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CES 2020에서 PC의 변화

 In KISA Report

CES 2020에서 PC의 변화

강형석 ([email protected])

IT동아 편집부 기자

끝이라고? PC의 변화가 다시 시작됐다

 

진화(Evolution). 여러 의미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단순하게 정리하면 ‘기존의 장점을 품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많이 쓰이는 부분은 더욱 강화되면서 새로운 능력이 더해지고, 쓰이지 않는 부분은 자연스레 퇴화해 특정 환경에서 최적의 생활이 가능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생태계 외에도 우리 삶에서 쓰이고 있는 기술 또한 마찬가지다. 어디라도 많이 쓰이는 기술은 더욱 발전해 성능과 기능이 더해지며,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레 도태되거나 타 기술에 녹아 진화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PC 시장은 자연스레 도태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가트너의 지난 2019년 7월 PC 시장 자료를 보면 오는 2021년까지 PC 기기 출하량은 꾸준히 줄어 약 2억 5,700만 대에서 2억 5,260만 대로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출하량 자체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많은 수치지만 성장이 아닌,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진지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시장은 진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 결과물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기술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20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PC 시장은 진화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왔는지 정리해 봤다.

 

 

힘이냐? 효율이냐?’ 인텔과 AMD가 내놓은 제안

 

 

CES 2020 시작부터 인텔과 AMD는 각기 색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살펴보면 인텔은 전반적인 ‘효율’을, AMD는 압도적인 ‘힘’에 무게 추를 옮기는 모습이었다. PC 시장에서 중앙처리장치(CPU)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어떤 제조사의 플랫폼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나기에 두 제조사가 내놓은 제안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먼저 인텔은 2020년 이후를 이끌 주력 제품으로 10세대 코어 프로세서(10th Gen Core Processors)를 공개했다. 코드명 코멧 레이크(Comet Lake)와 아이스 레이크(Ice Lake), 두 가지로 전개되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각각 14나노미터(nm)와 10나노미터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공개된 홀스슈 밴드 폴더블 노트북.

능히 등장하는 차세대 제품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그 안에 적용된 기술이다. 기존에 없던 인공지능을 추가한 것. 인텔은 이를 ‘인텔 딥 러닝 부스트(Intel Deep Learning Boost)’라 부르는데, 신경망(뉴럴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다. 데이터를 처리할 때 이 명령어를 활용해 처리 시간을 크게 줄이게 된다. 이미지 품질을 높이거나 사진을 분류하고 복잡한 연산 처리 등에 쓰인다.

 

성능과 전력 효율도 크게 개선됐다. 작동 속도가 향상되고 일부는 코어 수가 늘었음에도 열설계전력은 10~25W 수준으로 기존과 차이가 없다. 즉, 전력 대비 성능(전성비)이 증가했음을 말한다. 같은 전력을 사용해도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배터리 시간에 제약이 있는 노트북에서 전력 대비 성능의 향상은 큰 의미가 있다.

 

 

AMD 또한 PC 시장에 변화를 줄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AMD는 먼저 라이젠 4000 시리즈 프로세서로 본격적인 노트북 PC 시장을 공략에 나선다. 7nm 초미세공정에 기반을 둔 이 프로세서는 더 많은 코어를 제공한다. 인텔이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2~6개 코어를 제공하는 반면, AMD는 최대 4~8개까지 제공한다. 전력소모도 열설계전력 기준 15~45W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역시 PC 시장에서의 핵심이 성능과 효율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접어보자노트북 PC의 진화를 위한 과감한 시도

 

 

다양한 크기가 있지만 흔히 노트북은 덩치가 큰 편이다. 11~14인치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 이상 부터 덩치가 상당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주로 15.6인치까지를 휴대가 가능한 크기로 본다. 17.3인치 이상부터는 데스크노트(데스크탑+노트북)라는 이름으로 분류하는 곳도 있다. 그 때문에 노트북 제조사의 고민은 ‘어떻게 휴대성을 살릴 수 있을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과감한 도전으로 돌파하려는 제조사는 레노버(Lenovo)와 델(Dell)로 두 제조사 모두 CES 2020을 통해 신제품을 선보였다. 공통점은 13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는 것과 폴더블 스마트폰처럼 접어 휴대하기 쉽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직 콘셉트 개념이지만 미래의 노트북 PC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예다.

