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2G 시대의 위치정보법과 5G 시대의 현실

 In KISA Report

2G 시대의 위치정보법과 5G 시대의 현실

이진규 ([email protected])

네이버주식회사 개인정보보호책임자 (이사)

들어가며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치정보법”)은 “이동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물류, 보안, 상거래 등에 위치정보를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개인위치정보가 유출, 남용되는 등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바,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에 대하여 허가제도, 위치정보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대하여 신고제를 도입하고, 위치정보의 수집·제공 등에 관한 절차를 정함으로써 위치정보의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방지를 도모하는 한편, 위치정보와 관련된 기술개발, 표준화 등을 지원함으로써 위치정보의 이용을 활성화하고 국민생활의 향상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2005년도에 제정되었다.

최초의 아이폰이 출시된 시기가 2007년 9월이며(출시 발표는 같은 해 1월), 그 이후 본격적인 위치기반 서비스(location-based service, 이하 “LBS”)가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공 및 확산된 것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위치정보법은 상당히 앞선 시기에 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현대의 스마트폰 이전에도 소비자향 위치기반서비스 기능을 가지고 있는 웹 기반 디바이스가 존재했는데, 1999년에 출시된 Palm VII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기기에 내장된 2종의 위치기반 앱은 우편번호 레벨의 위치 정보를 사용하였는데, 하나는 the Weather.com(The Weather Channel) 앱이며, 다른 하나는 TrafficTouch 앱(Sony-Etak/Metro Traffic)이었다.(1)

그런데, 우리나라의 위치정보법은 이와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되는 소비자향 위치기반 서비스 앱을 고려하여 제정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본격적인 소비자향 스마트폰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기 훨씬 이전에 제정된 점이나, 법 제정 당시 국내에 PDA에서 구동되는 소비자향 모바일 앱에 의한 위치정보 침해가 문제가 된 적이 없다는 점도 위치정보법이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되는 소비자향 위치기반 서비스 앱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추정하게 한다. 우리나라 무선 네트워크는 2002년 1월에 들어서야 세계 최초 3세대(3G) EV-DO 사용서비스를 개시했고, 2003년 12월 말에서야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상용 서비스가 개시되었다. 한국형 무선통신으로 불리던 와이브로가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것도 2006년 6월이었다. 따라서 위치정보법이 제정된 2005년은 현대의 무선 통신 및 스마트폰 환경과는 사뭇 다른 시기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런데, 2005년에 제정된 위치정보법이 기술과 환경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여 필요한 개선이 되었는지, 특히 스마트폰 앱 기반의 위치기반서비스의 성장, 보편적 스마트폰 보급, 그리고 다양한 위치정보 추정 및 보호기술의 출현 등을 고려하여 (위치)정보주체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위치정보가 창출할 수 있는 ‘개발되지 않은 가치(untapped value)’를 발굴할 수 있는 법제로 변화하였는지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확인하기 어렵다. 위치정보법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 것, 앞으로는 어떻게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위치정보법 제정 배경 살펴보기

위치정보법은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를 고려하여 제정된 법률(기술법, technology law)이 아니라 개인위치정보의 수집ㆍ이용 등 행위를 규율하는 규범으로 제정되었다. 법이 제정되던 당시 개인위치정보에 관한 논의의 주 대상은 이동통신 단말을 통하여 수집되는 개인위치정보(주로 기지국 기반의 triangular positioning method로 수집되는 위치정보에 한정)였으나, 지상파 LBS 또는 RFID 등의 수단에 의하여 위치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가 되었던 것으로 확인된다.(2)

사회적으로는, 한 대기업 노동자들과 가족 등이 3개월 이상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동통신사의 위치추적 서비스인 ‘친구 찾기’에 가입되어 650여 차례 위치추적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적이 있고, 지리산에서 실종된 40대 회사원의 위치확인을 요청했으나 실종 다음날 통신사업자로부터 최종 발신지 기지국 위치정보를 받아 소방서에 제공했고, 시간이 늦어져 실종자는 결국 사망한 사례도 발생했는데 이러한 사례들도 위치정보법 제정 목소리를 높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3)

