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비대면 협업툴의 미디어적 필수 요건에 대하여
비대면 협업툴의 미디어적 필수 요건에 대하여
: 무엇이 화상(畫像)을 통한 정보 전달 방식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가
최홍규 ([email protected])
EBS 연구위원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만나야 하는 상황’과 ‘안 만나도 되는 상황’을 구분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모든 상황을 ‘안 만나도 되는 상황’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이 없을지 끊임없는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협업툴이 활성화되고 있는 요즘, 비대면 협업툴이 향후 더욱 발전하는 데 필요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적인 요소들을 짚어보도록 한다. 대면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비대면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보편화하기 위하여 어떠한 요소들을 앞으로 더 고려해야 하는지 이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만나야 하는 상황 vs. 안 만나도 되는 상황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만나야 하는 사람이나 상황, 안 만나도 되는 사람이나 상황을 구별하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만나지 않고, 꼭 만나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오프라인 접촉을 피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실제 대면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을 만들려 노력한다. 아무래도 오프라인에서 대인 간의 접촉을 피한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낮아지니 될 수 있으면 오프라인으로 사람 만나는 일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코로나19가 점차 전 세계를 재난적 상황으로 몰고 가면서, 사람들은 ‘만나야 하는 상황’과 ‘안 만나도 되는 상황’마저 구분 짓지 않기 시작했다. 즉 가급적 안 만나도 되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처음에는 경각심 정도를 유지하며 지켜보던 바이러스의 수준이 전 세계를 두려움으로 몰고 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중에 안 만나도 되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하며 만나야 하는 상황도 안 만나도 되는 상황으로 변경시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상황을 표현한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사실 ‘만나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정은, 누군가를 대면하여 만나지 않을 때보다 이점이 있다는 조건이 있어야 성립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대면하지 않고도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업무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는 온라인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꼭 만나야 하는 상황’은 차츰 없어지고 있다.
만일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만나지 않는 것이 낫거나, 만나지 않아서 발생하는 불편함이나 비효율성이 만나서 나타나는 이점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사람들은 굳이 누군가를 만나서 뭔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마스크를 쓰면서 대면해야만 사람을 만난 것 같고 일한 것만 같은 절대다수의 인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인식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대면(face-to-face)의 가치를 높게 인정해왔다.
사람들 간에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나 친분을 쌓고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면의 가치를 높게 인정해왔던 것이다. 누군가를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을 만나봤는지가 중요하고 만나서 눈을 마주쳐 대화를 나눠봤는지, 악수는 해봤는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봤는지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대면 상황에서는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언어적 커뮤니케이션(verbal communication) 요소들도 공유되기 쉽지만,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nonverbal communication) 요소들도 경험하기 쉽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친분을 쌓고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나야 하는 상황도 있고 안 만나도 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 만나야 하는 상황이 더 가치 있고 쓸모 있는 상황이라 여겼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적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 [출처: Eunson(2012) ](1)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의 재난적 상황은, 지속해서 진보되고 있는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서비스와 맞물려 사람들이 서로 ‘만나야 하는 상황’의 이점을 점차 퇴색시키는 데 일조한다. 특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가 ‘video conferencing’으로 불리는 화상 회의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화상 채팅의 기술을 업무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다수의 사람이 온라인에 모여 업무에 필요한 의견을 나누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ICT 서비스다.
업무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문법, 그리고 미디어의 보완
업무 과정에서 꼭 만나서 일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혹은 업무는 직접 만나서 수행해야 만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 이러한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문법은 주로 만나서 업무를 수행해왔던 세대에 익숙한 커뮤니케이션 문법일 수 있다. 꼭 만나야만 서로의 의사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고 그 안에 포함된 감정들을 가감 없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면을 통해서만 언어 전달이 용이하고 표정, 몸짓, 목소리 등 비언어적인 정보도 공유가 쉽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는 수준 높은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온라인에서도 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바로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가 그 한 사례다.
화상 회의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례 [출처: epiphan.com](2)
그럼 요즘 한창 활용되고 있는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가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문법을 보완하는 데 어떠한 이점들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자.
일단 매우 간편한 인터페이스가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용자들은 기계 조작을 통해 대면하는 느낌을 받기보다 채팅 정도의 수고로움으로 대면하는 느낌을 받는다. 출시된 일부 소프트웨어는 ‘로그인 절차 생략’, ‘다운로드 필요 없음’, ‘간단한 인터페이스’를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느니 차라리 만나서 회의하는 것이 편리한 회의 방식이다’라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려 노력하고 있다.
고품질의 화질이나 음질도 한몫한다. 회의에 화상 이미지가 활용되는 이유는 결국 화상이 오프라인 대면의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스마트폰 통화 목소리만으로 감정이나 정보의 전달이 어렵고, 얼굴 이미지를 전달한다고 해도 생동감 있는 화면을 전달하지 못한다면,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전달할 수 없으므로 시중에 출시된 소프트웨어는 화질이나 음질에 특히나 신경을 쓴다. 그러니 고품질 비디오(High-quality video), 광대역 오디오(wideband audio), 돌비 보이스(Dolby Voice)와 같은 기술적 요소들은 확실한 마케팅 포인트가 된다.
