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 코로나19의 비대면 IT 기술과 사람

 In KISA Report

코로나19의 비대면 IT 기술과 사람

최호섭 ([email protected])

디지털 칼럼니스트

코로나19를 겪은 지난 1년간 IT는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만나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대신할 수 있는 일’은 지난 수십 년 간 IT 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허물어낸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사람끼리 만나면 안 되는 상황’을 만나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커뮤니케이션, 즉 비대면이 요구되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이다. 학교 수업은 가장 먼저 줌,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구글 클래스룸 등의 가상공간으로 옮겨서 갔고, 기업들도 원격 근무를 통해 비대면을 이어가고 있다. O2O로 분류되던 음식 배달이나 소셜 커머스 등을 앞세우던 쿠팡, 마켓컬리 등의 쇼핑 서비스는 일상의 비대면이라는 열쇠로 이전과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우리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와 지난 1년을 경험하며 우리는 뜻하지 않게 미래 사회를 먼저 경험해보게 됐다. ‘공상과학’이라는 장르로 꼽히는 영화나 소설 속의 미래 도시 풍경은 흡사 요즘의 상황과 닮았다. 물론 훨씬 멋있게 포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화상 통화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로봇과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화가 빠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유쾌하고 편리한 생활이 보인다. 물론 결국 그 작품들의 결말은 기술의 풍요 속의 외로움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19에 갇힌 우리의 상황이 그렇다.

사회는 이 변화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국민의 40%가 코로나19로 우울감이나 불안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을 통해 우울감을 밝힌 이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고립감으로 32.1%가 이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 역시 활동의 제한과 신체 활동 감소, 정서적 고갈 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살 사망자가 직접적으로 증가하지만 않았지만, 자살 예방 상담 전화 이용자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지속해서 심리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표는 늘어나고 있다.

IT는 코로나19의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 왔지만 ‘인간성’, 그리고 ‘감정’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학교, 지식 그 이상의 교육 환경

평일에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소박하게 꿈꾸던 삶, 혹은 일탈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2020년, 수많은 학생은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없던 올해 초 교육부는 사람 간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학교부터 문을 걸어 잠갔다. 대학교는 3월부터 비대면으로 입학과 개학이 이뤄졌고, 초중고교는 4월까지 개학을 미뤘다. 결국, 4월 6일 초중고교까지 원격 수업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비대면 학교생활이 시작됐다.

스마트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고, 한동안 크게 유행했던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 등 방법론적인 고민도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는 기존 수업과 함께 가는 보완책으로, 전체적인 수업 방식의 비대면화는 아직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시작했고, 준비 기간도 짧았던 원격 수업이지만 대비는 닥쳐온 상황에 비해 빨랐고,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나 줌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EBS의 콘텐츠를 통해 꽤 잘 꾸려졌다. 유치원까지 600만여 명 학생이 접속해야 하는 환경인 것을 고려하면 초기의 혼란도 적은 편이었고, 이제는 인프라와 시스템이 버텨내지 못하는 상황은 벗어났다. 초기에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이를 통해 컴퓨터나 인터넷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소외층 학생들의 교육 접근성이 지적되기도 했고, IT에 서투른 교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 환경에 대한 매뉴얼도 없었다. 학부모 역시 처음 접해보는 수업 환경에 관해 판단이 어려워지면서 한동안 원격 수업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평가되는 일도 있었다.

제도에 대한 접근에 학생과 빠져 있다는 아쉬움이 지난 1년간 학교의 고민이었다. 물론 많은 교사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수업 방법들을 활발하게 공유하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업을 끌어내면서 그간 규제 속에 묻혀 있던 새로운 교육 방법에 대한 긍정적 효과들을 끄집어내긴 했지만 이를 보편적인 교육 환경에 받아들이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는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비하는 심리 방역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온라인 중심의 새로운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인성의 가치를 높여주는 교육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프로그램들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하지만 2021학년도를 앞둔 교육 주체들은 새 학기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조심스럽게 등교를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교문이 다시 닫힐지는 모를 일이다. 지난 한 해 시스템과 방법에 대한 혼란이 이어져 왔다면 다음 한 해는 익숙함을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교육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가장 큰 기대다. 학교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 매개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격 근무, 그 허와 실

