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재난영화와 소설에서 코로나19 해법을 찾아본다
재난영화와 소설에서 코로나19 해법을 찾아본다
최희원 ([email protected])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위원
영화 속의 재난은 현실과는 먼 일인 줄 알았다, 마스크를 쓰고 순식간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환자들, 봉쇄, 도시 박멸…. 눈을 뜨면 이 모든 것은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백신은 언제 만들어질 것인지, 과연 만들어지기는 할까. 백신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이제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재난영화나 소설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없는가. 재난영화나 소설에서 코로나19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최근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주목받으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고 관련 영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마주하면서 영화를 통해 감염에 대한 불안과 걱정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 위안을 얻으려고 한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로는 컨테이젼(Contagion, 2011), 감기(The Flu, 2013),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 등이 있고 소설로는 정유정 작가의 `28`이 있다. 모두 바이러스 전염병과 관련 있는 영화와 소설로 한계상황에 부딪힌 인간의 모습과 더불어 재난에 어찌할 줄 모르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대처법과 극한 전염병 바이러스에서 인간의 본능과 한계상황에 처한 처절한 몸부림을 바라보게 된다. 바로 그게 우리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근심하고 우려하면서 말이다.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약 5,000만 명, 1957년 아시아 독감은 약 150만 명, 1968년 홍콩 독감은 약 100만 명, 1977년 러시아 독감은 약 100만 명, 2003년 사스(SARS)는 약 700명, 2009년 신종플루의 경우 약 28만 명에 달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50만 명을 넘어섰고, 그 중 미국의 사망자 수는 15만여 명에 이른다. 또한 감염자 수만 전 세계 천만 명에 달한다. 피해로 보면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1968년 홍콩 독감을 넘어서는 비극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19와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는 2011년 개봉한 `컨테이젼)`이다. 아시아·박쥐·원인 미상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영화 속 키워드가 현실과 맞아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국영화 `감기` 역시 신종 코로나19 등장 및 확산과 맞물려 다시 영화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화는 홍콩에서 한국으로 밀입국한 사람을 통해 원인 미상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고, 빠르게 확산하는 바이러스에 공포감이 증폭된 사람들이 물건 사재기를 하는 모습, 국가의 미숙한 대응 체계 등이 실제상황을 방불케 한다, 바이러스 전염병과 싸우는 한 도시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정유정의 소설 “28”도 코로나19와 싸우는 우리 현실과 비슷하게 맞닿아있다.
최근까지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지만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 속의 재앙이 된 것일 뿐, 코로나19 백신이 설사 개발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예측은 우리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영화 속의 재난, 현실이 되어버린 스크린의 일상 탈출구는 어디에
영화 `감기`(The Flu, 2013)는 평소 가볍게 받아들였던 감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감기가 영화 속에서 치사율 100%로 변신 재탄생한 모습으로 스크린 속에 나타난 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벌어지는 상황들이 영화 속 대한민국의 현실과 맞닿은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 감기에서 우리는 코로나19 시대에 어떤 상황 등을 시뮬레이션화하면서 장면을 되돌려볼 수 있을까.
극한의 상황에 치달으며 식료품을 확보하기 위한 갈취 또는 폭동을 일으키는 인간의 이기심은 이번 코로나19 양상에서 드러난 마스크사재기로 인한 마스크 품귀현상을 연상시킨다. 약국 앞에 줄을 선 시민들의 고뇌와 분노, 그리고 절망에 가득 찬 모습들….
