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2] 메타버스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윤리- 논의의 시작을 준비하며

 In KISA Report

메타버스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윤리- 논의의 시작을 준비하며

이진규 ([email protected])

네이버주식회사 개인정보보호책임자 (이사)

들어가며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았던 메타버스(Metaverse, 사람들이 일하고, 여가를 즐기며, 사교할 수 있는 대체 디지털 현실) 시대가 현실 세계에 성큼 다가왔다는 신호를 곳곳에서 확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2020년 3분기 기준,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Roblox 게임의 글로벌 이용자 참여(engagement)는 총 8.7 billion hours를 넘어섰다. 기업 가치는 80억 달러(약 9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ZEPETO)’에서 개최된 블랙핑크의 가상 사인회에는 4,6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포트나이트 콘서트장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콧의 공연에는 1,230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포트나이트(Fortnite)의 3D 소셜 공간인 ‘파티로얄’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이와 같이 유명인들과 일반 유저들이 메타버스로 속속 진입하고 있는 현상은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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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_대표적 메타버스 서비스인 Roblox 게임의 ‘Global User Engagement’ 추이 (출처: Statista)]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의 ‘흐려짐(Blurring)’에 대한 논의는 O2O, O4O와 같은 개념에서 시작하여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논의되어 왔으나, 오프라인의 상(image)을 반사하여 온라인에 비춰주는 ‘거울 세계(mirror world)’가 눈 앞에 다가온 현재 현실세계와 메타버스의 경계를 논하는 것이 애매한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2)

현실 세계와 나란히 자리잡은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들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메타버스가 ’(코로나19) 판데믹으로부터 안전한 세계’인 점은 분명하지만, 판데믹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한 모든 것 들로부터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가상공간에서의 거래행위에 대한 법적 이슈가 대표적이다. 가상 재화의 가치산정, 인플레이션, 아이템 거래와 사기 등 현실에서의 문제에 더하여 메타버스라는 환경에서만 발생하는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문제도 점차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선 메타버스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전에 충분한 고려가 필요한 프라이버시 및 윤리 이슈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의 논의라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가볍게 확인하고 국내에서의 관련 논의의 개시를 위한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메타버스의 특징

메타버스가 갖는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실제 세계를 비춘 또 하나의 세계가 갖는 특징은 당연하게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현실의 문제에 더하여 가상 세계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특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종합적 가상 공유 공간(collective virtual shared space)의 존재 ▲현실 세계와의 융합(convergence with physical reality) ▲영속성(persistence) 등의 공통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참고로, 여기에서 말하는 영속성이란, 물리 세계에서의 대상 영속성(object permanence)과 마찬가지로 ‘이용자 개인이 메타버스에 (진입하여) 존재하지 않더라도, 메타버스 그 자체는 영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3)

‘특정한 메타버스 플랫폼에 한정되지 않은’ 메타버스의 일반적 핵심 특성(core attributes)을 잘 정리한 견해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4)

