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원격교육 콘텐츠와 플랫폼,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In KISA Report

원격교육 콘텐츠와 플랫폼,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 비대면 교육적 도구로써 콘텐츠와 플랫폼의 기능을 다시 생각하며

최홍규 ([email protected])

EBS 연구위원

이번 원고에서는 코로나19로 원격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은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하며, 이러한 원격교육 콘텐츠와 플랫폼이 빛을 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또한, 비대면 사회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은 교육적 도구로 더 많은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교육적 도구로써 원격교육 콘텐츠와 플랫폼이 기존과 어떠한 점이 달라야 하는지 짚어봄과 동시에, 효과적으로 교육에 활용되는 데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교사가 플랫폼 그 자체였던 시대의 종말

교사도 교육콘텐츠 생산자이자 전달자로 분리되어가는 시점

교육 영역에서만큼은 교사가 교육의 콘텐츠이자 플랫폼 그 자체이던 시절이 있었다. 교사 역시 학교라는 공간에서 활동하는 활동 주체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교사는 단순히 학교라는 플랫폼에 속해있는 콘텐츠이거나 콘텐츠 전달자, 혹은 생산자가 아니었다. 교사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교육 콘텐츠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이해되고 습득되기 때문에. 또한, 교사라는 존재 자체가 단순히 교육 콘텐츠를 앵무새처럼 읊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의 사상과 철학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므로 그랬을 것이다. 물론 현재 교사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교사라는 존재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학습자의 삶을 더 나아지도록 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다. 다른 여타 산업의 종사자들과 달리, 교사만큼은 교육산업의 교육 콘텐츠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콘텐츠 그 자체이자 교육플랫폼 역할까지 하는 종사자로 기대된다.

그러나 교육산업에서 교사가 짊어져 온 많은 짐이 덜어지는 계기가 마련된다. 바로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학교가 폐쇄되고 등교개학이 연기되면서 우리는 학교의 역할, 나아가서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얻었다. 학교라는 공간을 매개로 하여 함께 숨을 쉬며 교육의 장을 만들어갔던 교수자와 학습자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한 원격교육으로 말미암아 서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교사와 학생, 이 교육과 학습의 주체가 아무래도 서로 대면하지 못하게 되고 많은 시간 학교를 벗어나 온라인이라는,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만나게 되니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단순히 교육을 위한 물적 공간만 다른 것이지, 교수자와 학습자의 역할은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공교육 공백의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원격교육과 대면 교육의 차이점은 명확히 인식되었다. 교수자는 학습자에게 비대면 방식으로 가장 효과적인 교육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또한, 비대면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도 마다치 않아야 한다. 반면 학습자는 대면적 상황보다 더 나은 비대면 학습효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어쨌든 교육콘텐츠라는 것이 교수자로부터 학습자에게 전달되어야, 혹은 학습자가 교육콘텐츠를 전달받아 피드백을 해줘야 비로소 교육적 과정이 진행된다. 따라서 비대면 원격수업의 과정에서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하거나, 더 새로운 방식을 습득해야 하거나, 더 많은 상황을 예측해야 하거나, 학습 결과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쪽은 당연히 교수자 쪽인 교육을 시작하고 과정을 주도하고 끝맺음을 하는 교사가 된다. 교사는 경험해 보지 못한, 교육의 과정을 먼저 주도해야 하며, 과정 중에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 준비도 해야 한다. 담보될지 모를 학습효과를 기대해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소통의 과정에 대해 막연히 긍정적인 기대도 해야 한다. 대면 교육이 원격교육으로 대체되면서 더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 쪽이 교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교사가 원격교육 과정에서 덜게 되는 가장 큰 짐이 있다. 바로 공간에 대한 변수다.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교육 콘텐츠를 전달하고 피드백 받는 과정에서 교사가 전체 상황을 인지하고 주도적인 교육을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대신에, 해당 공간에서 주어지는 책임도 막중하다.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는 단순히 교육콘텐츠를 전달하고 피드백을 확인하는 것에서 교사의 책임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교실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고, 학생의 바르지 못한 행위를 바로 잡고, 학생들에게 학교규율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 때로는 잔소리도 마다치 않고 학습자의 상황파악을 위해 사적인 생각도 공유해야만 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가 그러한 일들을 피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는 단순히 교육 콘텐츠 생산자나 전달자의 역할만을 할 수 없다. 때로는 교육콘텐츠를 스스로 체화하고 본을 보이는 일에서부터 학생들의 말과 행동, 태도를 바르게 인도하는 일들도 수행하여 교육콘텐츠를 모아 확산시키는 플랫폼 역할도 해온 것이다. 이제야 코로나19가 퍼지고 학교가 폐쇄되며 교실이라는 공간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교사도 교육콘텐츠 생산자이자 교육콘텐츠 전달자로 그 역할의 짐을 다소 덜어가는 모양새다.

