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4] 구글 플레이 수수료 인하가 앱 시장 생태계에 미치는 잠재적 이슈 및 정책당국의 과제
구글 플레이 수수료 인하가 앱 시장 생태계에 미치는 잠재적 이슈 및 정책당국의 과제
최호섭 ([email protected])
IT컬럼니스트
‘반값’으로 일단락된 앱 마켓 수수료 논란
스마트폰의 앱 마켓, 그 중에서도 구글 플레이의 앱 결제 수수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앱 마켓 생태계의 핵심 비율인 7:3 구조만큼 비즈니스에 뒤따르는 수수료 중에서도 배분 구조가 가장 명확하게 알려진 사례도 없을 것이다.
그 구조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중소 규모 개발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수익금 100만 달러 이하의 중소 개발사들은 앱스토어 수수료를 15%로, 그러니까 절반으로 내린다는 발표를 했다. 구글도 지난 3월 발표를 통해 올 7월부터 연 매출 100만 달러까지는 모든 앱 개발사에 수수료를 15%로 내리는 정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30% 수수료의 구조가 흔들리는 것이다. 구글도 보도자료를 통해 수수료 정책 변화에 대해 ‘구글플레이의 30% 수수료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 어느 때보다 수수료에 대한 논란과 고민, 그리고 변화가 이뤄지는 요즘이다.
30% 수수료는 어떻게 시작됐나
개발자에게 매출의 70%가 돌아가고, 30%를 수수료로 떼는 이 구조는 이른바 ‘황금 비율’로 꼽혀 왔다. 이 비율에는 유통 구조와 관련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이 규칙을 정한 애플의 온라인 유통 구조에서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애플의 디지털 콘텐츠 유통은 ‘아이튠즈 음악 스토어’에서 시작했다. 2003년 처음 시작된 이 디지털 음원 시장은 당시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던 MP3 파일의 불법 복제 속에서 적절한 유통 방법과 편리한 음원 구입 등 디지털 음악 문화를 만들어냈다. 당시에 스티브 잡스가 음원 제작자들을 설득한 방법 중 하나가 매출의 70%를 수익으로 주는 것이었다.
이는 CD를 비롯한 음반 제작과 복잡한 유통 구조를 거치면서 실제로 손에 쥐는 수익이 생각보다 적었던 음악 시장이 디지털 음악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가장 명료한 규칙이었다. 실제로 한 곡, 음반 하나를 팔았을 때의 수익률은 기존 구조와 완전히 달랐고, 유통 과정에서 해야 할 일도 애플에 음원 파일을 건네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후 2008년에 아이폰OS 2.0의 배포와 함께 시작된 ‘앱스토어’는 최초의 플랫폼 내 앱 마켓이었다. 이름도 ‘아이튠즈 앱스토어’로, 앱은 음악과 영상에 더해 아이튠즈가 다루는 하나의 콘텐츠로 접근했다. 앱을 내려받는 방식도 기존 음악의 형태와 많이 닮아 있었고, 판매 매출의 30%를 플랫폼 이용 수수료로 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당시에는 앱, 소프트웨어의 유통도 음반과 마찬가지로 일원화되지 않았다. 패키지 제작과 유통은 중소형 앱 개발사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한당고’를 비롯해 팜OS와 윈도우CE용 PDA 앱을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서비스들이 나오긴 했지만 구매 관리보다는 정품 등록 키를 판매하는 쇼핑몰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앱스토어는 디지털 음원 유통 구조처럼 투명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불법복제를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다. 미디어 패키지가 없기 때문에 중소 개발사, 혹은 개인 개발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었고, 유통이 단순해지면서도 글로벌로 시장이 확대되다 보니 직접적으로 수익이 커지는 효과도 있었다. 0.99달러에 ‘앵그리 버드’라는 게임을 팔아 초대형 개발사로 성장한 핀란드의 로비오를 비롯해 ‘캔디크러시 사가’의 킹닷컴,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 등 많은 스타 개발사들이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개발사들 역시 유통과 마케팅, 다운로드와 관리, 그리고 모든 관련 데이터가 제공되는 플랫폼에 대한 수수료로 30%는 만족스러운 조건이었고, 그 안에서 활발하게 돈을 벌어왔다. 자연스럽게 구글을 비롯해 대부분의 디지털 유통 환경에서 이 7:3의 법칙은 원칙으로 자리를 잡았다.