여러 명이 집단으로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술도 화상회의 서비스를 보편화하는 데 일조한다. 기존에 오프라인 회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회의실에서 다수가 모여서 회의하는 형태를 온라인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출시된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들을 살펴보면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1,000명까지 회의참석 인원을 설정할 수 있다.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만으로 간단한 소강당 행사 정도는 온라인으로 치를 수 있게 된 셈이다.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는 회의내용의 기록이나 일정 관리도 쉽고 정확하도록 도와준다. 회의내용이 자동으로 저장되고 회의 영상 파일이 참가자들에게 전송되는가 하면, 캘린더와 연동하여 화상 회의 일시를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회의록은 영상으로 기록되고, 일일이 전화통화/문자전송을 통해 회의참석을 독려하거나 회의 일정이 수정되었음을 알릴 필요도 없다.
라이브 동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과 연동하여 화상회의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소프트웨어도 있다. 화상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 이외에 이를 참관하는 사람들까지도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여 대형 컨퍼런스에서 플로어에 자리한 청중과 함께 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선보이고 있는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는 업무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문법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에는 미디어 적으로 일대일의 통신 기능을 다대다 통신 기능으로 확장하고 오프 라인에서 대면하여 치러지는 회의와 같은 느낌과 정서를 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화상(畫像)은 곧 신뢰를 전송하는 수단
– 화상을 통한 정보 전달 방식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고려될 요소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아직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는 대면(face-to-face)의 힘은 강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대면할 때 얻을 수 있는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인 커뮤케이션 이점들 때문이다. 만나지 않은 것보다 만나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고 그 목소리의 크기와 톤을 느끼고 몸짓을 전달받는 과정을 통해 더욱 정확하고 진실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믿음 때문이다.
얼굴에 의한 감정 표현을 설명한 폴 에크먼(Paul Ekman)의 책 [출처: amazon.com](3)
특정한 대가를 받고 수행하는 업무의 과정에서 목소리만 공유되는 음성통화보다 얼굴 이미지까지 공유되는 화상통화가 더 선호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면이 비대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소통의 방식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결국 화상을 전송하는 기술은 신뢰를 전송하는 기술인 셈이다.
비언어 의사소통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학자인 폴 에크먼(Paul Ekman)은 그의 저서 <감정 노출((Emotions Revealed)>에서 ‘사람들이 감정 억제를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미미한 표정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폴 에크먼은 이렇게 미세한 표정이 드러나는 것을 일컬어 ‘누출(leakage)’이라고 표현했는데, 누출이라는 단어를 통해 감정이 드러남을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이 새어나가는 표정의 변화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폴 에크먼은 이 미세한 표정의 변화가 상대방에게 강하게 전달될 수 있지만 아주 짧아서 1/25초 동안만 드러날 수도 있다고 했다. 감추고 싶지만 감출 수 없는 감정의 변화, 이를 드러내는 얼굴의 표정이 짧게는 1/25초 동안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와 같이 비대면 협업툴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사실 이러한 화상 회의 협업툴은 오프라인 대면에서 얻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 제품이다. 비대면 협업툴이지만 오프라인으로 만나지 않을 뿐이지, 온라인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서로의 얼굴과 몸짓을 탐색하며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협업툴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화상이라는 이미지를 전송하여 대면 회의에서 표출될 수 있는 언어, 표정, 말투, 몸짓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대화 당사자 간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화상 회의 협업툴은 폴 에크먼이 말한 ‘미세한 표정의 누출’을 서로 감지해보고 상대의 의도를 더 파악하여 더 효율적이며 진실한 소통을 실행하고자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우리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비대면 지향의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서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친분을 쌓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면보다 비대면을 지향하고 ‘만나야 하는 상황’을 ‘안 만나도 되는 상황’으로 바꾸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안 만나도 되는 상황’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일 수 있다.
오프라인을 통한 생활의 모습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만난다’는 말은 이제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는 말만을 지칭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비대면은 온라인에서는 대면의 상황으로 치환 되어 ‘안 만나도 되는 상황’을 존재하지 않도록 만든다.
즉 화상 회의 협업툴들은 만나야 하는 상황을 안 만나도 되는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나야 하는 상황 그 자체를 실현하게 해주는 협업툴인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오프라인에서 대면으로 만나야 할 때 꼭 파악되어야 하는 상대방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요소들을 탐지하고 공유하는 기술들이 더욱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화질과 음질의 수준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 당사자의 목소리 크기, 톤, 몸짓의 배리에이션, 감촉까지 전달되는 수준으로 변모한다면 현재의 화상 정보 전달방식은 더욱 진보될 것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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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 Eunson(2012). Communicating in the 21st Century. 3rd Edition |
2. | ⇡ | https://www.epiphan.com/blog/best-video-conferencing-software |
3. | ⇡ | https://www.amazon.com/Emotions-Revealed-Recognizing-Communication-Emotional/dp/08050727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