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 앱 마켓, 플랫폼이 상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In KISA Report

앱 마켓, 플랫폼이 상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호섭 ([email protected])

디지털 칼럼니스트

스마트폰 앱 유통 플랫폼에 대한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30%의 수수료, 외부 결제 수단의 허용, 서드파티 앱 마켓의 허용 등을 두고 갖가지 사회적 논의와 법안이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플랫폼과 인터넷 서비스는 그 특성상 초기에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지만 어느 순간 특정 서비스가 치고 나오면서 쏠림 현상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사람이 모이고, 콘텐츠가 쌓이고, 상거래가 일어나는 특성상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볼 거리, 놀 거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거래가 많아지면서 살만한 상품들도 늘어난다. 사람이 많아야 할인이나 공격적인 마케팅도 효과를 낼 수 있다. 한 마디로 플랫폼의 집중은 ‘돈 벌이’가 된다는 점은 온라인도 결국 오프라인 플랫폼과 결을 같이 한다. 다만 그 시장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 기존 오프라인의 상황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고, 기존 규제를 바탕으로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어느 순간 이 플랫폼의 집중은 ‘독점’이라는 이슈로 연결된다. 쏠림은 곧 독점이라는 경제 활동의 가장 나쁜 ‘악’으로 설명되고, 각 국가는 기업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로 ‘반독점 철폐’라는 카드를 갖고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와 iOS로 양분되는 스마트폰 시장 속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집중 현상 역시 독점이라는 관점에서 해석된다.

지난 9월29일 구글이 구글플레이의 앱 내 결제 정책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구글플레이에서 유통되는 앱들이 내부 콘텐츠를 구글플레이 빌링을 이용해서 결제하면 결제액의 30%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결제 수수료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구글의 발표는 다소 예민하게 해석되었고, 네이버, 카카오 등이 속해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나서서 구글플레이 수수료에 대한 부당함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대한 진정을 접수했다. 국회는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를 따져보기 시작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먼저 구글플레이의 30% 결제 수수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 플랫폼의 시작부터 결정됐던 기본 원칙이었다. 앱을 구입하거나, 앱 안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구입할 때 해당 플랫폼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고 그에 대해 전체 비용의 30%를 수수료로 받는 것이다. 이는 애플의 앱스토어도 마찬가지다.

수수료 30%는 오프라인 유통 환경을 바탕으로 정해진 것으로, 앱을 업로드하고,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유통할 수 있는 CDN을 제공하고,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모든 비용이 포함된 것이다. 또한 초기 모바일 시장에서 불안정한 결제 환경을 대신하는 결제 플랫폼까지 포괄하는 수수료인 셈이었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이 30% 수수료는 기존 앱 유통 환경에 비해 파격적인 조건이었고, 초기 앱 개발자들은 스마트폰 붐과 함께 플랫폼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다만 구글과 애플은 이 마켓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키워왔다. 애플은 이 ‘7:3 규칙’을 앱 마켓에 정착시킨 기업이고 다른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 시장을 하나의 서비스로 통합했기 때문에 모든 수수료를 직접 챙겼고, 지금도 이 수수료 분배와 관련된 정책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에픽도 이 수수료에 예외는 없었다.

구글은 스마트폰 마켓에 대해 사실상의 후발주자였다. 애플과 아이폰을 쓸 수 있는 각 국가의 한 개 통신사 외의 모든 제조사, 통신사들은 애플에 대항할 환경으로 안드로이드를 선택했고, 이는 곧 반 애플 연합체의 묘한 분위기로 떠올랐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었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HTC 등 모든 기업이 애플발 스마트폰 열풍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국내에서도 10년 전 만 해도 구글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착한’ 기업이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공짜’가 있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많은 콘텐츠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플레이스토어에 닥치는대로 앱을 모았다. 애플과 구글의 플랫폼 전쟁에서 앱의 개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꼽혔다. 애플은 이미 ‘돈이 잘 벌리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앱 개발사들도 가장 중요한 기회로 여겼다. 구글은 상대적으로 마켓의 영향력이 적었고 갖가지 혜택을 통해 앱을 늘렸다. 앱 심사는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고, 수수료 등에 대해서도 관대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구글 역시 7:3의 수수료 정책은 기본 원칙으로 세웠다. 앱을 구입하거나, 앱 내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이 일어나면 30%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지금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구글은 이를 직접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각 이용자들이 쓰는 통신사가 가져가도록 했다. 이는 각 국가에 한 개 통신사만 아이폰을 팔 수 있었던 정책에 소외감을 겪은 통신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정책일 뿐 아니라 여전히 휴대전화 유통의 열쇠를 쥐고 있는 통신사들이 나서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더 열심히 팔게 하는 아주 달콤한 유인책이었다.