달라진 시장 상황, 이어지는 수수료 반발
물론 모두가 이 30% 룰을 만족한 것은 아니다. 이 원칙은 판매량이나 매출 규모, 수익 등과 관계 없이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됐다. 예외는 없었고, 헌법처럼 모든 정책의 기본이었다. 이를 우회하는 정책들은 허용되지 않았고, 모두에게 엄격하게 적용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로 오피스365를 내놓기 전에 애플과 구글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오랫동안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갔던 사례다. 오피스365는 매달 6.99달러에서 많게는 20달러씩 내는 구독형 서비스인데, 이용자가 많고 매출 규모가 크니 30%보다는 낮춰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운영사로서는 고민이 되는 제안이지만 이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혼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단적으로 막대한 매출을 바탕으로 협상력을 갖는 대형 개발사의 경우 플랫폼사들에 다양한 로비를 통해 수수료 인하를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다. 반면 개인 개발자나 중소 개발사는 협상의 기회를 얻기 쉽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몇 년 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와 함께 오피스365를 모바일로 출시하긴 했지만 메이저 프로그램의 진입이 그만큼 늦어지는 이유로 앱마켓 수수료가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구독형 서비스들이 월 구독료 결제에 대한 수수료 불만을 내놓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거칠게 맞서 싸우는 기업은 에픽게임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포트나이트의 아이템 판매 수수료를 두고 애플과 큰 갈등을 겪었고, 지금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애플과 비슷한 정책의 구글플레이에서도 게임을 내렸다. ‘게임 운영도, 아이템 판매도 직접 하는데 플랫폼 안에서 결제가 이뤄진다고 해서 세금처럼 수수료를 걷어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수수료에 대한 관점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기업들은 앱 구매에 대한 수수료보다 내부 콘텐츠나 아이템을 구매할 때 내는 앱 내 결제 수수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스마트폰과 간편 결제의 등장 이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흐름은 한 번에 모든 사용 권한을 구입하는 방식에서 필요한 것들을 조각으로 나누어 구입하는 이른바 ‘프리미엄(Freemium, Free와 Premium의 합성어)’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구매 비용을 없애 이용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시스템 내에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수료 관점에서 보면 앱 구입 비용은 유통과 마케팅, 다운로드, 그에 따르는 인프라 등의 요소들이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데에 대한 대가로 보는 데에 어려움이 없지만 앱 내 구매로 이뤄지는 서비스들은 앱 마켓의 영향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돈을 내는 길목을 막고 수수료를 뗀다는 인식을 주기 쉽다. 넷플릭스를 예로 들면 요금을 내고 보는 콘텐츠의 CDN 등 콘텐츠 배포 인프라는 모두 넷플릭스의 책임이다.
대부분의 앱들이 유료 앱에서 프리미엄으로 유통 형태를 바꾸는 상황에서 플랫폼은 수익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 반대로 플랫폼의 관점에서 보면 수익을 위해 유료 앱 구매와 앱 내 서비스 결제, 그리고 광고를 선택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장치로 앱과 앱 내 결제라는 서비스를 만들어낸 셈이다.
