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 코로나19 사태로 살펴보는 5G 서비스 전망

 In KISA Report

코로나19 사태로 살펴보는 5G 서비스 전망

윤대균 ([email protected])

아주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 판데믹 상황으로 전개되며 사회 전 분야에서 일대 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경제적 측면으로는 1920년대부터 1930년대를 강타한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기가 곧 닥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많은 전문가가 내놓고 있다. ICT 업계에서는 5G가 본격 확산 단계로 접어드는 중요한 시점에 맞닥뜨리게 된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기존 설정해 두었던 상용화 확산 로드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편,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화, 도시 간 봉쇄, 특히 2020년 4월 현재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유럽이나 미국에서의 강력한 통행 제재 조치 등으로 꽉 막힌 경제적 사회적 숨통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터주기 위해서는 ITC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교육 분야에서 특히 이 부분은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급 학교의 개학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이미 대부분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으며, 4월 20일에는 초중고 전 학생이 온라인 개교를 맞이하게 되었다. 과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에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대미문의 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개교가 현실이 된 것이다.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서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의 대면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온라인 도구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구글 밋,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 시스코 웹엑스(WebEx), 그리고 많은 학교의 실시간 강의 도구로도 급부상한 줌(zoom), 그 외에 온라인 강의에 특화된 다양한 도구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서의 업무 급증과 함께 다시금 그 중요성이 대두 된 것이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이다. 실시간 상호작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비디오/오디오 전송량이 폭증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품질저하 현상이 수시로 일어나기도 했다. 필자 역시 학교 연구실에서 실시간 강의를 하던 중 네트워크 상태로 인해 화면과 음성이 끊긴 적이 많아, 요샌 그나마 인터넷 접속이 안정적인 집에서 주로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다.

 

회의 같은 경우 급하면 스마트폰 혹은 스마트폰을 핫스팟(hot spot)으로 사용하는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접속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주로 영화 스트리밍과 같은 일방향의 대용량 비디오 소비 경험에 익숙한 모바일 데이터 환경과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필요한 모바일 환경은 많은 차이가 있다. 단순 고대역폭의 데이터 전송 속도뿐만 아니라 실시간 반응 속도, 특히 지연속도에 매우 민감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생산성의 저하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5G의 필요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는 5G 필요성

 

재택근무, 온라인 회의, 대학교를 포함한 각급 학교의 온라인 개강, 집안에 갇혀 있는 동안 증가한 소셜미디어 소통, 넷플릭스 시청 등 코로나19 사태로 시발 된 예상치 못한 네트워크 요구사항 폭증에 대해 주요 통신사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와이파이 브로드밴드 중심의 네트워크 사용 증가와 동시에 모바일 데이터도 함께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농촌 지역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의 브로드밴드 품질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브로드밴드 취약지역에 5G를 보급함으로써 네트워크 품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버라이즌, AT&T와 같은 주요 통신사들의 주요 전략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일 수천 명 단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본격 확산단계로 접어든 3월 20일 경 나온 한 칼럼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을 전하고 있다.(1)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네트워크 폭증에 대비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가운데, 3월 20일 당시 직전 한 주에 비해 무려 75% 네트워크 용량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네트워크 요구사항 폭증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통신사 스스로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FCC와 연방 정부가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5G 실시를 더욱 가속화 하려는 점을 들고 있다. 브로드밴드로 추가 구축하여 부족한 대역폭을 확보하는 것 보다, 5G 실시 확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 판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020년이 사실상 5G의 본격 상용화 시기임을 고려하면, 기존 상용화 일정을 좀 더 앞당겨 시행할 필요성을 코로나19 확산에서 찾은 것이다. FCC 관계자도 재택근무로 촉발된 트래픽 증가로 인해 브로드밴드뿐만 아니라 기존 모바일 네트워크 역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 언급했다고 한다. 또한, 늘어나는 사용자 트래픽 감당을 위해 FCC는 60일간 별도 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쓸 수 있게 했다. 새로운 주파수 대역 할당을 위한 까다로운 절차, 그리고 여기에 수반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트래픽의 급증이 이번 판데믹 현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 관련 전문가는 많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인 근무, 삶의 패턴은 바뀔 수밖에 없고, 따라서 트래픽 요구사항이 다시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만큼 오히려 5G에서 제시하는 유즈케이스를 좀 더 앞당기게 된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2019년부터 매우 강하게 5G를 밀어붙이고 있는 중국에서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5G 서비스가 본격 실험대 오르기도 했다. 특히 의료분야에서 관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단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더욱 강하게 대두 되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전파가 매우 심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의료진들의 감염이 더욱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분명히 드러났다.

