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 애플과 에픽의 앱 수수료 논란, 플랫폼 전쟁 아닌 리거시 갈등
애플과 에픽의 앱 수수료 논란, 플랫폼 전쟁 아닌 리거시 갈등
최호섭 ([email protected])
디지털 칼럼니스트
에픽게임스(Epic Games)와 애플의 수수료 갈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점점 더 강한 수를 놓으며 게임 이용자들의 불편만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iOS용 포트나이트가 삭제되면서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이유는 수수료다. 에픽은 앱 내 결제 금액에서 30%를 애플에 내야 하는 이른바 7:3 수수료 정책에 부당하다고 반박하며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수단을 넣었다. 애플이 가장 경계하는 플랫폼 외부 결제를 적용한 것이다. 당연히 이는 약관 위반이고, 애플은 새 버전의 앱을 앱스토어에서 지워버렸다.
포트나이트의 퇴출, 단순한 갈등 그 이상
에픽은 애플뿐 아니라 구글 플레이스토어용 포트나이트에도 외부 결제 수단을 똑같이 적용했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도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앱이 외부 결제 수단을 적용하는 것을 강하게 금지하고 있다. 결국, 이날 포트나이트는 가장 인기 있는 두 플랫폼에서 쫓겨나게 된다.
포트나이트의 퇴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에픽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이 수수료 정책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읽어볼 수 있다. 이후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면서 감정적인 대응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애플은 에픽의 앱스토어 개발자 계정을 차단하는 강수를 두었다. 에픽의 가장 큰 비즈니스 중 하나는 게임을 만드는 뼈대가 되는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인데, 이 엔진을 업데이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들에 기술 지원을 할 방법이 끊어지게 된다. 한 마디로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게임들이 모두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인데, 이는 이번 갈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법원에서도 포트나이트 외의 개발 계정 퇴출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최악의 사태는 가라앉았다. 다만 에픽은 아예 애플의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겠다며 맥OS용 포트나이트의 기술 지원을 끊었다. ‘게이머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쉽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앱 장터 수수료를 둔 갈등은 꼭 에픽과 애플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해 게임을 유통하는 밸브의 스팀 등 대부분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7:3의 수익 분배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 플랫폼 안에서 앱이나 콘텐츠를 판매하면 총액의 30%를 수수료로 받는 것이다. 이는 앱의 종류나 매출, 개발사에 관계없이 모두 똑같이 적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다.
이 수수료가 부당하다는 반응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 30%는 비율로는 납득할 만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총액으로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불거진 예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365다. 아이패드, 아이폰용 오피스365는 일찍부터 개발이 시작됐지만, 출시는 2014년에 이뤄졌다. 바로 수수료 때문이다. 오피스365는 앱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사용료를 내는 구독형 서비스다. 하지만 그 요금을 아이패드에서, 아이폰에서 결제하면 구독료의 30%를 애플에 내야 한다.
오래된 7:3 수익 분배의 갈등
지금의 에픽처럼 공식적인 갈등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 협상을 이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이 클 테니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것이다. 판매량에 따라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협상이다. 하지만 애플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간단한 원칙에 예외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오피스365는 30%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에서 결제하거나, 상품권을 통한 구독 갱신을 막지는 않기 때문에 두 회사 사이에 적절한 화해 분위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 아이패드 프로의 발표 무대에 등장해 새로운 아이패드에서 오피스365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수수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넷플릭스나 멜론, 벅스뮤직 등 콘텐츠 유통 서비스들의 입장에서 보면 콘텐츠에 대한 유통과 스트리밍에 대한 트래픽 등을 모두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요금 결제를 플랫폼에 대행을 맡기고 30%의 수수료를 내어주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 서비스는 직접적인 갈등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직접 이용료를 결제하면 그만큼 요금을 더 받는 정책을 내기도 했다. 요금이 비싸지면 자연스럽게 홈페이지 등 다른 구독 결제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에픽도 마찬가지다. 포트나이트의 클라이언트를 유통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애플과 구글의 스토어를 이용하지만, 이후의 운영은 모두 에픽의 서버에서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아이템 등 앱 내에서 이뤄지는 상거래에까지 수수료를 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애플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예외는 없다’는 것. 앱 장터 플랫폼의 기본은 모든 상품의 판매와 마케팅은 이 상거래 플랫폼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30%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핵심 수익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결제 수수료가 아니라 앱을 알리고, 소비자와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몇 기가바이트씩 되는 앱들을 곧바로 기기에 배포하는 일련의 인프라 사용 비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포괄적으로 계산해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30%의 수익은 많아 보일 수 있다. 그만큼 앱 시장이 성장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애플이 앱스토어를 열고 7:3 비율의 수익 분배를 제안했을 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앱스토어의 핵심은 30%의 수수료만으로 기존 오프라인의 모든 유통과 마케팅 과정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폰이 나오기 이전까지 PC나 스마트폰, PDA 등 모바일 기기의 앱은 전통적인 패키지 시장이 지배하고 있었다. 앱이 들어 있는 설치 디스크와 정품을 증명하는 코드를 물리적으로 만들어서 팔았다. 불법 복제 위험에 늘 놓여 있었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유통처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연히 유통처가 없는 시장에서는 제품을 판매할 수 없었고, 반대로 소비자들도 소프트웨어를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창구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앱 유통 변화 가져온 앱스토어, 그리고 달라진 앱 환경
온라인을 통해 앱들을 보여주고, 판매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앱의 선택부터 구매, 설치까지 해당 기기에서 직접 이뤄지는 앱스토어는 등장 당시에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앱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판매량이 따라 늘었고, 이른바 ‘대박’을 치는 앱 개발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앱 가격도 내려갔고, 이를 통해 시장의 규모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개발사들로서는 30%의 수수료는 기존 온, 오프라인의 소프트웨어 유통 비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게다가 앱스토어는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였기 때문에 불법 복제나 보안, 앱 변조 등에서도 자유로웠다. 앱 개발사로서는 유통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매출도 늘어나는 마켓 플레이스였다.