그러니까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천원짜리 앱이 하나 팔리면 개발자에게 먼저 70%인 700원을 주고, 나머지 수수료 30%인 300원 중에서 90%인 270원은 통신사에게 준다. 구글은 나머지 10%인 30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사실상 구글은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기 보다 ‘수수료를 받는다’는 정도의 규칙만 만들어 둔 것이다. 수수료를 아주 받지 않는 것과 조금이라도 받는 것은 인식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안드로이드가 시장에 안착하고, 구글플레이 스토어가 자리를 잡게 되면서 구글은 이 정책에 변화를 가져온다. 30% 수수료를 둔 통신사 배분률을 50:50으로 바꾸는 것이다. 1천원짜리 앱의 수수료 300원을 통신사 150원, 구글 150원으로 나누는 것이다.

당시 통신사들은 수익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했지만, 그 동안의 9:1 배분은 초기 플랫폼 안착을 위한 사실상의 커미션이었고, 이를 바꾸는 것은 계약에 따를 뿐이었다. 통신사들은 큰 불만을 가졌지만 또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했다.

이때 또 하나의 정책이 세워진다. 앱 개발사들이 구글플레이 안에서 별도의 결제 수단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구글플레이의 결제 시스템을 쓰면 30%의 수수료를 내야 했지만 많은 앱들이 수수료가 저렴한 외부 결제 시스템을 썼다. 구글은 이때부터 플랫폼 정책을 강화하고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앱들이 이 앱내 결제 시스템 때문에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 역시 원래의 정책을 강화한 것이기 때문에 반발과 불만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이 정책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져 왔다. 이 때 이후로 워낙 조용히 이어져 왔고, 구글이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오고 있다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몰래 해 왔던 일도 아니고, 구글이 전 세계 모든 통신사에 예외 없이 똑같이 적용하는 정책이다.

구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앱 중 90% 이상이 수수료 없는 무료 앱이고, 앱 내 수수료를 내야 하는 앱은 1% 미만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 앱, 콘텐츠 시장에 1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천110억 원대 금액을 지원하는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 웹툰, 웹소설, 전자책 등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다. 근래 들어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수수료 정책에 대해 불편한 여론을 의식한 것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앱 내 결제 수수료 논란 속에서 직접적으로 소비되는 앱 내 콘텐츠들이 더 넓은 시장을 갖도록 하는 지원책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의 집중은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명확히 갈린다. 구글플레이만 해도 앱의 수를 늘리기 위한 초기의 느슨한 정책은 의미 없는 앱들과 수많은 복제앱들을 낳았고, 보안에도 취약했다. 악성코드가 손쉽게 유통됐고, APK 등 앱 개발사가 직접 앱을 유통하는 창구는 안드로이드의 자유도라는 강점이기도 했지만 불법 복제와 피싱이나 도감청 등 플랫폼의 불안정과 불신을 낳기도 했다.

