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2020’, 비대면 시대 개발을 담다

 In KISA Report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2020’, 비대면 시대 개발을 담다

최호섭 ([email protected])

디지털 칼럼니스트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20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개발자 컨퍼런스의 역할은 플랫폼을 지탱하는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기술과 비전, 그리고 서비스를 통해 더 나은 생태계 바탕을 만드는 데에 있다. 그래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마이크로소 프트를 비롯해 구글,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등 기술 기업들은 1년 중 가장 큰 행사로 개발자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많은 개발자를 초대해 새로운 기술 발표부터 생태계 구성원들의 파티까지 화려한 일주일을 만들곤 한다.

 

간혹 얼마나 많은 개발자가 모이는지를 두고 ‘세 싸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규모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드 역시 지난해 세계에서 5천여 명의 개발자가 참석했다. 구글이나 애플 역시 공간이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매년 5천~6천 명씩 한자리에 모이고 있다. 사실상 개발자들을 위한 세계적 규모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비대면의 시대, 달라지는 업무 환경

 

하지만 올해는 그 흐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을 틀어막았다. 1월 첫 주에 열린 CES2020 이후 세계적인 규모의 박람회, 컨퍼런스는 모두 취소됐고, 5월 초로 예정됐던 구글I/O도 온라인을 검토하다가 결국 취소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드 2020을 온라인으로 열기로 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고, 컨퍼런스의 변화를 기술로 해결하는 첫 시도인 만큼 기대와 우려는 적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히 ‘동영상 강의’처럼 키노트들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의 비대면 중심의 환경을 담아내는 데에 집중했다.

 

 

물론 현장감, 그리고 개발자 컨퍼런스를 풍성하게 만드는 대면 이벤트들과 개발자들 사이의 소통은 오프라인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 역시 댓글이나 채팅같은 방법으로 대체될 수 없는 소통 방법 때문이다. 기술로 풀어야 한다는 숙제를 남긴 듯하다.

 

빌드의 키노트는 ‘새로운 시대의 일 하는 방법’을 담아냈다. 사실 놀라운 기술이나 새로운 제품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현재 우리가 닥친 상황 안에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모든 발표에 담겼다. 코로나19는 단순한 질병을 넘어 세상의 근간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됐다. ‘비대면’으로 대변되는 세상의 변화는 결국 그동안 많은 IT 기업들이 이야기해 온 ‘온라인’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다가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구해 온 방향도 다르지 않다.

 

사티아 나델라 CEO도 기조연설을 통해 “2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지난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기업, 개발자부터 이용자까지 생태계의 모두가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명”이라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다만 그 동안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오프라인 중심의 현장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반영해 왔다면 최근의 상황은 100%에 가까운 비대면, 즉 모든 상황이 온라인 위에서 디지털로 처리되는 상황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간단한 영상 회의, 채팅을 통합 협업 등이 있지만, 더 나아가 협업 코딩이나 원격 프로젝트 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새 기술보다 생각의 변화가 우선

 

 

마이크로소프트는 발표 곳곳에 협업 도구인 팀즈를 심었고, 발표가 대부분 녹화로 진행되긴 했지만, 그 기록 과정이 모두 팀즈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비추었다. 누군가는 개인 사무실에서, 누군가는 자기 집 거실에서 발표를 이어갔고, 이를 끌어안은 온라인은 모두 하나의 업무 환경이 됐다. 공동 문서를 만드는 것처럼 어디에 있어도 함께 코드를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즈 내에서 함께 개발하고, 배포까지 모두 처리하는 개발 환경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 역시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개발자들을 위한 원격 툴체인 환경, 코딩을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했고, 이후의 기술 방향성도 더 빠르게 목표했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룰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라는 메시지다. 어떤 업무 환경에서도 모두에게 똑같은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위에서 더 많은 컴퓨팅 엔진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을 강조했다. 이전같으면 억지스럽다고 판단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당장 현실이 그렇고, 집에서도 막대한 양의 GPU 컴퓨팅, 인공지능 도구들을 바탕으로 생산성에 영향 없이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슈퍼컴퓨터(AI supercomputers)를 공개했다. 애저 클라우드 위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처리 슈퍼컴퓨터다. 이 인프라는 전세계에 공개된 AI 슈퍼 컴퓨터 탑 5 수준의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고, OpenAI 프로젝트와 협력해 개방성과 표준화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학습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 개발의 가장 큰 숙제고, 인공지능 관련해 모든 프로세스를 클라우드와 결합하려면 데이터를 수집, 처리해서 분석과 학습하는 모든 과정이 필요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슈퍼컴퓨터를 통해 전문적인 분야에 쓰일 대규모 분산형 AI 모델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비대면의 보편화와 함께 인공지능 기술은 더 무게가 실리게 마련이다. 사람이 직접 지키고 있어야 하는 일들을 머신러닝으로 대신하는 일들이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은 그래서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 AI 슈퍼 컴퓨터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들이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눈여겨볼 만한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위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 툴킷과 책임 머신러닝 툴(Responsible ML tools)을 애저 머신러닝 서비스에서 제공해 모든 개발 생태계가 모두 책임감을 갖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모이는 이상적인 밑그림인 ‘애저 시냅스 링크’도 공개됐다. 애저 코스모스 DB를 비롯한 애저 내에서 돌아가는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중심으로 데이터 이동이나 전처리 없이 곧바로 분석을 뽑아낼 수 있는 데이터 통합 서비스다.

 

클라우드, 리눅스, 오픈소스변하지 않는 핵심

 

오히려 윈도우, 하드웨어 등 대중적인 제품은 빠졌다. 윈도우10에서 눈여겨볼 만한 업데이트는 앱 개발 환경이 통합되는 리유니온 프로젝트, 그리고 윈도우 속 리눅스 개발 환경인 WSL2(Windows Subsystem for Linux 2)이다. 리유니온 프로젝트는 Win32와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Universal Windows Platform, UWP) API를 통합해서 개발자들이 어떤 앱이든 모든 윈도우 10 기기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유니버셜 윈도우 플랫폼의 진화형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개발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WSL2이다. 윈도우 위에서 WSL2를 설치하면 따로 리눅스 시스템이 없어도 완전한 리눅스 개발 환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몇년 동안 빌드의 가장 주요한 주제였는데, 단순한 에뮬레이터가 아니라 실제로 모든 코드가 네이티브로 돌아가는 진짜 리눅스 환경이 윈도우 안에서 돌아가는 것이다. 이번 WSL2를 발표하며 조금 더 실제 컴퓨터처럼 작동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GPU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돼서 그래픽카드 성능에 따라 텐서플로 등의 머신러닝을 구동하거나, WSL 안에서 GUI나 게임을 비롯한 그래픽 처리도 가능하게 된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는 WSL의 리눅스 환경에서 작동하는 다이렉트X도 발표했다. 더는 가상 머신이나 멀티 부팅을 하지 않아도 PC 한 대로 리눅스와 윈도우 환경을 모두 아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빌드는 새롭지만 새롭지 않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화에 인색하다거나 혁신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고, 당연히 업무나 공부, 심지어 소비, 식사, 취미 등 모든 환경이 이전처럼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이 비대면이 강조되는 시기를 풀어내는 것은 기술이다. 다만 새로운 기술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준비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재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한 단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익숙하게 써 오던 것들의 의미를 돌아보고, 새로운 업무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를 자극했다. 기술은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새로운 기술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받아들이는 생각에서 온다는 의미다. 물론 이를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미 그 제품과 서비스들이 궁극적으로 대면, 비대면을 가리지 않는 디지털 중심의 업무 환경에 맞춰져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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