여전히 플랫폼은 유통과 보안, 배포 등의 역할을 하고 있고, 더 넓게는 앱 생태계를 위한 개발 환경과 운영체제 등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비용이 ‘수수료’인 셈이다. 단순히 결제를 대신해주는 ‘거래 수수료’와는 접근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외로 이 수수료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각 플랫폼 내에서도 커미션(commission)과 서비스 수수료(service fee), 그리고 결제 수수료(payment fee) 등의 용어가 섞여서 쓰이고 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지불하는 수수료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규제의 방향성, 기업보다 시장 바라봐야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인터넷기업협회를 중심으로 구글 플레이 수수료 인하가 입에 오르내렸다. 앱 판매에 대한 수수료보다 앱 안에서 이뤄지는 콘텐츠, 아이템 결제 과정에서 30%의 수수료를 떼는 것에 대한 부당함이다. 직접적으로 자체 결제를 비롯한 외부 시스템으로 우회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애플과 구글의 앱 마켓은 서두의 이야기처럼 100만 달러의 매출, 수익 등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수수료 인하를 약속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졌고 플랫폼 기업들도 수수료율 변화의 필요성을 받아들인 셈이다. 물론 그 안에는 적지 않은 갈등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구글의 수수료 인하는 국내의 영향이 적지 않다. 규제에 대한 언급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실제로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유튜브를 시작해 검색, 뉴스까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환경과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지에 대해 규제를 비롯해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플레이의 수수료 문제도 견제의 기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오랫동안 많은 국가들에게 보편적으로 통하는 글로벌 표준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세세한 곳에서 현지화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 뿐 아니라, 시장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환경에 따라 적절한 논의와 그에 따르는 합의, 규제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규제에 대한 관점이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 것처럼 비쳐지지 않도록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물론 수수료, 결제 시스템, 앱 업로드 등의 법안들이 직접적으로 구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당사자는 구글이고, 이미 대중적으로 각 법안의 이름보다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는 명칭으로 더 잘 통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제 국내 시장만을 위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고, 경쟁하고 있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일이 아니라면 특정 기업에 대해 ‘갑질’, ‘무임승차’ 등의 단어를 붙이는 것은 외교나 무역 분쟁으로 번질 수 있고,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일이다.
규제에 대해서는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규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국내 기업, 산업의 보호이지만 그와 동시에 국내 기업들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규제는 결국 기업들의 방향성을 결정하게 마련이다. 우버를 비롯한 차량 서비스 규제는 국내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역할을 택시 연결 서비스로 한정지었고, 많은 스타트업이 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트렌드를 읽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법의 해석과 규제 해킹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게 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세계 시장의 보편적 흐름을 바탕으로 하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는 시장 전체의 흐름을 대신하기 어렵다. 구글 갑질 방지법 역시 구글이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논점이 힘을 잃게 됐다.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긴 했지만 국내의 직접적인 경쟁자인 원스토어도 구글 갑질 방지법에 영향을 받으면서 규제 방향에 난색을 표했다는 기사(1)가 나기도 했다. 앱 내 콘텐츠 구입에 외부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스토어는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보다는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이 나는 것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수수료나 콘텐츠의 차별 등으로 원스토어는 적절한 경쟁력을 다져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에게 30%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매출 100만 달러 이하 기업의 수수료 인하로 힘을 잃게 됐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수 싸움으로 볼 것이 아니라 애초의 목적이었던 중소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조정 합의라는 점으로 살피면 우리나라의 접근이 전 세계의 규칙을 바꿔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의 합리적인 목소리와 적절한 규제가 더해지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적절한 예인 셈이다.
기업들도 생태계 내에서 수수료에 대한 협의와 논의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에픽게임즈처럼 직접적인 반발과 플랫폼을 떠나는 것 역시 의사 표현의 한 방법이다. 부당하고 유통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 불만을 표현하는 것으로 균형을 찾아가게 될 수 있다.
수수료와 락인(lock in)은 모든 플랫폼의 기본 원리이고, 어떤 의도로든 모두가 할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접근이다. 생태계가 새로운 대안과 경쟁을 통해 찾아낸 적절한 균형점은 법과 규제의 힘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하게 된다. 규제는 그 과정에서 독과점 등 한 쪽으로 과도한 힘이 쏠릴 때 적절히 나서야 할 것이다.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인하는 단순한 선의만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라 바로 이 시장 균형의 힘이 작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IS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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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3/12/2021031201080.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