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도구들로 들어오는 범죄

2년 전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는 두 군데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한 곳에서는 정보기관이나 미국 국가안보국(NSA)도 해킹이 어려운 슈어스폿(Surespot), 텔레그램(Telegram) 같은 SNS를 사용, 지도부와 교신하면서 미국의 감청을 따돌렸다. 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도 한몫했다. IS 테러리스트들은 다크웹을 전 세계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접선장소로 활용했다.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디지털 도구들은 신이 선사한 선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때 활용되었던 텔레그램이 우리 사회의 범죄의 주목 거리로 떠올랐다.

 

텔레그램 N번방 조직도
[출처: @nbunout]

 

텔레그램 n번방들과 성착취물

 

지난해 한 연예인이 여러 명이 참여한 대화방에 한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불법 촬영하여 공유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의 성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음란물을 유포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격권과 생명권까지 침해한다는 점에서 치유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한번 유포된 음란물은 재유포되고, 재생산하기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불법 촬영하고 클라우드 앱이나 메신저 앱을 통하여 주로 음란물이 유포된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앱, 카카오톡, 텔레그램을 통해 음란 동영상을 유포되는 현실은 디지털 사회 이면에 놓인 SNS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n번방 사건은 정부와 관계기관의 소라넷 및 웹하드 등 음란사이트에 대한 제재가 심해지면서 독버섯처럼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최대 성착취물 웹사이트의 계보를 잇겠다고 텔레그램에 AV스눕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다양한 사이트를 통해 텔레그램 고담방을 홍보했고, 정보공유 특정 대화방이나 링크를 연결하게 해주었다.

 

갓갓은 경찰청수사대를 사칭하고 SNS가 해킹되었으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서 신고하라는 수법을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아이디와 비번을 탈취했다. 그리고 돌변했다. 피해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그들의 SNS 로그인해서 그들만이 비밀로 해둔 정보와 약점이 담긴 콘텐츠들을 협박물로 활용했다.

 

비밀을 유포하겠다면서 자신의 노예로 만든 것이다. 갓갓은 1번부터 8번까지 n번방을 만들어 해킹한 개인정보로 상대방을 협박해서 알몸사진 등을 보내게 했다, 2번방 3천여명 2번방 2천여 명 3번방 3천여 명 등 사진 동영상 파일 각방에 수백 개씩 나누어 올렸다. 조주빈은 고액방은 7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받았고 연예인방도 있다고 꼬드겼다. 조주빈은 한 방에서는 실제로 15시간 그들이 말한 “노예”를 상주시키면서 방을 운영할 정도 추악한 짓을 저질렀다.

 

입장료는 영구적이며 회비 추가금이 없이 돈만 내면 신분확인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돈을 받는 방법은 코인을 활용하여 비트코인, 이더리움, 특히 추적이 어려운 모네로로 계좌에 후원을 받기도 했다.

 

텔레그램을 이용한 여성과 아동, 청소년에게 가해진 성착취 고문 사건에서 박사방`은 아류에 불과했다. 조주빈 이전엔 `와치맨`등이 있었다. `n번방`은 그들 손에서 탄생했다. `갓갓`이 운영하던 8개의 n번방은 그의 잠적 후 수없이 파생됐고 다른 회원이 n번방의 운영을 대신하거나, 유사 채팅방이 새로 생겨났다. 조주빈도 `갓갓`의 잠적 후 n번방의 일부를 이어받은 이들 중 한 명일 뿐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그들이 고액방을 운영, 돈을 버는 동물원 속의 원숭이취급도 받지 못했다, 그냥 노예에 불과했다. 박사방의 주범 조주빈은 더는 악마와 같은 삶을 멈추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n번방의 주범 조주빈 외에 그에 못지않게 범죄에 활약한 조력자들이 남아있다. 다크웹에서 그는 개인정보, 즉 주민등록등본 등을 공개해줄 공익요원을 찾았고 실제 범죄에서 그를 도와준 공익요원들이 붙잡혔다. 여전히 돈을 거래한 암호화 화폐 조력자도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서 조주빈은 주범이라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조력자들이 잔인하고 교활한 범죄를 함께 완성시켰다.

