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 유튜브, 넷플릭스가 바꾸어 놓은 카메라 트렌드, ‘영상 중심의 변화’
유튜브, 넷플릭스가 바꾸어 놓은 카메라 트렌드, ‘영상 중심의 변화’
최호섭 ([email protected])
디지털 칼럼니스트
카메라 시장이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길거리에 나가면 너도나도 커다란 DSLR 카메라를 메고 다녔고, 모두가 모델이 되어 일상을 담아내곤 했다. 그게 불과 10여 년 전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스마트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많은 자리를 ‘폰카’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위기’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어쩌다 카메라 시장이 이렇게 됐나’하는 목소리도 크고, 시장을 떠나기로 한 올림푸스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지에 대한 걱정도 끊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지워버린 MP3 플레이어, PMP의 다음 차례가 디지털 카메라가 될지 모를 일이다. ‘이제 디지털카메라 필요 없는데…’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낯설지 않다.
카메라 시장은 정말 작아졌나
그렇다면 정말 카메라 시장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일까? 일단 수치상으로는 그렇다. 일본 닛케이 신문이 발표한 2019년 카메라 판매량은 1,483만 대로 전년도 2018년에 비해 22.4%가 줄어들었다. 2018년 역시 2017년에 비해 22.2%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꾸준히 눈에 띌 만큼 시장이 작아지고 있는 셈이다.
당장 우리 일상에서도 카메라가 부쩍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부분 사진은 스마트폰으로도 찍고, 실제로 스마트폰의 사진 결과물이 매년 비약적으로 좋아지고 있으므로 크고 무거운 카메라에 대한 수요는 이미 카메라를 쓰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줄어들고 있다. 그렇게 사실상 카메라의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2000년대 초반,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을 부담 없이 담는 용도의 사진이라는 문화가 생겨났고, 이후 디지털을 중심으로 카메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사소한 기록을 카메라로,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 자체가 혁신이고 시대의 전환점인 셈이다.
그 이후에 성장한 전문가 시장 역시 사진의 대중화를 바탕으로 한 부가적인 효과에 가깝다. 좋은 사진에 대한 수요, 즉 DSLR 카메라로 통하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은 애초에 그렇게 크지 않았고, 이 비싼 취미 활동은 잠시 스쳐 지나간 유행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만큼의 충분한 해상도와 DSLR 카메라의 전유물이었던 배경을 뿌옇게 지워주는 사진들이 스마트폰 기술의 발전으로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카메라가 설 자리는 더 줄어들었다. 사진 자체가 광학 기술에 의존하던 전통을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흐름으로 바뀌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달라진 카메라에 대한 인식
애플은 아이폰11을 내놓으면서 카메라의 주요 기능으로 ‘야간 모드’와 ‘딥 퓨전’을 발표했다. 핵심은 새로운 렌즈, 더 섬세해진 센서가 아니라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매만지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이를 재빨리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중심이 된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는 야간 모드는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계속 찍어 한 장으로 합치는 기술이다. 이전처럼 센서에 빛을 오래 보여주어서 원하는 밝기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어두운 사진 정보를 반복적으로 찍은 뒤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딥 퓨전의 원리도 비슷하다. 카메라는 한 장의 사진을 담는 게 아니라 아주 높은 해상도의 사진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정보를 센서로 받아들인다. 카메라는 기술적으로 보면 사진을 찍는 게 아니다. 윤곽선, 색, 밝기 등을 최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카메라 센서로 여러 가지 광학 정보를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원하는 픽셀 데이터를 충분히 얻고 나면 나머지는 프로세서가 재빨리 처리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강력한 성능에 기반을 둬 사진을 빚어내고 있다.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로 사진을 만드는 기술이 자리를 잡아가고, 여기에 여러 가지 카메라 렌즈를 더해가며 카메라에 대한 수요를 정확히 흡수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일상을 기록하는 ‘사진기’의 역할은 더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다르게 해석하면 이제 카메라는 ‘일상의 사진을 담는다’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역할을 그대로 스마트폰에 넘겨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전까지의 카메라와 사진은 특별한 날의 경험을 기록하는 ‘기념사진’의 의미가 강했고, 이는 여전히 전문가용 디지털카메라가 대신하고 있다. 또한,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하이 아마추어’의 접근성도 높아지고 있으므로 사실상 카메라의 시장은 조금 더 좁혀서 볼 필요가 있고, 그 수요는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카메라 기업으로서는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셈이고, 앞으로도 이 수치는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셈이고, 시장 전략을 다시 돌아봐야 하는 시기라는 이야기다.