기업들은 오랫동안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꿈꿔왔다. 직원들의 모든 업무 내용이 체계적인 기록으로 남고, 장소에 관계없이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의사 결정은 수평적인 문화 안에서 데이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 상상 속에서만 있을 것 같은 업무 환경이 코로나19를 통해 찾아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무실의 정해진 자리가 아니라 집에서 일해야 했고, 이 낯선 환경에서 이전과 똑같은 생산성을 보여주어야 했다. 애초 협업 도구들은 일하는 공간의 경계를 깨면서 더 높은 생산성을 요구했지만, 준비보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기업들도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준비하지 못했고 체계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약속을 미리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업무 환경을 꾀하던 기업들로서는 위기지만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특히 IT가 중심이 되는 기업들은 출근 여부가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오히려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인원을 늘려도 사무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이 줄어들고 그만큼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근로 형태 및 노동환경 전망’ 설문에서 유연 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75%고, 그중 절반 51%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근무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 근무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재택근무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초기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반기다가도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호주의 협업 도구 개발사인 아틀라시안은 원격 근무 패턴을 분석한 결과 65개국 평균 30분 정도 업무 시간이 늘어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47분, 독일과 영국도 30분이 늘었고, 우리나라도 7분 더 많이 일한다고 조사됐다. 효과적인 업무 시스템과 더불어 각자가 일하는 방법에 대해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는 특정 서비스에 의존할 일이 아니다. 실리콘 밸리처럼 오랫동안 구성원들이 합의와 경험을 통해 찾아낸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그 안에는 적절한 규칙과 명확한 평가 등이 뒤따라야 한다.

업무 환경의 차이도 영향이 있다. 대면이 중요한 영업직을 비롯해 초기에 많은 사람을 접하고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은 비대면 업무를 할 수 없다. 같은 기업 내에서도 직종에 따른 원격 업무 차이가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협업 도구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0월 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성적인 연결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처럼 회의실이나 커피숍 등 가상의 공간에 참가자들이 배경을 없애고 얼굴만 따서 배치되는 ‘투게더 모드’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렇게 같은 공간에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화중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어 원격으로 발표해도 안정감을 주는 기능을 더하기도 했다. 협업 도구의 역사는 인터넷의 도입과 함께 시작됐지만, 감시 기반의 효율성에서 편하게 일하고 개개인의 감정을 전달하고 공감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애초에 사람을 연결하겠다는 것이 원격 업무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시대의 그늘, 플랫폼 노동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집 안으로 경험을 옮기는 서비스들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험을 ‘옮겨주는 역할’ 자체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뒤따른다. 이 역시 사람의 노동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택배는 올 한 해 동안 쉬지 않고 입에 오르내렸던 업종이다. 밤늦게, 혹은 새벽에 택배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새벽 배송을 비롯한 택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게 성장했다. 2020년 택배 시장 규모는 7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14%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2020년 택배 업무 종사자의 수는 5.4만 명으로, 이전해 4.9만 명보다 10% 정도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당연히 과다한 업무 분배는 적지 않은 말썽을 낳았다.

이태원, 광화문 등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번지면 택배 물량은 이전해보다 30% 이상 늘어나기도 했고, 추석 연휴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물동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일부 택배 업체는 막대한 업무를 직원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의 택배업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 재해자 수는 129명, 사망자 수는 9명으로 2019년 전체 재해자 수 180명, 사망자 수 2명에 비해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배달업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거래액 정보를 살펴보면 2019년 10월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9천77억 원이었던 것이 2020년 10월에는 1조5천578억 원, 9월에는 1조6천177억 원으로 기록적인 성장을 했다. 1년새 70%가 넘는 성장이다.

하지만 배달업 역시 라이더들의 안전 문제와 교통질서 등으로 사회적 고민의 중심이 되고 있다. 배달 건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다 보니 무리해서 배달을 할 수밖에 없고, 이 역시 늘어나는 수요만큼 배달 인력의 공급이 원활하지도 않다. 보험이나 안전 교육 등에 대한 대책도 의문시되고 있다.

이 비즈니스들은 결국 플랫폼 노동의 단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IT 기술과 모바일, 새로운 포장 방법과 번개 같은 배송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코로나19의 확산세에도 수많은 사람을 마주치며 일해야 하는 노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역할을 드론이나 자율주행 차량 등에 맡기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일자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5월 정부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해 지역 경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가구당 4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전 국민에게 일괄 지급하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사업을 시행했다. 이후의 자영업이나 프리랜서 등에 대한 지원 사업과 달리 이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똑같이 지급됐다.

이는 인공지능 시대와 함께 늘 함께 언급되는 기초소득의 영향에 대해 부분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영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여전히 재원에 대한 걱정은 놓칠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지급된 금액의 사용 방법과 지원금의 활용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저소득층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인공지능 기술들이 대체했을 때 과연 어느 정도의 기본 소득이 누구에게 어떤 절차로 주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남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남긴 숙제는 기술이 사람을 어떻게 대면하고,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 간접적인 경험, 그리고 직접적인 숙제를 남겼다. 사람들은 1년간의 비대면 경험을 통해 사람의 의미와 사회성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됐다. 그동안 기술이 가야 할 방향성에 ‘사람’이 얼마나 들어 있었을까. 코로나19는 극복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인터넷은, 또 인공지능, 데이터 등 주목받는 기술들은 사람의 역할과 가치를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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