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 도쿄올림픽은 ICT 흥행에 성공했나?

 In KISA Report

도쿄올림픽은 ICT 흥행에 성공했나?

최홍규 ([email protected])

EBS 연구위원 / 미디어학 박사

도쿄올림픽, ‘집콕올림픽의 기회를 만났으나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이 몰려올 즈음이었다. 우리나라 선수의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은 시원하게 과녁을 명중했고 은퇴를 앞둔 선수가 이끄는 배구국가대표팀은 사상 최초 4강이라는 성적을 달성했으며 사격, 펜싱, 수영, 승마, 크로스컨트리에서 모두 성적을 낸 우리 선수 2명이 3위와 4위의 성적을 거뒀다.

이번 도쿄올림픽의 시작은 코로나19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행사로 취급받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집에만 있어야 했던 시청자들을 올림픽 경기 영상 앞으로 강제 집합시킨 효과를 냈다. 아무리 코로나 상황이라도 해도 ‘올림픽은 올림픽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의 순간들이 많았고 스포츠의 다양성을 즐기고 메달 지상주의를 조금은 극복한 우리나라를 발견한 의미도 있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는 올림픽 없었으면 코로나19로 채워진 ‘여름터널’을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 이번 도쿄올림픽이 여러모로 코로나19로 아예 의미 없는 올림픽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여느 때보다 소중한 올림픽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도쿄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집콕 시청자들만 관중이었던 올림픽이다. 올림픽 경기장의 생동감과 현장감이 지워진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아쉽지만, 역으로 생각해볼 때 ICT 분야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올림픽이 아니었나 싶다. 드론을 날려서 다양한 각도로도 영상을 찍을 수 있고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같은 기술이 흔한 시대이니, 무관중 올림픽이어서 올림픽 흥행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엄살일 수도 있다. ICT 분야의 기술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집콕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기술이나 서비스를 띄울 기회도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도쿄올림픽은 집콕족의 뇌리에 남는 무언가를 선사했을까? 특히 ICT 분야에서 인상이 남을만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선사했을까? 올림픽 이후에도 뇌리에 남는 첨단, ICT 관련 영상은 무엇이었을까?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드론을 날려 올림픽 오륜기를 만든 게 아직도 필자의 머리에 남아있다. 도쿄에서는 ICT와 관련하여 어떠한 장면이 우리 집콕족의 머리에 남았을까?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시청자라고 해도 요즘 올림픽을 TV로만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올림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도쿄올림픽 공식 애플리케이션에 나온 뭐 새롭고 신선한 ICT 서비스는 없는지 찾아보았다.

[그림 1] 도쿄올림픽 공식 애플리케이션 설명 화면 (1)

앱이 제공하는 정보는 성화 봉송 라이브스트리밍과 하이라이트, 올림픽 경기 관련 맞춤형 알림과 최신정보, 문화체험, 증강현실(AR) 서비스, 지도 서비스 등 뭐 이런 정도인데 사실 올림픽 경기장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나 위치정보, 영상들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선수들 개개인의 정보를 활용하여 소통을 활성화한다든지 하는 소셜미디어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된 것도 아니어서 예전의 스포츠 경기 정보 제공 앱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올림픽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ICT 서비스에 대한 설렘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등장한 도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미라이토와(MIRAITOWA)’ 로봇은 귀엽고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이것을 기술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이것이 이제껏 휴머노이드(humanoid) 형태의 로봇 강국을 지향해왔던 일본이 무려 206개국이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미라이토와 로봇 설명자료에 나온 로봇의 관절, 눈동자, 센서 등의 설명이 일본의 기술력에 기대하는 ICT 소비자들이 열광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로봇을 포함하여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ICT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는 없었는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게 되었다.

[그림 2] 도쿄올림픽 마스코트 ‘미라이토와’ 로봇에 대한 설명자료 (2)

보여줘야 했을 ICT 기술을 모두 보여준 것일까?