‘사진 아니라 영상’, 카메라의 변화
실제로 기업들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카메라 시장에 큰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초기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강자였던 올림푸스는 지난 5월 국내 시장을 떠나겠다고 밝힌 데 이어 6월에는 카메라 사업 자체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올림푸스는 현재 기술과 브랜드로 앞으로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는 곧 카메라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7월 두 대의 카메라가 발표되면서 카메라 시장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바로 캐논의 EOS R5와 소니의 A7S3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 카메라의 쓸모가 줄었고, 동시에 경기도 위축되어 있지만, 이 카메라들에 관한 관심은 뜨거웠고, 공급이 수요를 만족하게 하지 못할 만큼 큰 초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 카메라들의 인기다. 캐논과 소니의 신제품은 기존처럼 ‘화소수’, ‘렌즈 성능’ 등 사진의 화질을 가름하는 성능 대신 동영상을 중심에 두었다.
캐논은 EOS R5를 통해 8k 동영상을 중심에 두었고, 소니는 A7S3는 궁극적인 4k 화질을 추구했다. 기존 영화나 방송을 찍던 전문가용 카메라가 아니지만, 영상을 담아내는 성능, 그리고 결과물은 각 카메라 기업들이 내놓던 시네마 급 카메라들과 큰 이질감이 없을 정도다. 카메라의 기술적 지향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카메라의 역할은 애초 사진에 있었다. 카메라를 우리말로 순화한 이름은 ‘사진기’로 불러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카메라를 ‘사진기’로 부를 수 없게 됐다. 형태는 전통적인 ‘사진기’의 모습을 벗어나지 않지만, 역할은 이제까지의 사진 중심이 아니라 고화소와 큰 이미지 센서를 바탕으로 한 동영상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카메라의 역할 변화는 당연히 시장의 요구 때문에 일어난다. 이 카메라들을 가장 반기는 수요는 역시 영상을 만드는 것을 ‘일’로 하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들 수 있고, 또 한 축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콘텐츠 제작 업계다. 영상의 주요 유통 경로는 인터넷이고, 영상 제작은 방송국이나 영화사만의 일이 아니라 집 안, 길거리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됐다. 콘텐츠를 만드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고, 그 질도 높아지는 것이다.
인터넷 중심 콘텐츠 유통과 소비, 카메라를 바꾸다.
디지털카메라가 필름 카메라와 가장 다른 부분은 이미지를 디지털, 그러니까 파일로 보관하기 때문에 흔히 ‘포토샵’으로 대변되는 이미지 후처리가 쉽고, 인터넷을 통한 공유가 자유로워졌다는 점이다. ‘나도 전문가처럼 사진을 찍고 매만져서 인터넷을 통해 결과물을 유통할 수 있다’는 것이 창작욕을 자극한 것이다. 그런데 이 흐름이 사진에서 영상으로 넘어가고 있다.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법의 상당수는 이미 글과 사진 중심의 전통적인 방법에서 영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플랫폼을 통해 영상 소비가 늘어나면서 대규모로 기획된 콘텐츠가 아니라 개개인의 소소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소비되는 문화가 폭발적으로 번지는 것이다.