법 제정 당시에는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이 개별적으로 개인정보, 통신 서비스에서의 이용자, 통신의 내용 등을 보호하였으나 위치정보를 통합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법제는 마련되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법도 존재하기 전이었던 시기였다. 개인위치정보는 개인정보의 일종으로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규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나, 개인위치정보 외의 (일반)위치정보에 대한 규율의 문제, 제3자 이용의 엄격한 제한 필요성 등은 별도의 위치정보법 제정 필요성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논거로 작용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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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위치정보보호법 제정 전의 위치정보법 규제현황 (2004)

위치정보법 제정 필요성과 관련하여 위치기반 서비스가 급속도로 주목받는 요인도 자주 언급되었는데, 첫째는 ‘모바일 커머스’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된 점, 둘째는 LBS 도입으로 다양한 응용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어 ‘이동통신사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 점, 마지막으로 차량 인터넷 서비스(automotive telematics)에서 사용되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5) 그런데, 이와 같은 세가지 측면의 LBS의 활성화 기대감은 지금의 위치정보 활용 상황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치정보법 제정의 기대 효과가 과연 달성된 것이 맞는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우선 모바일 커머스에 있어 위치정보는 TPO(Time, Place, Occasion) 기반으로 구매자의 관심을 추정하거나, 위치기반으로 숙박, 차량 렌탈, 식당예약 등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한하는 필터링 기능에서 사용되는 등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콘 등 IoT 센서를 통해 소비자의 위치를 확인하여 쿠폰을 제공해주거나, 발견하기 어려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려주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실제 오프라인에서의 소비자 경험에 심리스(seamless)하게 통합되지 않고,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형성하는 등의 이유로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이동통신사의 수익이 극대화’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동통신사는 위치정보법에 따라 ‘위치정보사업자’로서 위치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위치정보의 제공에만 기반한 수익이 위치정보법 제정 시점의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6) 아울러, 차량 인터넷 서비스에서 위치정보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현재 기술에서의 자율주행은 딥러닝(deep learning)에 기반한 비전 기술(vision technology)이 보다 중요한 상황이며, 위치정보는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등 당초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결국 위치정보법 제정 당시 기대했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발전 방향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지점이 있다는 것에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특히,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의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위치정보 활용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 출현 기대를 무색하게 한다. 그렇다고 하여 위치정보가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서 웹/앱 서비스의 기본적 구성요소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치정보법 제정 당시의 기대와는 다르게 위치정보의 활용이 매우 보편화, 일반화, 일상화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위치정보법 제정 당시 주요 내용과 최근의 상황

위치정보법 제정 당시에는 법 제정 이유에서 살펴볼 수 있듯, 1)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 대응과 2) 위치정보 이용활성화를 통한 국민생활의 향상 및 공공복리의 증진을 꾀하였다. 보호와 이용이라는 상호 대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호는 다소 과하게, 활용은 보호를 기반으로 한 제한적 범위에서의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었던 것이다. 법 제정 당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요내용]
가. 위치정보사업의 허가 및 위치기반서비스사업의 신고(법 제5조 및 제9조)
위치정보를 수집하여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위치정보 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정보통신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위치정보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치기반서비스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신고를 하도록 함.  

나. 위치정보 수집 등의 금지(법 제15조 및 제41조)
누구든지 개인 또는 물건의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도록 함.  

다. 개인위치정보의 파기(법 제23조)
위치정보사업자 및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가 개인위치정보의 수집·이용 및 제공목적을 달성한 때에는 즉시 개인위치정보를 파기하도록 함.  