2020년에 치러졌어야 할 올림픽이 1년을 늦춰 개최된 것이니 여러모로 야심작은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또 눈에 뜨인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와 도요타의 보도자료를 통해 올림픽에서 로봇의 역할이 공개되었는데, 이들이 말하는 도쿄올림픽에서의 로봇 역할을 요약하면 ‘원격에 있는 선수와 팬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로봇 운영진이 필드경기에서 경기운영을 지원’, ‘휠체어 고객이 마음 놓고 현장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생활형 로봇 지원’으로 3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의 유형은 총 5가지로 마스코트 로봇, T-HR3(인간형 로봇), T-TR(원격커뮤니케이션 지원 로봇), HSR(Human Support Robot)/DSR(Delivery Support Robot)(생활 지원 로봇), FSR(Field Support Robot, 필드경기 지원 로봇)이다.

이러한 로봇들이 뇌리에 남을 만큼 신선한 것이었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로봇이 이러한 정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굳이 도쿄올림픽이 아니어도 ICT 소비자들에게는 이미 체감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것이 올림픽에서 굳이 홍보가 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들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올림픽에서만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기술이 있었는지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굳이 따지자면 인간 생활을 지원하는 로봇이 장애인 올림픽에서 음료나 제품의 서빙을 지원한다는 내용과 필드경기를 지원하는 로봇이 자율주행을 통해 운동에 쓰인 물품을 회수하는 역할을 한다는 정도에 시선이 갔다.

[그림 3] 도쿄올림픽에서 도요타가 제시한 로봇의 유형 (3)

도쿄올림픽에서 로봇 프로젝트를 통해 발전되는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것 같아서, 하나를 더 들여다보니 ‘파워 어시스트 수트(power-assist suits)’라는 짐 운반을 지원하는 로봇장치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것도 올림픽 공식 페이지에서 소개할 만큼 신선한 기술이나 서비스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겼다. 도쿄올림픽에서 대표적으로 내세울 만큼 ICT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이끌만한 기술이나 서비스였나 싶다.

[그림 4] 도쿄올림픽의 로봇 프로젝트 중 파워 어시스트 수트(power-assist suits) 사례(4)

로봇은 엄밀히 말하면 ICT 분야와 다른 영역으로 취급될 수도 있으니, 정보·커뮤니케이션·기술 관점에서 어떠한 내용이 소개되었는지 살펴보자. 도쿄올림픽에서 5G 프로젝트 협력사는 아래와 같다.

[그림 5] 도쿄올림픽이 소개한 5G 프로젝트 협력사 (5)

5G에 대해서는 NTT(Nippon Telegraph and Telephone Corporation)의 설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NTT가 올림픽에서 소개한 5G 시스템은 4K급의 카메라가 4대가 달린 드론과 보트가, 초광각 영상합성 기술(Ultra-Wide Image Synthesis Technology)을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쉽게 말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초대형의 와이드 화면에 깨끗한 화질로 전송하는데 5G 전송기술을 활용한다는 말이다. NTT의 5G 시스템 구성도가 내세우는 기술 관련 키워드는 ‘5G’, ‘드론’, ‘4K’, ‘초광각 영상합성 기술’이다.

[그림 6] NTT가 도쿄올림픽에서 활용한 5G 시스템 구성도 사례(6)

물론, 이러한 5G 시스템 구성도를 통해 실제 제공되는 초광각 영상합성 기술은 기존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이 맞다. 기존에는 화면에 다 담을 수 없는 화면을 와이드 화면으로 현장 모습의 유실 없이 구현해낸다는 것이 혁신적이다. 도쿄올림픽기간 동안 3개의 장소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니 특히 물 위에서 펼쳐지는 종목 같은 경우에는 현장감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라고 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을 지향하는 운동경기 현장에서 이러한 영상기술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의 호응을 끌고 이를 통해 시장의 관심을 얻어낼 수 있었는지. 올림픽을 마치고 난 후 현재 상황을 보면 그 반향은 미미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초광각 영상합성 기술이 5G 기술과 접목하여 꼭 시도되어야 했을 서비스도 맞는 듯하고 올림픽이라는 대단위 경기를 통해 이러한 기술력을 시연하는 것도 의미 있었던 일은 맞는 것 같은데, 그러함에도 이것이 집콕족이 대다수인 올림픽 관람객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였을까 하는 점에는 아쉬움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림 7] NTT의 초광각 영상 합성 기술과 구현 사례 (7)