결국, 개개인이 이야기를 스스로 영상에 담고 영상 플랫폼에서 직접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카메라의 새로운 수요가 확대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프로 수준의 사진을 찍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영상 감독을 꿈꾸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다. 영상의 품질은 결국 콘텐츠가 인터넷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느냐의 판단 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시작해서 소형 카메라, 그리고 DSLR 카메라를 넘어 영상 전용 카메라로 확대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 마디로 영상 유통의 길이 열리면서 더 나은 영상을 담아내는 카메라의 수요를 불러온다는 이야기다.
전문가용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물론 이 고성능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아무리 좋은 성능과 화질을 낸다고 해도 전문가용 카메라를 뛰어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간극은 분명 줄어들고 있다. 이전에는 명확하게 시네마 카메라들과 선을 그어서 다른 수준의 결과물을 내도록 했지만 EOS R5나 A7S3는 각사의 전문가용 카메라들과 영상의 색이나 톤을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자랑거리다. 결과물의 화질을 결정하는 데이터 전송률도 시네마 급 카메라들과 비슷하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는 이 제품들을 서브 카메라로 쓰는 것을 검토 중이고, 저예산 작품들의 경우 이미 미러리스 카메라로 촬영하는 때도 많다. 이미 TV 방송에서도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적절히 쓰고 있다.
카메라 시장, 작아지는 것 아니라 달라지는 것
영상 유통 플랫폼들도 고성능 미러리스 카메라의 수요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카메라들이 만들어내는 고화질 영상을 통해 미디어 유통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상이 오로지 TV와 극장, 비디오를 통해 유통될 때는 전파나 상영기 등이 힘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영상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유통할 수도 없다. 보는 방법도 제한됐다. 이 전통적인 플랫폼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만나면서 한계를 드러내게 됐다. 데이터의 전송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장 4k 해상도의 UHD TV는 표준 규격을 두고 아직도 다툼이 일어나고 있고, 그나마도 방송의 힘인 ‘전파’로는 원활하게 방송을 전송, 유통할 수 없다. VHS, DVD를 이어 블루레이로 이어지는 녹화 미디어 역시 UHD로 넘어가는 데에 있어 용량과 포맷, 그리고 기기 호환성 등 복잡한 문제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 전통적인 콘텐츠 유통 방식들은 기반 비용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인터넷 이상의 편리함과 유연성,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오히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자체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차세대 고화질 포맷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이 플랫폼들은 일찌감치 4k를 도입했고, 돌비 비전과 HDR10을 비롯한 색 표현 규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콘텐츠의 화질을 높여가고 있다. TV에서는 아직 요원한 8k 해상도 영상 역시 지금으로써는 이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에서만 만날 수 있다. 당연히 TV와 스마트폰 등 주요 재생기기는 물론이고, 카메라도 이 영상 콘텐츠 플랫폼을 바탕으로 성장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영상 제작용 소스 기준을 충족하는 고화질 녹화 대역폭이나 유튜브용 1인 촬영을 위한 회전식 디스플레이가 카메라의 기본으로 꼽히는 것도 바로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TV로 지상파 방송을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다양한 콘텐츠를 기대하고, 사실상 이 뉴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로 자리를 잡아간다. 어제저녁에 전파를 탄 드라마보다 밤새 올라온 유튜브 영상이 입에 오르내리는 게 요즘의 흐름이다.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영상 유통의 시대가 열렸고, 영상 제작 환경의 장벽은 낮아졌다. 카메라는 이를 반영하고, 제작 환경도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그 안에서 카메라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는 건 사진’이라는 과거의 카메라가 아니라 각자의 콘텐츠를 세상에 내보내는, 또 저예산 아티스트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에 필요한 카메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카메라’라는 이름뿐 인터넷 영상 콘텐츠를 타고 카메라 시장의 형태는 새로운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여전히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카메라의 이탈은 심해지겠지만 특화된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고급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시장이 작아지고 있다는 우려에도 고성능 카메라를 내놓은 기업들의 속내는 결국 ‘성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