 

 

개인정보유출(공무원가담 등 도덕적해이)과 인격말살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성범죄가 모두 중대하다. 그중에서도 성착취 동영상과 음란동영상을 온라인상에 불법 유포함으로써 피해 여성이 자살이라는 절벽을 몰아버리는 이러한 범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 한 사람의 성적수치심과 인격권 더 나아가 피해자의 사회복귀가 힘들 정도로 처참함에 빠뜨리게 하는 심각한 범죄를 조주빈을 비롯한 n번방의 범죄자들이 저질렀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의 단체대화방이나 개인방에서 불법촬영 동영상이나 유포된 동영상이 2차 3차 유포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적 촬영물의 피해자 중 사회권의 박탈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 본인의 성적 촬영물이 온라인공간의 불특정 다수에게 포르노로 소비되고 있다는 분노와 공포, 사회적인 지탄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자의로 성관계를 하였고 그 촬영물이 소비되고 있다는 것은 가해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한 ‘순결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받게 돼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런데도 여성의 성행위 자체를 음란한 것, 부정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비난의 화살이 불법 촬영을 하고 이를 유포한 이가 아닌 피해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제 개인정보는 하나의 인격체를 보여주는 그 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개인정보, 신상, 휴대폰 하나만 있어도 꼼짝없이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동안에 든 생쥐 꼴이 된다. 그만큼 개인정보는 디지털 공간에서 어디로도 도망가거나 회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름표가 되는 것이다. n번방 문제에 빠져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인정보보호유출이다. 개인정보가 이들의 손에서 유린당하였다는 것이다.

 

조주빈 등 박사방 운영자들은 대놓고 공무원, 특히 공익요원 등 주민등록번호와 이사 등 개인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을 다크웹에서 고액아르바이트생으로 모집했다. 수법이 다양해진 것이다.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다크웹에서 주민등록증을 비롯하여 개인정보유출을 대놓고 조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취약지대라는 것이다. 향후 이에 대한 처벌조항과 이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범죄자에게 개인정보조회권한을 내어준 공무원과 공익요원들의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인식이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꼴이지만 이러한 사례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개인정보 유출이 성착취나 중대범죄에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조주빈 일당들이 벌인 범죄 성착취방 동영상 파일 등은 살인이나 납치, 강간 등 인륜을 파괴하는 범죄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거대한 중과실범죄다. 이러한 공무원 등의 개인정보유출에 관한 범죄는 중대범죄로 형량을 최대한 높여야 할 것이다. 제2의 조주빈이나 n번방 성착취자들보다 더 악랄하고 반인륜적인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범죄에 활용하게 된다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정보는 그냥 컴퓨터상에 나오는 숫자나 디지털로 나열된 정보로 인식하면 곤란하다. 우리처럼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집에 와서 가족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이들은 잘못하는 게 없으니 숨길 것도 없고 정부가 우리를 감시하는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 휴대폰 비밀번호, e메일이나 페이스북의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면 정색을 할 것이다. 개인정보란 그런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을 한번 잃어버린 프라이버시를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프라이버시는 인간이 누구로부터 구속이나 침해받지 않고 자유를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이며 지켜야 할 마지막 프라이버시다. 현재로써는 26만 명이라기보다는 26만 조회수라는 것이 검찰수사결과 정확한 수치인 듯싶다. 어찌 됐든 26만 명이든 26만 조회수든 방에 참여한 유료회원들의 경우 신상이 어떤 방법으로든 밝혀지게 된다면 제2의 에슐리매디슨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이미 2명의 자살자가 발생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수치와 모욕을 피하겠다고 자살을 선택하는 제2의 투신자가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성할 때다. 이성과 감정을 상실한 채 디지털 늪에 빠져 “짐승의 생활”에 가담한 것을 자각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성년착취물 n번방이 남긴 문제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피해 거리로 나와도, 여전히 거리는 온통 스크린 물결이다. 건물의 광고판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전광판에서도, 그리고 베개 머리맡, 주머니 속에서도 스마트폰은 늘 우리와 함께한다. 스마트폰의 스크린은 이제 우리 삶의 일부이다. 우리는 더는 가상현실의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영화 속에 나오는 거대한 매트릭스 같은 거대한 시스템에 순종적이 되도록 교육을 받아온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언플러그드되는 순간 현실에서 분리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지니고 살아간다.