올림픽에서는 증강현실 기술인 AR을 통해 수영장과 골프장의 경기를 보는 재미를 느끼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된 바 있다. 그런데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경기 정보를 화면에 제공하는 기술은 이미 구현되고 있었고, 현장에는 가지도 못하는 관람객이 HMD(Head Mounted Display)와 같은 장비를 착용할 일도 없으니 이것은 현장에 참석하는 기자들만을 위한 서비스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역시 올림픽을 시청하는 잠재적 ICT 서비스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었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서비스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림 8] NTT DOCOMO 기술이 활용된 수영경기 AR 정보 표시 사례 (8)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작한 새로운 유형의 올림픽,
ICT 분야는? 도쿄는? 이 기회를 살렸나?

올림픽에 의한 마케팅 수익은 파트너 프로그램, 방송 파트너십, 스폰서십, 티켓팅, 라이선싱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리고 이러한 수익은 올림픽 위원회로, 선수와 코치진, 올림픽 관련 기관 등에 분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도쿄올림픽은 오프라인에서 거둬들여야 했을 이익을 충분히 거두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반쪽짜리 올림픽이 맞다. 특히 지역 차원에서의 스폰서십이나 운동 관람과 관련한 비용들은 하나도 회수하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쿄올림픽의 전망이 암울했던 것만도 아니다. 올림픽 관련 방송을 위해 국제올림픽 위원회에서 설립한 방송사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는 9천 5백 시간의 콘텐츠 생산, 2016년 올림픽보다 30% 이상 많은 콘텐츠 생산, UHD의 초고화질 화면, 3D를 통한 경기 중계, 360도의 영상,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한 제작 등 도쿄올림픽에서 기대되는 성과를 이미 예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렇게 화려한 방송기술들이 ICT와 접목되어 집콕족들 손에 있는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는가? 그리고 집콕족은 OBS가 말한 기술들을 충분히 체감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림 9] 올림픽 마케팅에 의한 수익 구성 (9)
[그림 10] 도쿄올림픽의 방송 관련 성과 예측 (10)

만일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ICT 기술과 서비스 영역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려 했다면, OBS가 제시한 방송기술들이 온전히 스마트폰에 구현될 수 있도록 5G 서비스 제공에 더욱 집중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이 큰 기대 없이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올림픽이 시작하니 코로나로 집안에 갇혀있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말이다. 결과론적인 말이겠지만, 도쿄올림픽이 집중했어야 했던 것은 로봇 프로젝트보다 5G 프로젝트, 그중에서도 5G를 통한 실감형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구현에 더욱 집중했어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많은 ICT 소비자들이 일본의 기술력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팬데믹 상황이라고 해도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뭔가 하나 뇌리에 남는 ICT 서비스를 남기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히 도쿄올림픽의 아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경험한 올림픽에서는 오히려 삼성전자가 올림픽을 기점으로 5G 서비스를 본격 상용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방향에 맞춰 장비를 공급했다는 소식이 뇌리에 남았다. 그리고 ‘연경신’의 멋진 승부가 뇌리에 남았고, 멋진 소년의 근대5종 동메달이 뇌리에 남았으며, 우리의 활이 과녁의 정중앙에 당도했던 그 순간이 더욱 기억에 남았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IS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SA Report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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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apps.apple.com/us/app/olympics/id808794344
2. https://gtimg.tokyo2020.org/image/upload/production/bqdkj5d1cwn5haqd2zmz.pdf
3. https://global.toyota/jp/newsroom/corporate/28713215.html
4. https://powered-wear.com/
5. https://olympics.com/tokyo-2020/en/games/vision-innovation
6, 7. https://group.ntt/en/newsrelease/2021/07/01/210701a.html
8. https://olympics.com/tokyo-2020/en/news/tokyo-2020-unveils-spectator-viewing-experiences-deploying-5g-technology
9, 10. https://stillmed.olympics.com/media/Documents/Olympic-Movement/Partners/IOC-Marketing-Media-Guid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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