원격교육은 대개 가정에서 이루어지니 교사는 원격교육 환경에 걸맞은 교육콘텐츠를 잘 만들고 이러한 교육콘텐츠가 학생에게 잘 전달되어 습득될 수 있게 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된다. 또한,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에 대한 책임은 다소 가벼워진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만든 교육 현장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교사가 교육콘텐츠 생산자이자 전달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원격교육도 결국은 교육

교육콘텐츠는 교육적 도구로서 기능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비대면으로

그렇다면 교실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이 교사에게 부과하는 책임과 역할의 짐들은 어디로 옮겨졌을까? 대개 가정에서 원격교육이 이뤄지니 가정으로 고스란히 옮겨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는 원격교육이 시행되는 원격교육 플랫폼으로 옮겨왔다고 볼 수 있다.

학습자의 관점에서 원격교육이라고 하면, 교실에 갈 필요가 없고 선생님을 만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대면식의 교육과 가장 다른 점이라 꼽을 수 있다. 그러한 점 때문에 원격교육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적다고 느끼는 학습자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원격교육도 엄연히 교육의 한 형태이다. 교사가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이 보일 수 있어야 하고 학습자가 편리하게 해당 교육의 내용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비대면 교육의 여건상 학습자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흥미를 유발하는 교육의 내용도 기획할 수 있고 채팅이나 게임 같은 양 방향형의 교육을 지향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격교육도 교육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제시한 그림 “비대면 상황 시 원격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링크 모음 사례”에는 원격교육에 필요한 정보들이 링크로 모여있다. 읽기(Read), 창작하기(Create), 소통하기(Communicate), 코딩하기(Code), 명상하기(Meditate), 관찰하기(Observe), 여행하기(Travel), 쓰기(Write), 수수께끼 풀기(Puzzle)와 같이 초등학생 수준에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원격교육 콘텐츠가 한데 모여있다. 각각의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관련된 교육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그야말로 교육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링크를 모아놓은 셈이다. 학생들은 각각의 수준에 맞게 교육 콘텐츠를 골라보고 원하는 교육내용을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원격교육의 상황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교육콘텐츠 링크를 단순히 모아 제공할 경우, 교육콘텐츠를 학습자에게 연결해줄 매개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링크만 가지고 학습을 유도한다면, 이는 마치 학습자를 책이 가득한 교실에 데려다주고 혼자 알아서 공부하라고 하는 상황과 같다.