 

작년 12월 우한에서 첫 확진자 발생 후 후베이 성에서만 3,000명이 넘는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의료진이 감염되어 격리되기 시작하면 전반적인 의료시스템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 검사하고 더 나아가 치료까지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특히 무증상인 상태에서도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 같은 경우엔 더욱더 환자들과의 거리를 둘 수 있는 진료 방법이 절실하다. 물론 중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일을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다수 스스로 판단하고 지시에 따라 자가 조치를 할 수 있는 환자의 경우 원격진료 시스템만 잘 갖추어져 있다면 환자와 의료진의 직접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5G에서 매우 비중 있게 내세우는 산업영역이 그래서 바로 헬스케어 분야다. 원격진료의 확대된 형태로 로봇을 이용한 환자 돌봄도 꽤 유망한 영역이라 볼 수 있다. 만일 지금과 같은 판데믹 상황이라면 더욱 그 쓰임새가 돋보일 수 있다. 중국에서 5G 클라우드 로봇이라 불리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 12대를 우한의 한 병원에서 활용한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2)

 

클라우드마인즈(CloudMinds)라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기반 지능형 로봇 회사에서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이 로봇들이 직접 환자 진료에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환자의 체온을 측정한다든가, 음식을 나른다든가, 또는 의료기구들을 소독하는 등의 일을 수행하였다. 이 로봇은 또한 의사들이 원격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고 한다. 단순 작업이지만, 로봇이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이들을 돕는 일, 그리고 로봇을 통해 의사들이 환자의 상태를 원격으로 체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의사의 접촉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은 친근하게 환자들에게 다가가 간단한 대화를 한다든가, 혹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든가, 또는 같이 스냅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좀 더 안정감을 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감염병의 경우 의료진을 대신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환자들과의 교감은 앞으로 더 그 활용성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투입된 5G 클라우드 로봇과 환자들과의 교감

 

“5G 클라우드 로봇” 이라는 이름에서 암시하듯 5G 본격 확산에 맞춰진 대표적인 서비스가 코로나19로 인해 좀 더 일찍 무대에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브로드밴드 성능 향상과 커비리지 확대, 감염병 확산으로 더욱 절실해진 원격진료, 그리고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등을 통해 5G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코로나바이러스가 5G 확산의 촉매가 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 세계가 직면한 판데믹 현상의 이면에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간과할 수 없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그리고 5G 확산에 드리운 그림자

 

글로벌 판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거의 모든 산업군, 특히 제조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주 단순한 경공업 제품부터 초대형 선박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조 산업에서의 공급망이 이미 전세계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마스크만 들더라도,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필터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중인 중국에서 생산이 안 되어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전 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의료용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사 생산이 된다고 해도 항공기 운행의 감소 등 물류체계의 침체로 인한 공급체인 역시 타격을 입고 있다.

 

통신 장비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5G에 필요한 장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부품부터 고가의 핵싱 부품까지 전 세계 각지에서 공급되는 부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판데믹으로 인해 5G 공급망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다양한 관측들이 이미 나오고 있다.(3) 특히, 5G 장비 제조에 필요한 무선 유닛이나 안테나 같은 부품 대부분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거의 모든 5G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가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장비를 활용하여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하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생존에 필수적인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경제활동이 멈춘 유럽, 그리고 오랜 바이러스와의 투쟁 끝에 겨우 움직임을 시작한 중국으로부터 원활하게 장비를 공급받는 것을 기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편, 이동통신 표준을 관장하는 3GPP에서도 5G 표준 제정과 관련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당초 발표하기로 했던 표준들이 지연되고 있다. 여러 기업의 분업과 협업 그리고 합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 표준인만큼 이들 기업 활동의 둔화, 게다가 상호 협업하기 위한 모임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너무 당연한 결과이다. 5G 확산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표준화 활동도 같은 페이스를 함께 유지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5G SA(Stand Alone) 표준이 최종 마무리 되어야 한다. 이미 주요 장비 업체들은 2019년부터 5G SA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표준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상호운용 호환 테스트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 웨어러블이나 센서와 같은 IoT 제품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결국, 통신사들은 5G 확산 로드맵의 시간표를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4)

 

네트워크 인프라 장비 및 단말기와 같은 상호 호환되는 운영이 필수적인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생태계 어느 한구석에서의 사소한 지연도 눈덩이처럼 불어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5G 확산은 훨씬 더 늦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오히려 5G 확산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는 모순된 결과이다.

 

한편 코로나19 광풍을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일찍 겪은 중국의 행보에도 관심을 둘만 하다. 이번 위기로 큰 직격탄을 맞은 유럽을 상대로 5G 전개가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5G 실시가 시급하다는 화웨이 고위임원의 코멘트가 눈길을 끈다.(5) 사실 유럽에서의 5G 서비스 시행에 있어서 화웨이의 역할은 꽤 큰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이런 논란과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일부 제한적이나마 화웨이가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고 해도 일상생활 패턴은 그 이전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많은 산업 군에서도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부는 부정적, 또 일부는 이 가운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5G를 기반으로 한 초연결 사회가 바로 이렇게 변화된 일상 패턴의 일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5G 확산은 다소 지연되더라도 궁극적으로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코로나19 이후 소위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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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NBC, “Why the coronavirus pandemic may fast-forward 5G adoption in the US”, Mar 20, 2020
2. New York Post, “Coronavirus hospital ward staffed by robots opens in Wuhan to protect medics”, Mar 10, 2020
3. SDxCentral, “Global Pandemic Strains 5G Supply Chain”, Mar 25, 2020
4. Business Insider, “The coronavirus pandemic could impact 5G deployment timelines for network operators”, Mar 26, 2020
5. BBC News, “Coronavirus: 5G ‘certainly delayed’ in Europe and UK”, Mar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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