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비대면으로 시작한 공교육, 미래 바라보는 스마트 교육으로 넘어가야
비대면으로 시작한 공교육, 미래 바라보는 스마트 교육으로 넘어가야
최호섭 ([email protected])
디지털 칼럼니스트
“2학기도 비대면으로 하나요?” 여름 방학을 앞두고 학생들과 학교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도 1학기 교육 환경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들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흘러갔다. 코로나19의 공포는 반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와 맞물려 교육 환경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남아 있다.
많은 교사가 1학기의 수업에 대해 기대만큼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교사들은 학교에 학생들이 올 수 없는 환경에서 최선의 온라인 수업 환경을 꾸렸고, 연초 아예 수업을 못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비해 이제는 혼란 없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전의 오프라인 100%의 수업이 정답이 아니라고 느꼈던 것만큼 100%에 가까운 온라인 수업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남겼다.
연필과 공책 대신 컴퓨터와 인터넷, 교실 대체하는 인프라
가장 먼저 닥친 현실은 수업과 관련된 인프라에 있다. 콘텐츠 공급부터 네트워크, 교사와 학생들의 단말기까지 모든 부분이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낳았다. 교육 콘텐츠가 담겨 있는 서버는 접속이 안 됐고, 쌍방향 수업은 정해진 시간에 학생들과 교사가 만나는 과정부터 진땀을 뺐다. 당연한 일이다. 몇 년을 체계적으로 준비해도 쉽지 않은 일을 몇 주 만에 만들어내야 했으니 말이다.
클라우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550여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 영상과 채팅 등의 콘텐츠를 쏟아내는 것을 받아내는 일은 유례 없는 일이다. 가장 원망을 많이 샀던 부분이기는 하지만 한 달 정도 만에 거의 정상화 수준에 올라선 것은 높이 살 만하다. 이 부분은 지속해서 개선이 필요하고, 또 진행 중이기도 하다.
진짜 문제는 학생들의 수업 환경에 있다. 학교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단말기에 대한 고민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애초 교육부는 컴퓨터를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PC가 아무리 싸고 흔해졌다고 하지만 가구에서 PC를 마련하는 것은 실제로 꽤 큰 부담이다. 게다가 한 가구에 학생이 2명 이상 있는 경우에는 PC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가정에 PC는 얼마나 놓여 있을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데스크톱 PC 보급률은 2018년 기준 59.7%에 머문다. 노트북은 27%, 태블릿은 8.4%다. 이 수치는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가구당 중복되기 때문에 실제로 컴퓨터가 없는 가구 수는 매우 높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PC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이 4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60%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수업의 몰입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디지털로 과제가 쌓이고 데이터 중심의 교육 설계를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키보드가 없어서 공책에 쓴 과제 결과물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불균형도 생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회적 격차로 받아들여질 우려도 있다.
인터넷도 적지 않은 문제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스마트폰과 LTE를 이용해서 거의 전 국민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가정의 인터넷 환경은 또 다른 문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78.46%로 꼽힌다. 사실상 집에 PC가 있는 가정이 이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무선랜 대신 LTE를 통해 접속해야 한다. 한 시간 동안 영상을 통한 쌍방향 수업이 진행되면 데이터가 약 400~500MB씩 쓰인다. 플랫폼과 화질에 따라서 더 많은 데이터가 오가기도 하는데 이를 한 달 기준으로 따지면 50GB를 훌쩍 넘긴다. 통신사 측면에서 봐도 과다 사용자로 꼽힐 만한 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몇 기가바이트 수준의 요금제를 쓰고 있고, 이마저도 꽤 부담되는 가정이 많다. 수업을 위해 무제한 요금제로 바꾸는 것도, 3년씩 약정을 해야 하는 초고속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도 학부모로서는 고민이 되는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수업 방법의 고민
교육부는 3월 온라인 개학을 결정한 이후 유례없이 많은 자율권을 교사들에게 주었다. 그동안 새로운 교육 방법을 옭아매던 클라우드, 무선랜 등의 규제도 모두 풀어주었다. 오랫동안 스마트 교육을 준비해 왔던 교사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교육 방법을 통해 수업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새로운 세대에게 맞는 교육 방법을 극단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교사들은 새로운 수업 환경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스마트 교육은 그저 교실에서 하던 수업을 카메라와 마이크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방법이 적용되어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교육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것이다.
현실은 각 교사가 가진 역량을 온라인에 쏟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EBS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을 비롯한 교육 자료를 과제처럼 내어주는 경우가 많고, 미리 준비된 교실에 들어가서 기존처럼 칠판에 판서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사교육 시장의 한 흐름인 ‘인강(인터넷 강의)’과 특별한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사교육과 경쟁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코로나19의 확산에도 학원은 쉬지 않고 오프라인 강의를 하고 있으니 무엇인가 뒤바뀌어 있다는 지적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교육부도 스마트 교육에 앞서 나가던 교사들의 의견을 듣고, 또 교사들 사이에서도 연수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부지런히 경험을 나누고 있지만 새로운 교육 방법의 다양성과 함께 표준화할 방법들이 함께 고민되어야 하는 시기다.
풀리지 않는 입시 갈등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육의 목표와 방향성에 있다. 교육은 지식과 성적이 전부가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적인 목표는 입시에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과제를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고, 온라인이라고 해도 발표나 다양한 활동들에 제약이 없지만, 밀도 있게 공부해야 하는 고등학생들로서는 현재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2021년도 수학능력시험과 대입 전형에 대해 재수생과 불균형 문제는 새로운 이슈도 아니게 됐다. 6월 등교 이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대해 걱정하는 교사들도 있다. 아무래도 책상 앞에 자율적으로 오래 앉아 있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고, 결국 학교나 가정에서 지속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학생들은 큰 격차 없이 성적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맞벌이 부모가 출근하고 집에 혼자 남아 종일 수업과 과제를 해야 하는 학생들 처지에서는 결과도, 과정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입시에 대해서 사교육에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동안 오랫동안 고민해 온 공교육의 역할, 가치와 반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강과 공교육의 경쟁’이라는 측면으로 학교 교육의 인식이 자리잡히기라도 하면 심각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학교의 역할, 공교육의 목표 중심이 잡혀야
결국, 우리가 온라인과 스마트 교육을 통해 공교육 환경에서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서둘러 내야 한다. 현재의 온라인 개학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바라보고 있던 새로운 환경의 교육을 실험할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매우 급한 상황에서 갈등과 문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에 이전의 가치로 완벽하게 돌아가는 게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입시 경쟁을 줄이고,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21세기형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우리의 교육 목표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 1년 동안은 코로나19가 현재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시작했지만 당장 학생들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지나가는 중이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이번 계기를 통해 온라인 교육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관련된 인프라와 단말기를 규정해야 한다. 당연히 교육 과정에도 이를 반영하고 다양한 형태의 수업 방식이 교사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쌍방향 수업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그동안 국내에도 십수 년 동안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꿈꾸는 교사들이 음지에서 눈치 보며 쌓아온 경험들이 잔뜩 쌓여 있다. 이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통해 기존 교육 환경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교육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교사들이, 또 학생들이 가진 역량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는 접점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 바뀌기 어려운 교육 환경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