영화 속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며, 기침, 홍반, 고열 등을 동반한 이 바이러스는 한 도시를 위기로 몰아간다. 감염속도 초당 3.4명 치사율 100%의 최악의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동남아 밀입국 노동자 중에서 감염된 한 남자에 의해 빠른 속도로 퍼지게 된다. 이후 분당은 평화로운 위성도시에서 아비규환의 장소가 된다. 정부는 나라 전체로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하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미처 대비할 여유도 없이 졸지에 격리된 시민들은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살아남기 위해 또는 가족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할 상황에 마주하게된 것이다. 영화의 이런 설정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전 세계 곳곳에서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모르는 이탈리아, 이란 등 유럽 국가들의 위급한 상황을 떠올리게 해준다. 시체가 쌓여가는 병원, 봉쇄와 격리 외에는 그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던 무기력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저 허탈과 좌절 그리고 공포가 전부였다.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재앙 앞에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현실과 영화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시의 가공할만한 인구밀도와 초고속비행기까지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디지털 사회는 바이러스의 감염을 이처럼 빠른 초고속으로 퍼지게 만들게 했다. 우리 사회의 발전이 마냥 행복으로 가는 마차만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뇌게 해준 대목이다.
전염병의 매개체인 바이러스는 치명적 질병을 숙주에 안겨주는 기생적 존재다. 따라서 치료는 그 기생충이 숙주 사회에 자리 잡기 이전에 박멸하는 것이다.
영화나 현실 어느 경우이든,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바이러스 감염자, 이를테면 한국적 상황에서 불법 밀입국 노동자들이 우선으로 격리 제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내부의 불법 침입자를 색출해 추방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의 안전을 위해 외부의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조치가 사회구성체의 몸을 위협하는 또 다른 위험까지 막아줄 수 없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봉쇄는 최악의 상황에서 봉쇄지역의 시민이나 생명을 포기하거나 경제활동까지 정지시키는 초유의 각오가 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감기는 물론 영화 아웃 브레이크에서도 전염 중인 도시를 고립시키고, 고립된 도시를 폭발, 몰살시키려고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된 채 영화는 흘러간다. 영화에서 제시된 이 설정은 개연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코로나19 국면에 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크게 현실감이 떨어진 이야기만도 아니다. 감염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전통적인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나 독일과 마스크 하나를 놓고 벌이는 쟁탈전에서 `동맹`의 개념이나 타국에 대한 배려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타국에 대한 배려는 관심거리나 고려대상도 아니다. 바이러스 원인에 집중하기보다는 ‘재난 이후’의 광기에 차 있는 인간의 모습, 생존자와 사망자가 뒤섞인 수용시설의 아비규환 상태를 적나라하게 영화는 그려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이러스로 아비규환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이기주의와 인간의 본능 등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을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바이러스 전염에 극도로 민감하며, 마스크를 생명선처럼 쓰고 있으며, 작은 증상만 나타나도 서로를 의심하고 헐뜯는다. 인간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고 불신으로 가득하다. 전염의 도시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와중에 정치인들의 이권 다툼, 힘없는 정부, 미국의 개입까지 영화는 바이러스 공격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한계상황에 처한 인간, 하지만 백신 개발과 공생의 희망은 있다.
소설 “28”은 28일간 벌어지는 사투를 의미하고 있다. 수도권 인근 도시인 화양시에서 인수공통전염병이 발병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수공통전염으로 치사율 100%에 가까울 정도의 무서운 바이러스. 빨간 눈의 괴질. 그 무서운 병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과 잔인하게 죽어가는 개들을 통해서 재난에 처한 인간의 한계와 본성에 대해서 떠올리게 해준다.. 병에 걸린 개에 물린 이후로 눈이 빨갛게 붓고 폐를 비롯한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증상을 보인 남자를 구하던 119구조대원들을 중심으로 인구 29만 명의 이 도시에서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발발한다.