수수료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민감한 부분이고,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유통력과 마케팅을 갖춘 기업으로서는 플랫폼의 일괄 30%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안드로이드는 이전보다 수월하지는 않지만 APK 파일을 통해 직접 앱을 유통할 수도 있고, 원스토어를 비롯한 서드파티 앱 장터를 열어두고 있다. 구글 플랫폼에 대한 앱 선탑재가 마켓의 쏠림을 유도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미 국내에 유통되는 안드로이드 기기의 대부분은 원스토어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고, 더 나은 혜택이나 통신사를 통한 손쉬운 결제 방법을 내세워 경쟁하고 있다. 이용자는 필요에 따라, 혹은 조건에 따라 적절한 곳에서 다운로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을 차단한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마켓 경쟁은 대부분 구글플레이로 집중되고 있다. 국내의 원스토어는 세계적으로도 시장 점유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구글플레이의 독점은 결국 한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플랫폼 환경에서 이용자들이 선택한 것이고, 구글플레이는 그만큼 운영이 잘 되는 마켓이 되는 셈이다. 사람이 몰리는 백화점에 좋은 상품을 앞세운 상점들이 앞다투어 입점하고, 이 상권에 다시 사람이 모여드는 순환이 일어나는 과정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상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아울렛도, 또 각자의 제품을 직접 최고의 경험으로 판매하는 독자 상점으로도 물건을 파는 것이 현재의 유통 시장이다. 그 안에서 생겨나는 백화점의 높은 수수료와 상권 쏠림, 특정 대기업 위주의 백화점 입점 등의 오프라인의 갈등이 온라인으로 다시 옮겨지는 셈이다.

물론 백화점의 예처럼 입점 업체들의 판매 수수료에 대한 접근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에픽을 비롯해 막대한 비용을 수수료로 내는 기업 입장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쉽게 막대한 돈을 떼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운영에 대한 대부분을 직접 꾸렸는데 모든 거래에 수수료를 무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한 다른 스토어에 앱을 등록할 수도 있고, 직접 설치 파일을 배포하는 경우도 아직까지 남아 있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사람이 몰리는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넓은 기회를 얻기 위해 구글플레이에 앱을 등록하고 있다.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글플레이에 등록되는 앱을 국내 모든 마켓에 똑같이 등록하도록 하는 규제도 다소 무리가 있다. 앱 마켓은 국내만의 서비스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서비스다. 또한 앱 개발자들이 각자 환경에 맞는 스토어를 골라서 유통할 권리도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A마트에서 파는 물건을 B, C, D 등등 타 마트에 똑같이 팔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앱 마켓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은 앱 개발자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또한 이 규제가 국내 기업들에게만 강제되는 역차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구글플레이는, 앱스토어는 국내 기업들과 소비자들을 괴롭히는 나쁜 플랫폼일까? 당장 콘텐츠 업계는 구글플레이의 결제 수단을 쓰면서 예외 없이 30%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기존 10%대 수수료, 혹은 자체 결제 수단을 이용하던 것에 비해 수익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원래 구글플레이 약관에 약속되었던 것이고, 그 동안 구글이 외부 결제 수단에 대해 다소 느슨하게 열어두었던 것이다. 구글은 여전히 앱에서 벗어나 넷플릭스나 아마존프라임처럼 웹결제를 통해 자체적으로 결제하도록 하는 방법을 규제하지는 않는다. 이미 국내에서도 음악, 전자책, 웹툰 등 많은 기업들이 웹에서 콘텐츠를 구입하거나 구독권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구글이 앱 내 결제 정책을 엄하게 적용하는 것에 영향을 받는 기업이 1% 미만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부분이다.

인터넷은 우리가 수 십년 동안 익숙하게 여겨왔던 경제 활동들을 온라인으로 꾸준히 옮겨오고 있다. 그게 어떤 것들은 기존의 역할 그대로 더 편리하게 옮겨지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경제 활동이 이전의 상식과 규제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앱 마켓을 통해 막대한 소비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 큰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도 많다. 어느 한쪽만이 정답일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상당 부분은 시장이 적절한 가격과 새로운 유통 방법 등을 통해 거리를 좁히면서 새로운 시장 환경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규제는 결국 큰 관점에서 시장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시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현명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비즈니스에는 절대적인 선도, 악도 없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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