 

AMD 또한 PC 시장에 변화를 줄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레노버는 지난해 씽크패드 X1 폴더블(ThinkPad X1 Foldable) 콘셉트를 먼저 공개한 바 있다.

이어 CES 2020에서는 비교적 잘 만들어진 씽크패드 X1 폴드를 공개했다. 2020년 중반 출시 예정인 이 노트북은 13.3인치 디스플레이를 바탕으로 접으면 약 10인치 크기의 다이어리 수준의 크기로 작아진다. 화면은 LG 디스플레이의 플라스틱-유기발광다이오드(P-OLED)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도 오리(Ori) 폴더블 콘셉트 노트북 PC를 공개했다. 레노버와 마찬가지로 13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 외에의 사양은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두 제품은 크기와 무게는 어느 정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두께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런데도 ‘작은 고성능 PC’라는 목표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레노버와 델은 PC 시장을 선도 중인 제조사이기 때문에 향후 분위기에 따라 폴더블 노트북 PC 시장에 합류하는 제조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PC 제품군 파편화 전략의 가속화

 

 

과거 PC 판매 전략은 단순했다. 하나의 뼈대를 두고 프로세서 사양과 기타 부품의 조합을 통해 일반 사무용 제품부터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까지 구성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조금 더 제품이 다양하게 분류되기 시작해 일반형부터 초슬림, 게이밍, 2-in-1(투인원) 등의 형태로 소비자층을 촘촘하게 나눠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단순히 사양과 가격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브랜드 등 가치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제조사는 제품군을 더욱더 촘촘히 분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PC 제품의 파편화 전략이 2020년 이후에는 더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개인용과 기업용을 중심으로 목적과 사양, 디자인, 가격 등 여러 요소를 조합한 제품이 출시 중이다. 특히 기업 시장을 위한 PC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 단순히 사무용이냐 고부하 작업용 여부를 떠나 디자인, 영상 편집, 문서 작업, 인공지능 가속과 분석 등 직군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 외에 기업과 개인이 요구하는 내구성과 안정성을 제공하는지, 기업용임에도 투박하지 않고 세련된 멋을 갖췄는지도 따진다.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젊은 세대 소비자는 성능 외에도 디자인과 브랜드까지 꼼꼼히 따진다. [출처: 에이수스 비보북]

이는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X와 Y세대와 달리 어려서부터 IT 기술을 자연스레 접해왔으며, 그 안에서 변화하는 유행에 민감하다. 꾸준히 유입되는 새 소비자에 대한 시장이 커지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PC 제조사의 단순 플랫폼 전략은 이제 쉽게 통하지 않게 되었다. 비슷하더라도 차별화가 보이지 않으면 눈길을 받기 어렵다. 오랜 시간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브랜드조차도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정도다. 직장인의 워너비 아이템인 레노버 씽크패드 브랜드가 제품군의 파편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PC는 사라지지 않는다, 시대에 맞춰 나갈 뿐

 

2000년대 중반, 스마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수의 전문가는 스마트 기기가 PC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스마트 기기의 성능은 단연 PC와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그러나 10년 이상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PC는 건재하다. 아직 PC와 스마트 기기가 해야 하는 역할이 뚜렷하다는 이야기다. 언젠가는 두 기기의 구분이 모호해질 순간이 오겠지만 아직은 아닌 듯하다.

그 이유에는 시장에 따른 PC의 변화에 있다. 대중의 요구에 맞춘 제품이 있었기에 지금의 PC가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로 두꺼운 노트북의 틀을 벗어던진 울트라북, 사라졌지만 노트북 진입 장벽을 낮춘 넷북, 태블릿과 PC의 장점을 결합한 2-in-1, 현재는 어디서든 PC를 경험할 수 있는 초슬림과 원데이 노트북 등이 있다. 외에도 성능과 휴대성을 결합한 게이밍 노트북 PC도 시장에서 맹활약 중이다.

변화는 지금도 이어지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능과 배터리 시간 사이에서의 조율이 매년 이뤄지고 있으며, 화면을 접거나 360도 돌려쓰는 방식으로 경험이 확대되는 모습도 보여줬다. PC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대에 맞춰 진화해 나갈 뿐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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