  • 영속적이다(Be persistent): 리셋(reset) 하거나, 중단되거나, 종결되지 않는다. 무한하게 계속된다.
  • 동시적이며, 실시간이다(Be synchronous and live): (사전에 예정된 제한적 행사가 발생할 수 있으나) 메타버스는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경험이며 이는 모두에게 일관된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존재한다.
  • 동시적 참여에 제한이 없다(Have no real cap to concurrent participations with an individual sense of “presence”): 누구라도 메타버스의 일부를 구성할 수 있고, 특정한 행사, 장소, 활동에 함께 ‘동시에, 그리고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 완전하게 기능하는 경제다(Be a fully functioning economy): 개인들과 사업체는 창작하고, 소유하고, 투자하고, 판매하는 것에 더하여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인정되는 가치를 생성하는 매우 다양한 범주의 작업(work)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 현실과 가상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이다(Be an experience that spans):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 사적이고 공적인 네트워크와 경험, 개방 및 폐쇄 플랫폼에 걸친 경험이다.
  •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상호운영성을 제공한다(Offer unprecedented interoperability): 데이터, 디지털 아이템/자산, 콘텐츠 등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상호운영성을 확보한다. 예를 들어,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 Strike)” 게임의 총 스킨은 Fortnite의 총을 꾸미기 위해 이용되거나, Facebook을 통해 친구에게 선물로 제공될 수 있다.
  • 매우 다양한 범주의 기여자들에 의해 콘텐츠와 경험이 생성 및 운영된다(Be populated by content and experiences created and operated by an incredibly wide range of contributors): 이들 중 일부는 독립적인 개인이며, 다른 사람들은 비공식적으로 조직화된 단체이거나 상업적 기업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의 생태계 형성자 가운데 하나인 Roblox의 CEO인 Dave Baszucki는 Roblox 메타버스의 특징을 다음 8가지로 설명한다. 상기 “메타버스의 일반적 핵심 특성(core attributes)”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크게 다르지 않지만 Roblox의 특성을 보다 잘 나타내고 있는 내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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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_메타버스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특성 (출처: Roblox)]
  1. Identity(신원): 모든 이용자는 ‘아바타(avatar)’의 형태로 고유한 신원을 갖게 됨.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음. 이 아바타는 여러 경험에 걸쳐 이동 가능한 특징이 있음(portable).
  2. Friends(친구): 이용자들은 친구들과 상호작용하는데, 일부는 실제 현실 세계에서 기존에 알던 사람들이며, 그 외는 Roblox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임
  3. Immersive(몰입): Roblox에서의 경험은 3차원(3D)이며, 몰입적임. Roblox Platform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에 따라 이러한 경험은 보다 이용자를 참여하도록 하며, 실제 생활과 메타버스를 구분하기 어려워짐
  4. Anywhere(어디에서나): Roblox의 이용자, 개발자, 창작자는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함. 여기에 더하여, Roblox Client는 iOS, Android, PC, Mac, Xbox에서 구동되며, Oculus Rift, HTC Vive, Valve Index 헤드셋을 이용하여 PC에서 VR 경험을 지원함
  5. Low Friction(낮은 마찰): Roblox 계정을 생성하는 것은 손쉽고, 플랫폼에서 경험을 즐기는 것은 무료임. 이용자는 스스로 또는 친구와 경험들을 신속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음. 개발자들은 경험을 생성하고 이를 Roblox Cloud에 공개(퍼블리싱)하여 이용자들이 모든 플랫폼에서 Roblox Client를 사용하여 접근하도록 할 수 있음
  6. Variety of Content(다양한 콘텐츠): Roblox는 개발자 및 크리에이터가 생성한 콘텐츠의 광활하고 확장적인 세계임. ‘20년 9월 말 기준으로 Roblox에는 1,800만 이상의 경험이 있고, 과거 1년간 이 가운데 1,200만을 커뮤니티가 경험했음. 또한, 이용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개인화 할 수 있도록 크리에터가 생성한 가상 아이템 수 백만개가 존재함
  7. Economy(경제): Roblox는 Robux라는 통화에 기반한 경제를 가지고 있음. Robux를 구매하는 이용자는 이를 경험이나 아바타용 아이템 구매에 사용할 수 있음. 개발자와 창작자는 몰입감 있는 경험과 매력적인 아이템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Robux를 획득할 수 있음
  8. Safety(안전): 사람들 사이의 예의(civility)를 장려하고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층적 시스템이 Roblox Platform에 통합되어 있음. 이 시스템은 실제 ‘현실의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최소한의 규제 요구사항을 확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음

메타버스의 일반적 특성과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인 Roblox의 특성을 통해 메타버스가 매우 다양한 주체들(특히, 이용자로서의 개인과 경제를 운영하는 주체로서의 창작자들(기업 포함))이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세계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진 메타버스는 현실이 갖고 있는 프라이버시와 윤리의 문제에 더하여, 메타버스라는 특성에 고유한 프라이버시와 윤리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다.

