이 모여서 동시성을 가질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포트나이트가 2019년 가졌던 마시멜로 콘서트에 1,100만 명이 실시간으로 참여했다고 하지만 이는 하나의 공간이 아닌 10만 개의 마시멜로 콘서트 인스턴스가 있었을 뿐이다. 이는 현재 인터넷 구조에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서버로 분산하고 쪼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공간에 동시성을 갖도록 하는 문제는 전혀 새로운 기술 기반과 아키텍처를 필요로 할 수 있다. 런던에 있는 멀티플레이어 게임 전문 기업이 임프로버블(Improbable)이 이런 방향으로 도전하고 있다. 임프로버블은 2017년 소프트뱅크에서 5억 달러 투자를 받았다.
산업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표준과 프로토콜이 만들어져야 메타버스 내에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과 상호운영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거대한 기업 몇 개가 주도하고 각각 서로 다른 메타버스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사회 구조를 반영하기 위해서도 메타버스는 또 다른 사회 구조를 가져야 할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이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는 미래의 심시티나 세컨드 라이프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확장성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밖에서 만들거나 연계하고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콘서트, 시사회, 시장 등의 외부 시스템이나 실세계의 모습이 쉽게 접목할 수 있어야 하며, 사용자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메타버스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포트나이트의 크리에이티브 모드가 이런 모습의 프로토타입일 수 있으며, 앞으로 많은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이런 확장성을 가져 나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것은 모두 메타버스의 진정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점점 기술의 흐름이 우리에게 또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 1.0이 우리 앞에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IS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의 내용은 무단 전재를 금하며, 가공 또는 인용할 경우 반드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Report]라고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1. | ⇡ | MattewBall.vc, “The Metaverse: What It Is, Where to Find it, Who Will Build It, and Fortnite” |
2. | ⇡ | TechCrunch, “Apple Acquires Flyby Media, Makers of Tech That “Sees” The World Around You,” Jan 30, 2016 |
3. | ⇡ | https://blog.naver.com/armaxst/222245172511 참고 |
4. | ⇡ | Epic Games, “Announcing MetaHuman Creator: Fast, High-Fidelity Digital Humans in Unreal Engine,” Feb 11, 2021 |
5. | ⇡ | The Verge, “Niantic is opening its AR platform so others can make games like Pokemon Go,” Jun 28, 2018 |
6. | ⇡ | Forbes, “Spatial Scores Additional Funding To Fuel Growth,” Jan 30,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