119구조대원 기준은 자신도 빨간 눈 괴질의 보균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 채 아내와 딸을 화양시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그러나 화양시에서 발발한 전염병이 서울을 포함한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게 국가는 군대를 동원해 도시를 봉쇄한다. 정보를 접한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고, 추론을 바탕으로 한 기사를 중심으로 소문은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정확한 사실이 배제된 정보의 파괴력은 이성을 잃고 마치 새로운 가게의 홍보를 위해 서서 제멋대로 춤을 추는 애드벌룬처럼 제멋대로다. 재난 상황일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곳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결국 화양은 점차 이성을 잃은 무간지옥이 되어 가는데……. 도시봉쇄, 전염병,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약탈과 강간, 폭력이 난무하는 무질서한 혼돈의 상태에서 사재기를 하고 본인과 가족만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매우 급한 상황에서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하는 걸까 또 그게 말이나 되기는 하는 걸까. 인수공통전염병 동물과 인간 사이의 전염이 가능한 질병, 개로부터 시작되어 개와 인간 간 전염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다. 화양의 시장은 마스크와 고골 그리고 손 씻기를 일상화하라는 담화를 내뱉는 게 전부다. 언론통제와 검열 그리고 봉쇄 인구 29만 명, 화양은 5천만의 국민의 안전을 위해 봉쇄된다.
소설이 말하고 싶은 건 개와 인간의 공생을 말하려 하고 있다. 인간과 개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공포와 전염병처럼 번지는 폭력의 광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지금 환경오염, 이기주의, 그리고 돈과 물질의 노예가 되어 질주하고 있다. 그곳에는 인간만이 주인이 되어 자연과 생태계를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자초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안고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한 숙주를 키우지 않는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복귀할 때 마지막 희망 같은 게 있을지는 모른다. 소설은 그런 한계상황에 처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무분별한 자연파괴, 그리고 물질 만능의 행동이 결국 인간을 덫에 걸리게 했고 죽음의 공포로 자신을 스스로 내몰았다. 그렇게 내몰린 인간들의 마지막 선택은 무엇일까?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과의 화해는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세계의 마지막 재앙에 자그마한 희망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전염병이 일상인 혼돈과 위기의 사회, 해법은 우리가 찾아야
영화 ‘컨테이젼’은 우리의 현실과 기이하게 맞닿았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배스(기네스 펠트로 분)는 발작을 하고 병원에서 사망한다. 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적으로 비슷한 증상으로 사망하는 감염자의 수가 늘어나며, 의료진들은 충격에 빠진다. 영화는 박쥐 배설물을 먹은 돼지를 요리하고 씻지도 않은 손으로 요리사가 베스와 악수를 하면서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장면을 보여준다. 또 질병 당국이 해당 바이러스 정보를 차단하려는 상황을 포착한다.
이는 코로나19 위험성을 처음 알리고도 오히려 반성문을 쓰는 등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다가 죽어간 의사 이원량을 연상시킨다. 중국이 초기에 숨기기에 급급하지만 않았더라면, 정보조작이나 통제에 나서지 않았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의사 이원량의 진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상황은 조금 더 달라졌을 것이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모습은 이러한 인간의 위기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추악한 군상이다. 프리랜서 기자인 앨런(주드로 분)는 질병 당국과 제약회사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백신을 이미 만들고도 배포하지 않는다는 추측기사는 물론 허위 백신을 블로깅 함으로써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게 하고 돈을 번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이 4차산업 혁명의 중요 기로가 될 것이라고 한다. 2025년은 4차산업 혁명만이 갈림길에 시기가 아니다. 일자리, 교육, 지구온난화 등 우리는 물론 세계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시기이기도 하다.
화학전이나 세균전 같은 일은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인 줄 알았다. 일상은 가상과 연결돼 있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화학적 세균과 지구온난화, 환경문제 등은 우리에게 앞으로도 더 무섭고 힘든 바이러스가 출몰하리라는 예측을 쉽지 않게 할 수 있다.
전염병이 퍼진 혼돈의 도시와 인간, 그리고 전염병이라는 죽음의 공포가 몰아가는 인간의 극한상황에서 과연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우리는 살기 위해 무엇을 잃게 될까? 한편으로 코로나19는 우리가 처한 현실과 기후변화, 생태계파괴, 인간성 상실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선사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회복이라는 해법을 찾아 길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