메타버스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윤리

메타버스와 같은 몰입 기술이나 콘텐츠를 개발함에 있어 조직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법적 리스크 가운데 최상위를 점한 이슈는 메타버스를 즐기는데 필요한 기기의 제조물 책임(product liability)이 아닌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안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도 확인된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데 필요한 기기의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보다, 새로운 세계에서 발생할 현상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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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_몰입형 기술, 콘텐츠에서의 법적 리스크 설문조사(출처: Perkins Coie LLP)]

그러나 이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가 실제 사람들이 어떤 프라이버시 이슈를 예상하고 답한 것인지를 명확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메타버스에서 현실의 신원을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람의 신원이 노출된다거나,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기 위한 계정이 탈취되어 다른 사람이 특정 이용자의 신원을 가장하여 활동한다거나, 실제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메타버스 이용자들에 의해 언급되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현실과 다른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에 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것 등 다양한 프라이버시 침해 방식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 가능한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 위의 설문에 답변한 사람들도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소비자 프라이버시/데이터 보안을 가장 우려해야 할 법적 리스크로 선발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답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메타버스 플랫폼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프라이버시와 윤리 이슈를 대략적으로 구분하여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래는 메타버스로 인해 어떤 프라이버시 이슈가 대두될 수 있을지에 대한 개략적인 생각을 제시한 것이다.

(1) 기존에 생성되지 않았던 다양한 정보가 수집되어 처리된다.

확장 현실(XR, Extended Reality)을 지원하기 위한 기기들을 통해 기존에 수집되지 않았던 정보가 수집되어 처리된다. Eye(Gaze)-Tracking을 통해 이용자의 시선 이동이 수집, 분석된다. 단순히 2D 화면에 시선이 머무는 것을 분석(heat map)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에서 무엇을 보고 누구와 교류하며, 어떤 것에 골몰하는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제3의 보이지 않는 존재가 특정 개인의 생활을 입체적으로 관찰하여 그의 프로파일을 재구성할 수 있다. 이는 온라인에서의 트래킹을 넘어서는 인사이트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며, 바꾸어 말하면 메타버스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듯(bird’s eye view) 감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험 시간, 교류 상대방, 대화, 아바타 아이템 등 개인을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수집,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현실에서 신체의 반응(소위 ‘kinematic fingerprint’)까지 수집이 되어 다양한 (특히, 마케팅)목적으로 활용이 될 수 있다.(7)

기술의 발전에 따라 BCI(Brain-Compute Interface)가 메타버스를 접속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침습적(invasive) 기술의 사용으로 인한 내밀한 사상의 노출이나 신체의 완결성에 대한 침해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8)

(2) 디지털 트윈에 대한 보호의 규칙이 불분명하다.

메타버스에서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물(object)도 가상화되어 존재한다. 가정 내의 모든 사물이 디지털 방식으로 복제되어 존재할 수 있다. 가정을 가상으로 꾸리고 꾸밀 수 있다. 현실의 디지털 트윈이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 디지털 트윈을 누구나 볼 수 있고, 현실의 가정과 동일한 세팅의 가상 가정을 아무나 방문하여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물리적 경계와 장벽으로 인해 보호가 되는 현실세계와는 달리 메타버스에서는 소위 ‘physical privacy’에 대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이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기준도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9)

(3)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온라인 서비스의 진입 구간 및 개인정보가 제공, 공유되는 시점은 비교적 명확한데 반해,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자신에 관한 어떤 개인정보가, 어느 시점에, 누구와 공유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는 마치, 현실의 베이커리에서 식빵을 구매하면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지불했을 때, 결제에 필요한 정보가 결제 네트워크상의 다양한 참여자(신용카드사, VAN사, 은행, 마일리지 플랫폼 등)에게 공유되지만, 이를 인식하면서 식빵을 구매하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는 사례는 없는 점과 마찬가지이다. 메타버스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위해 처리되는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어떤 개인정보가, 누구와 공유되며,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고, 어느 시점에 파기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에서 식빵을 구매하면서 내 구매정보를 누가 공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 접속 기기, 메타버스 플랫폼, 창작자, 개발자, 광고 마케터, 광고주 등 매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관여하는 또 하나의 세계에서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아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확인하여, 개인정보의 수집 등 처리에 동의를 표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곤란함이다.