라. 의사무능력자 등의 보호를 위한 위치정보 이용(법 제26조)
8세 미만의 아동, 금치산자, 중증장애인 등으로 의사능력이 없는 자의 친권자, 후견인 및 부양의무자 등이 정신질환자 등의 생명 또는 신체의 보호를 위하여 개인위치정보 수집·이용 또는 제공에 동의하는 경우에는 당해 정신질환자 등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보호를 위하여 위치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  

마. 긴급구조를 위한 개인위치정보의 이용(법 제29조)
공공구조기관은 개인위치정보주체, 그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의 긴급구조요청이 있는 경우 위치정보사업자에게 개인위치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위치정보사업자는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제공하도록 함.

바. 기존 위치정보사업자 및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에 대한 경과조치(법 부칙 제2항 및 제3항)
이 법 시행당시 위치정보사업을 하고 있는 자 및 위치기반서비스사업을 하고 있는 자는 이 법 시행일부터 3개월 이내에 각각 정보통신부장관에게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도록 함.

그런데, 제정 당시의 주요 내용은 최근 공개된 위치정보법 개정안에서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위치정보법 개정법률안은 4명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총 5종이 제안되었는데 이를 심사한 결과 각각의 법률안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통합ㆍ조정한 대안을 제안하기로 하였다. 대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위치정보 정의 명확화

위치정보를 전기통신설비 및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이용하여 ‘측위’된 것으로 하여 위치정보 수집 목적 없이 서비스로부터 부수적으로 파악되는 정보를 위치정보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카드 결제정보, CCTV 영상 등은 위치정보보호법이 보호대상으로 하는 위치정보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 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

개인위치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위치정보사업의 허가제를 등록제로 하여 시장 진입규제를 완화하기로 하였다. 현행 위치정보법은 크게 위치정보사업(위치정보를 수집하여 위치기반서비스사업을 하는 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사업으로 영위하는 것)과 위치기반서비스사업(위치정보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사업으로 영위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1) 개인 위치정보 사업에는 허가, 2) 사물 위치정보 사업에는 신고, 3) 개인위치기반서비스사업에는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안은 1)의 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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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현행 위치정보사업 및 위치기반서비스사업의 행정절차 (출처: KISA)

)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해당 개인위치정보를 수집ㆍ이용 또는 제공한 자 등에게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의 100분의 3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 개인위치정보의 보유목적 및 보유기간

개인위치정보사업자 등이 개인위치정보의 수집 및 이용 또는 제공할 때, 개인위치정보주체에게 ‘개인위치정보의 보유목적 및 보유기간’을 동의 받도록 한 것이다.

) 개인위치정보 처리방침의 공개

개인위치정보의 처리목적 및 보유기간, 수집/이용/제공사실 확인 자료의 보유근거 및 보유기간, 개인위치정보 파기 절차 및 방법 등을 포함한 개인위치정보에 대한 처리방침을 공개하여 개인위치정보주체가 언제든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조치하도록 한 것이다.

) 개인위치정보의 파기

개인위치정보를 다른 법률에 따라 보존하여야 하거나 보유해야 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파기방법 및 절차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 긴급구조를 위한 개인위치정보의 이용

긴급상황에서 긴급구조기관 등이 위치정보사업자에게 구조대상자의 개인위치정보를 요청할 때, 해당 위치정보사업자가 활용하는 기지국, Wi-Fi, GPS 등 각 측위 방식별 위치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다.