 

스마트폰과 인터넷과 분리되는 순간, 접속이 끊어지는 순간 현대인들은 그것은 고독, 분리, 죽음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플러그드” 된 삶을 살고 있다. 거실의 TV, 라디오, 인터넷에 연결되어 대부분 정보와 사실들을 거기서부터 얻는다. 어디를 가도 무선 인터넷은 사람들에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며, 사람들은 자신의 IT 단말기의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걱정만으로도 늘 어디를 가든 먼저 플러그를 찾아 헤맨다. 사실상 “플러그드”(plugged) 된 현대의 삶은 더는 메타포가 아니다. 냉장고, 선풍기, 스토브, 레인지, 다리미, 드라이어, 청소기. 플러그에 꽂지 않고서는 인간은 하루하루의 삶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런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매트릭스는 과연 “언플러그드”(unplugged) 된 삶의 의미와 그 진실의 추구가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렇게 우리는 디지털 세대를 사아가고 있고 범인은 우리의 삶이 SNS에 귀속돼 있음을 노리고 있었다. 교활하게 그 공간을 찾아 헤맨 것이다. 그 틈 속에서 범죄대상을 찾았고 돈벌이를 찾아낸 이들이 n번방의 악마들이다. 조주빈은 돈을 벌기 위해 n번방에 성착취물을 몰아넣었고, 소위 성착취 노예(?)들을 협박했고, 가두고 15시간 상주시켰다.

 

눈여겨볼 것은 조주빈 등이 미성년자인 중고등학생까지 포함된 이들의 성착취 동영상까지 다루었다는 것이다. 미성년자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수십 년의 징역을 살게 하는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에 비추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선이 위중한 것도 같은 이유다. 어린이 포르노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10년 이상의 형벌을 살아야 하는 엄격한 미국 유럽 등 선진사회의 상황을 우리가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 하나 이번 디지털성범죄는 아동 성범죄와 연결돼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미성년범죄 실행에 있어, SNS를 활용했고 텔레그램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미성년, 아동성범죄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많은 관련 연구에서 희생 아동들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손실이 밝혀지고 있고, 이러한 해악은 아동과 관련한 다른 모든 해악을 합한 것 보다 그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 발생한 용산 초등학생 살해사건과 마포 초등학생 성폭행사건이 발생해 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실제로 아동 포르노 확산과 아동성범죄의 실행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아동 포르노 밀매와 아동에 대한 섹스 구애를 한 많은 아동성애자들이 체포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도 청소년 성매매의 90% 이상이 온라인상의 채팅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아동 포르노의 실태 전 세계적으로 포르노 관련 산업은 빠른 성장을 이루어 왔다. 포르노의 생산과 수집에 있어 무한대의 역동성과 간편성, 그리고 은밀성을 가지고 있는 인터넷상에서 포르노의 규모를 측정한다는 것 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아동 포르노는 일단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 확대 재생산되고 반복 유통되어 당사자에게는 크나큰 상처로 남게 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산세를 이루고 있다.

 

세계의 아동 포르노 인터넷 사이트는 2001년을 기준으로 10만 개였으나, 2003년에는 그 숫자가 배로 늘어났고(ICMEC, 2006), 미국 내에서만 인터넷을 제외한 아동의 성행위를 다룬 잡지 264종이 생산, 판매되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아동 포르노의 규모와 증가 추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아동 포르노사건이 법망을 피해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자의 수를 파악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보 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동안 외국 웹사이트를 통한 판매유통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미성년 성착취물이 유료로 유통된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ttp를 막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정부는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번 사건을 통해 실제 우리나라는 아동 포르노 문제에서 무풍지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쉽게 드러내 보였다. 제2의 조주빈과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벌백계의 조치를 위해야 한다. 미국이나 동유럽 등에서 아동 포르노물이 스팸메일이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마구 들어오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외국에 개설된 음란사이트에 들어가 얼마든지 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포르노의 이용을 강력하게 정당화한다는 사실들도 밝혀져 취업 기록도 없던 `박사` 조주빈.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수억 원의 돈을 거머쥐었다. SNS, 채팅앱 등을 통해 여성들에게 접근 후, 나체 사진을 받아내는 것이 시작이었다. 한 번 약점을 잡힌 여성들은 빠져나올 수 없었다. 위험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조 씨에게 각종 신원정보가 넘어간 후였고, 그 뒤엔 협박이 이어졌다. 조주빈은 집요하게 그들을 성노예화시켰다. 만약 도주할 경우, `박제방`에 해당 여성의 나체 영상과 신원정보를 공개했고 조 씨의 `노예`가 된 여성들은 그가 시키는 대로 기이한 표정과 자세로, 스스로 음란물을 찍어야 했다. 경찰에 따르면, 16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해 74명의 여성이 그렇게 피해자가 됐고 수천, 수만 명의 텔레그램 회원들에게 성착취물이 팔려나갔다. 그런데 n번방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결론