즉 원격교육을 위한 콘텐츠는 당연히 교육적 도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질적 수준과 내용이 갖춰져야 하며, 동시에 교수자와의 매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교육콘텐츠가 충분히 교육적이라고 하더라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교육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온라인 네트워크에 나열하고 노출한다고 학습효과가 담보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원격교육 상황에서도 교육콘텐츠는 당연히 교육적이어야 하고 충분히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수자가 ‘비대면’ 상황에서 교육하면서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므로, 콘텐츠를 보기 쉽게 제시하고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으며 내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결국, 원격교육에서 교육콘텐츠가 갖춰야 할 중요한 요건은 원격교육 플랫폼에 맞춰 쉽고 편리하고 수준별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단순히 온라인 콘텐츠 다운로드가 아닌 원격 ‘교육’은 바로 교육적 도구로서 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그에 걸맞은 수준의 플랫폼에서 노출되고 있느냐로 그 교육 서비스의 격이 달라질 수 있다.

원격교육도 결국은 교육의 종류이다. 원격교육 상황에서는 교육콘텐츠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은 더 중요하다. 이 때문에 교사가 원격교육을 시행하면서 교실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은 일부 덜었지만, 그 부담의 일부는 원격교육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옮겨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흥미 · 학습 · 유지과몰입 · 오락 · 중단”. 그 사이에서 교육적으로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플랫폼이 결국 좋은 교육을 완성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지난 4월 29일 중국에서 원격교육을 받는 중국인 어린이의 일상을 조명했다.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에 대한 경례를 시작으로 아침체조를 하고 기본적인 학교 수업에 해당하는 콘텐츠들을 본다. 하지만 이 어린 중국 아이는 인터뷰에서 ‘아직은 실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며,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다. 또한, 항상 집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삶을 이어 나가는 것에 지겨움을 느끼고 몸무게가 불어나는 것도 걱정이라는 점이 영상에 담겼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그 이면의 어두운 면들을 담은 것이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교육이 시행되고 그 가능성이 발견된 것은 맞지만, 현재 코로나19라는 조건 없는 상황에 의한 원격교육이 어떠한 폐해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도 동시에 발견되고 있다. 연령대가 어린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없고 항상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비슷비슷한 내용의 원격교육 콘텐츠를 접해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버겁고 힘겨운 일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말미암아 원격교육 초기와 비교하면 피로도도 더 쌓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격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콘텐츠가 무엇을 갖춰야 할까?

최근 동영상 콘텐츠를 즐겨보는 이용자들이 시청할 동영상을 고를 때 가장 최우선으로 꼽는 것이 흥미성이다. 교육콘텐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상황 동안에 그것도 한정된 공간에서 ‘무려’ 교육적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시청하는 일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려운 일이 맞다. 따라서 원격교육 콘텐츠는 특히 ‘흥미성’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학습자가 흥미를 느낀다면 그다음으로 학습이 쉽도록 하는 요소를 갖춰야 할 것이다. 몰입할 수 있고 학습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유지될 수 있는 요건도 지녀야 한다. 반대로 교육콘텐츠가 너무 과몰입될 소지가 있어서는 안 되고 흥미성을 갖추기 위해 오락적 요소만 담거나 콘텐츠를 이어서 시청하고 싶지 않게 하는 해로운 요소를 담아서도 안 될 것이다.

앞서도 밝혔듯이, 원격교육 플랫폼은 단순히 교육콘텐츠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완성될 수 없다. 비대면이라는 조건 속에서 온라인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돕는 교수자가 있어야 하고 그 교수자의 교수법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수준 높은 플랫폼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그 플랫폼 안에서 교육적 목적의 콘텐츠는 제대로 검색되고 이용되며 추천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실이라는 교육 공간을 부여받은 교사들은, 교사라는 그 자체로 교육 콘텐츠이고 플랫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컸다. 원격교육 시대라고 하니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줄어든 것만 같지만, 원격교육 플랫폼이 교실을 대체하거나 원격교육 플랫폼 알고리즘이 교사를 대체하는 일은 너무나 먼 얘기로 들린다. 분명한 것은 원격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콘텐츠의 생산자, 전달자, 소비자 역할을 하는 교사와 학생을 모두 만족하게 하는 원격교육 플랫폼이 더 좋은 교육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진보된 원격교육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 전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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