) 시정조치 등

방송통신위원회로 하여금 법 위반자에게 해당 위반행위의 중지 등 위반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게 하고, 시정조치의 명령을 받은 자에게 시정조치의 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를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치정보법 제정 당시의 주요 내용과 최근 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위치정보주체의 권리 보장을 위한 조치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구조는 법 제정 당시와 현재가 거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치정보사업과 위치기반서비스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위치정보법 수범자 구분 체계나 과거 허가/신고제를 등록/신고제로 바꾸어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것 등을 살펴보았을 때, 위치정보법의 근간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위치정보 이용환경 변화에 따른 위치정보법 수정의 필요성

현대의 위치정보 이용환경은 매우 위치정보법이 최초 제정된 당시와는 매우 큰 변화를 겪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치정보법 제정당시의 위치정보 활용에 대해 기대되었던 바는 현재의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 개발자라면 모바일 OS로부터 위치정보 API를 통해 별 다른 제약 없이 자유롭게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로 하여금 위치정보에 대해 거의 완전한 통제권을 부여하였다. Approximate Location 등 모바일 OS가 제공하는 위치정보 보호 기능이 확산되었고, IoT 보급에 따른 위치정보 수집 및 이용 등 처리가 일상화 되는 등 위치정보법 제정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가 현실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웹에서도 HTML Geolocation API를 통해 어떠한 웹서비스일지라도 쉽게 위치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연결된 기기라면 앱과 웹을 구분하지 않고 개발자가 의도하는 경우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손쉬운 위치정보 획득 환경변화와 더불어 위치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통제권이 모바일 OS 제공 사업자로부터 이용자에게 온전히 넘어가 있다. 위치정보 수집 prompt의 제공, 앱/웹 설정에서의 위치정보 제한, 일부 모바일 OS에서 제공하는 approximate location 기능, 모바일 앱에서의 location tracking 경고 기능 등 초기 모바일 서비스에서 ‘친구 찾기’ 기능을 통해 타인의 위치를 은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취약점 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용자 통제권 및 보호의 수준은 그 어느때 보다 높다고 할 것이다.

과거에 문제가 되었든 ‘전화기 복제(ESN 복제)’에 의한 위치정보 추적 등과 같은 사생활 침해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7) 2G 네트워크 시대에나 가능했던 기술적 취약점이 기기 레벨에서 OS레벨까지 거의 완전에 가까울 정도로 ‘패치’가 된 상황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인위치정보주체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라면, 위치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적절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던지, 동의 절차를 생략하거나 동의 과정에 dark pattern을 넣어서 위치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정보주체의 선택을 무력화한다던지 등의 ‘관리적 영역’에서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LBS산업협의회 박찬욱 팀장은 위치정보 수집기술의 발전·다변화,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 등 쉽게 위치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법 제도 정비를 제안한바 있다. ▲위치정보 정의의 개선 ▲위치정보 보호 수범주체 정비 ▲위치정보 제3자 제공에 대한 예외 도입 ▲위치정보 처리위탁 규정 신설 ▲위치정보 수집주기 알릴 의무 규정 ▲진입규제 완화 및 사후책임 강화 등의 제안이 바로 그것이다.(8)