(4) 아동 프라이버시에 대한 각별한 보호가 어렵다.

“Walled Garden”으로 불리는 닫힌 플랫폼(closed platform)이 아니라, 오픈 플랫폼인 메타버스에서는 각별한 보호를 요하는 아동에 대한 프라이버시 보호 프레임워크를 별도로 형성하기 어렵다. 기술적인 제약이 있다기 보다, 현실을 거울로 비춰내는 디지털 가상 세계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동년배로 제한되는 세계가 아닌, ‘경험’을 중심으로 참여에 몰입하는 세계에서 아동을 별도로 보호하는 방안을 부가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경험을 해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메타버스에 접속할 때의 연령 검증은 일단 메타버스에 진입한 후에는 무용하다. 그렇다고 부모와 같은 법정 대리인이 메타버스에서 아동의 모든 경험에 동행할 수 없다. 일반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하는 아동을 위한 Walled Garden이 메타버스에서도 동일하게 제공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도전적 과제로 남아있다. 이는 메타버스의 윤리 형성을 위해 오픈 가든을 만들자는 윤리주의자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지점이다.

메타버스의 윤리 이슈는 더욱 복잡하다. ▲메타버스 마케터들의 프로모션이 현실에서의 행태 및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 부족 (예: 메타버스에서 경쟁 브랜드가 새겨진 철문을 부수고 들어가, 광고하는 브랜드의 물품을 받는 경험 마케팅에 참여한 이용자가 현실세계에서 높아진 공격성을 갖게 되는 사례), ▲아바타 복제나 스토킹을 통한 친구 괴롭힘 ▲논플레이어 캐릭터(NPCs, Non Player Characters) 조작에 대한 평가(예: NPC를 삭제하거나, 복제하는 경우 이들을 살해하는 것인지? 또는 인격을 말살하는 것인지?) ▲메타버스 통화의 과도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약탈적 광고행위나 사기행위 ▲플랫폼 상호운영성을 악용하여 아이템의 플랫폼간 이동을 공모하여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 ▲특정 인종, 성별, 사회적 계층 등을 기반으로 한 차등적 경험의 제공 ▲프로파간다의 확산과 배타적 무리 형성 등 현실의 문제를 계승하거나 확장하는 방식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위험이 존재한다.(10)

이와 같은 윤리적 문제에 대응해 윤리적 몰입(Ethical Immersion)을 위한 주요 기준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Virtual Reality Producer인 Fifer Garbesi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11)

  • Open-garden Metaverse: multiple walled garden가 이용자 기반과 지식의 교류 가능성을 차단하기 때문에, 열린 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
  • Personal Agency over Data: 메타버스에서 생성되는 수 많은 데이터를 개인 신원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스마트 계약 내지 DAPPs를 이용하여 프라이버시 침해를 예방하고 개인이 데이터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
  • Designing for Wellness: 중독과 자아 집중으로 인한 소외(isolation)의 강화와 같은 방식을 지양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설계’를 기본으로 하는 것 (12)
  • Humane Search Engine: 문자가 아닌 ‘감각’에 의존하는 세계에서의 검색 엔진은 감각의 작은 변화를 이해하고, 고도로 개인화된 경험을 적절히 큐레이션 할 수 있어야 함. 특히, 인공지능에 기반한 검색 엔진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함
  • Ethical Content: 메타버스의 경험은 자칫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강화된 폭력성, 불안장애, 공포, 신체 이미지 훼손 등의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화적 변화(cultural shift)”에 기반한 윤리적 콘텐츠 생성에 모두가 기여해야 함