 

 

텔레그램의 특성상 추적이 어렵다고 착각했다. 잡히지 않을 거란 확신 속에서, 가해자들은 적극적으로 영상 제작을 지시하거나 유포했고 유료회원방을 운영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잡혔다.

 

그들에게 체조직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 피해자 물색·유인 ▲ 성착취물 제작 ▲ 성착취물 유포 ▲ 성착취 수익금 인출 등 4개 역할을 나누어 수행한 `유기적 결합체`라고 본 것이다. 그만큼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지시 아래 이루어진 철저한 범죄조직수법을 따랐다, 조주빈이 성착취 영상물을 이용해 홍보용 전단을 박사방에 올리면 구성원들이 즉시 유포하는 등 조주빈 일당이 조직적인 음란물 배포 활동에 가담했다. 또 검찰은 조주빈 일당이 랜덤 채팅·고액 아르바이트·조건만남·용돈 제공 광고 등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텔레그램 채팅창으로 유인한 다음 소액을 보내주면서 인적사항 등을 확인한 뒤 향후 고액 지급을 미끼로 얼굴 및 신분증 사진 등을 전송받았다. 유료회원 관리를 위해 박사방 회원들이 활발하게 텔레그램 활동을 했다. 또 개인정보와 참가비 명목의 일정한 금품도 회원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조주빈은 회원들이 내부 규율을 어기면 신상을 공개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도 하는 등 철저하게 조직적인 준비를 한 것이 밝혀졌다. 조주빈은 역할을 맡은 공범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사소통했고, 이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편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한 경우`에 성립한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같은 형량을 받게 된다.

 

이번 사건은 최악의 사건들이 결합되었다. , 국민청원과 국회청원이 올라오고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가해자의 끔찍하고 역겨운 행위에 사람들은 ‘잔혹한 범죄’라고 분노하며 엄벌 촉구로 응답했다. 분노의 목소리는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퍼진 분노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지속적이었다. ‘이참에 아예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처벌 강화를 담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런 분노가 가닿은 걸까. 그렇게나 세상과 언론과 경찰을 조롱하던 박사 조 씨가 마침내 경찰에 붙잡혔다. 놀라웠다. 24살의 어린 남성이었다. 경찰은 그가 보이스피싱, 마약 등의 사기로 돈을 벌다가 성착취물로 범죄의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그게 돈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피해자의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착취의 가해자는 피해자들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고 당당히 고개를 든 채 검찰에 송치됐다. 그 순간 피해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부 피해자들의 경우 남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나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공포감이 엄습해 무섭다고도 한다. 또 다른 피해자들은 수면제를 복용하며 하루하루 근근이 지내기도 하고.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에 여전히 시달리며 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n번방의 가해자들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이제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가 27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20만 개가 올라온 웹사이트의 운영자가 징역 1년 6개월을 살고 다시 사회로 나온다. 우리는 잔혹하고 악랄한 디지털 성범죄를 수없이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공무원이 개인정보유출가담, 현대인의 자기표현 메신저가 성착취물과 범죄도구의 근원지가 된 지금, 물질만능주의로 인간 말살까지 마다치 않은 주범의 말대로 악마가 할 수 있는 일을 조합을 합쳐놓은 범죄물이었다. 어디서 이런 디지털 괴물을 만들 수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피해자들은 어딘가에서 오늘도 공포와 고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누가 그 눈물을 제대로 닦아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