그러나, 이와 같은 단편적인 개선 만으로 현재의 위치정보법이 5G 시대를 맞이한 현실에서의 위치정보 처리를 통합적으로 규율하기에는 그 기반이 지나치게 구시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1) 여전히 위치정보사업자와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로 법수범 주체를 구분하고 있는 점과 2) ‘민감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위치정보의 보호 수준을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하는 민감정보 보다 보호수준을 월등하게 높여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활성화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 3) 그리고 개인정보의 일종인 위치정보에 대한 거버넌스가 개인정보 거버넌스와 분리되어 있어 통일성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운영될 수 없다는 점 등이다. 특히 3)과 관련하여 위치정보보호법은 ‘데이터 3법 개정’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 개인정보 거버넌스가 갖추어 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정보법의 주무부처로 남아있다는 점은 ‘미완의 데이터 거버넌스’ 현실을 여실없이 보여주는 지점이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국제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과 별도의 위치정보법을 제정하여 위치정보의 처리만을 규율하는 법체계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GDPR 등 세계 유수의 개인정보 법제는 위치정보를 ‘일반 개인정보의 유형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며, 보호조치도 그에 따라 일반적 수준의 보호조치만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상호운영성이 중요한 지점에서 우리만 유독 갈라파고스적 법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치정보보호법을 수정하는 것은 단순히 일부 조항과 구조를 수정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 거버넌스의 재조정, 2) 현대 사회의 위치정보 이용 환경의 반영, 3) 일반 개인정보와 민감정보 사이에서의 적절한 활용과 보호체계 마련 등이 고루 반영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위치정보법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위치정보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하여야 한다.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에 대한 신고제도 및 개인정보보호 체계와 상이한 위치정보보호체계의 해체와 재구성이 필요하다. 위치정보를 오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고, 긴급구조기관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 위치정보에 대한 접근이 보다 용이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일반 LBS 사업자들이 위치정보를 처리함에 있어 개인정보와 별도로 위치정보에 대한 보호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2중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다만, 위치정보사업자가 위치정보 처리 밸류 체인에서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에, 위치정보사업자에 대한 당국의 감독 방안은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며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던 것에서 점차 여타 산업의 기저를 구성하는 기반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꼽은 <2021 위치정보산업 10대 키워드>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드론, 모빌리티, IoT, 헬스케어, AR, 자율주행, 블록체인 등 현대사회의 첨단 기술적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위치정보는 이와 같은 최첨단 기술들의 기반이 되는 요소로서 전체 정보통신 밸류 체인을 관통하는 하나의 줄기가 되었다. (위치정보) 서비스 및 콘텐츠 매출액 측면에서 Top 5의 증가를 보인 것 가운데 가장 위의 자리를 점하고 있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광고마케팅 및 상거래 서비스이다. 위치정보 자체로서 매출을 올리는 지도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 대인/대물 위치 추적 및 관제서비스를 따돌렸다. 과거에 위치정보가 갖고 있던 가치에서 머무르지 않고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가치가 발굴되어 생성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위치정보가 점하는 위치와 성격을 다시금 파악하고, 어떻게 해야 위치정보가 갖는 가치를 온전하게 끌어낼 수 있을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기존의 위치정보법제가 갖는 문제점을 현대 사회의 환경과 사용 맥락에서 파악해보고,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밸류 체인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몇몇 조항의 수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우리의 위치정보 활용은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가두어진 채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K-위치정보”의 사례를 남겨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IS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의 내용은 무단 전재를 금하며, 가공 또는 인용할 경우 반드시 [한국인터넷진흥원, KISA Report]라고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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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ikepedia, “Location-based service”, last visited on 2021. 7. 10., URL: https://en.wikipedia.org/wiki/Location-based_service
2. 국회사무처법제실, “위치정보의 보호에 관한 연구”, 2006. 6., 제58면
3. 국회사무처법제실, 제3면
4. 이영대, 최경규, “위치정보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연구 제13권 제2호 2004. 12. 제161면 내지 제173면
5. 국회사무처법제실, 제14면
6. 위치정보사업자로서 이동통신사가 거두는 수익이 별도로 추산된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2020국내 위치정보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방송통신위원회, 2021)>는 ‘20년 위치정보산업 매출액을 2조 331억 원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해당 조사의 응답기업 총 매출인 233조 2,944억 원의 1%에 해당하는 것이라서 이것만 보더라도 위치정보사업의 매출이 기업들에게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을 점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7. 2G 시대엔 휴대전화기기 고유번호(ESN, Electronic Serial Number) 복제기를 통해 ESN을 추출하고 다른 휴대전화기기에 입력하여 복제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3G 휴대폰(WCDMA)은 원천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하였으나, 2G 전화기의 복제는 공공연한 비밀로 타인의 사생활 추적 등에 암암리에 사용된 바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간한 “휴대폰 복제 실태와 문제점(윤상옥, 2006)”에 의하면 위치정보법이 제정된 2005년에 확인된 복제대수는 8,529대에 달했다.
8. 국토연구원,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간정보의 역할과 규제환경 개선 방향”, 2019. 5., 제19면 내지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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