나가며

메타버스를 단순히 현실 세계에 1:1로 매칭되는 가상의 디지털 세계로 보는 것은 메타버스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시각이라 할 수 있다. 공유, 확장, 영속, 경제 등 메타버스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속성에 기반한 프라이버시와 윤리 이슈는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부작용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에 매몰된 시각으로는 이러한 부작용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용자들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현실과 메타버스를 연계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관여하는 매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어떤 방식과 목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메타버스는 인터넷 초기 시절의 ‘닫을 수 없는 팝업광고’와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대응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악성코드를 제거하여 팝업을 없애거나, 수시로 노출되는 팝업을 감내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PC의 전원을 내리는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같은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의 속성을 이해하여 문제점에 적절히 대응하거나, 다양한 프라이버시 및 윤리 이슈를 감내하고 메타버스를 영위하거나, 메타버스 접속을 차단(disconnect)하고 현실 세계에 안주하는 것이다. 마지막의 방법이 우리가 메타버스를 맞이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란 점은 그 무엇보다 분명하다. 메타버스는 그저 가상 현실이 아니라, 현실이 확장된 또 하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IS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의 내용은 무단 전재를 금하며, 가공 또는 인용할 경우 반드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Report]라고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 ]

1. Statista, “User engagement with Roblox games from 4th quarter 2018 to 3rd quarter 2020(in million hours)”, Jan. 18, 2021, URL: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1192663/user-engagement-global-roblox-games/
2. 메타버스를 일컫는 표현은 매우 다양하며, 대표적으로 mirror world, AR Cloud, Magicverse, Spatial internet, Live Maps, multiverse 등이 있다.
3. Chad Richman, “What is the Metaverse, and why does it need a social layer?”, Aug. 5, 2020, URL: https://clink.social/what-is-the-metaverse/
4. Matthew Ball, “The Metaverse: What It Is, Where to Find it, Who Will Build It, and Fortnite”, Jan. 13, 2021, URL: https://www.matthewball.vc/all/themetaverse
5. 이 내용은 Roblox Corporation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nited State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제출한 ‘SEC Form S-1’에 기재된 내용임. SEC Form s-1은 공개 기업이 주식을 상장하기 위해 작성 및 제출하는 초기 문서임. Roblox Corporation의 SEC Form S-1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음. URL: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315098/000119312520298230/d87104ds1.htm
6. Perkins Coie LLP, “2020 Augmented and Virtual Reality Survey Report”, P. 12, March 2020, URL: https://www.perkinscoie.com/images/content/2/3/v4/231654/2020-AR-VR-Survey-v3.pdf
7. Mel Slater, et al., “The Ethics of Realism in Virtual and Augmented Reality”, March 3, 2020, URL: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rvir.2020.00001/full#B46
8. BCI와 Metaverse에 대해선 VR Scout의 “From Brain-Computer Interfaces To Digital Humans: How These Technologies Are Bringing Us Closer To The Metaverse(’20. 4. 1.)” 기사를 참조. URL: https://vrscout.com/news/bci-and-digital-human-technology-metaverse
9. Forbes, “Now is the time to talk about ethics and privacy in the metaverse”, Aug. 2, 2020, URL: https://www.forbes.com/sites/cathyhackl/2020/08/02/now-is-the-time-to-talk-about-ethics–privacy-in-the-metaverse
10. Hendrik Lesser, Richard Bartle(VentureBeat), “The ethics of the metaverse”, Jan. 28, 2021, URL: https://venturebeat.com/2021/01/28/the-ethics-of-the-metaverse/
11. Oculus는 “VR for Good” 프로그램에서 ‘We Live Here (https://www.oculus.com/experiences/quest/2537261906377373/)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여 다른 사람의 삶(특히, 홈리스)이 단순히 현실에서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제시하기도 했음
12. Oculus는 “VR for Good” 프로그램에서 ‘We Live Here (https://www.oculus.com/experiences/quest/2537261906377373/)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여 다른 사람의 삶(특히, 홈리스)이 단순히 현실에서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제시하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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