하지만 그 이후 앱 환경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앱 구매는 값을 전부 치르고 사는 방법 대신 필요한 기능들을 앱 내에서 사거나, 혹은 사용권을 구독하도록 하는 프리미엄(freemium) 형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게임의 경우 한 번에 사는 패키지 형태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모바일에서도 게임 자체는 무료로 풀고 아이템 등을 구매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워낙에 많은 앱과 게임들이 이 프리미엄 방식으로 유통되다 보니 앱스토어에서도 기존의 ‘무료’ 대신 ‘받기’로 무료 앱의 표기를 바꾸기도 했다. 오래전에 유행했던 셰어웨어(shareware)와 비슷한 형태의 구매 방식인 셈이다. 이용자로서는 앱을 써보기 전에는 정확한 값을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로서도 앱에 대한 정보를 주기가 애매해지는 형태다.
물론 플랫폼 기업이 앱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수익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결제 구조만 유지된다면 나쁠 것도 없다. 앱 내에서 아이템을 사도 그중 30%는 수수료로 받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수수료를 내는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기 쉽다.
애플은 사실 이 프리미엄 형태의 게임, 콘텐츠를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선보인 애플 아케이드는 구독 형태의 게임 모델인데, 월 요금만 내면 그 안의 게임을 모두 즐길 수 있고, 추가 과금이나 아이템 등이 없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그 반응이나 성과는 썩 신통치 않다. 막대한 아이템 구매나 가챠(Gacha) 뽑기는 늘 논란이 되지만 시장은 그 자극성에 더 잘 반응하는 셈이다.
구독, 앱 내 결제… 플랫폼 변화와 협의 필요한 시점
그만큼 앱 시장이 달라졌다는 것이고, 동시에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애플의 갈등은 에픽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로 다시 옮겨붙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기반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엑스클라우드(xCloud)를 발표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엑스박스, PC용 게임을 스트리밍해서 즐기는 일종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다. 애플은 이 클라이언트 역시 앱스토어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유는 구독, 구매 등이 앱스토어 안에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엑스클라우드는 어떻게 보면 그 자체가 게임이 아니라 다른 게임을 구입하고, 돌릴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이다. 애플은 플랫폼 안에서 다시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수익 관리뿐 아니라 보안부터 심의, 콘텐츠 품질 관리 등 모든 부분에서 애플이 통제하지 못하는 그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엑스클라우드의 게임들을 개별 클라이언트로 만들어서 배포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법이다. 하지만 이미 엔비디아, 스팀, 구글 등 많은 기업이 게임 유통의 다음 단계로 스트리밍을 제시하고 있다. 애플로서도 이를 언제까지 막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풀어주는 것도 플랫폼 입장에서는 곤란하다. 직접 결제가 허용되면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수익에 막대한 충격이 될 뿐 아니라 보안과 안정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앱 내 과금에 대해 수수료를 포기하면 앞으로 모든 앱은 앱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배포되고, 비용은 모두 각자의 서비스로 이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제각각인 과금, 결제 환경에 노출되는 것으로 보안 안정성에 영향을 받기 쉽다. 궁극적으로는 앱을 구매해서 쓰는 모든 과정의 경험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둔 모든 불만은 플랫폼 사업자가 뒤집어쓰게 된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을 비롯한 모든 플랫폼이 새로운 형태의 앱 환경에 관심을 두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가장 큰 이유다.
에픽과 애플의 충돌은 표면적으로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대결’이지만 한 발짝 가까이 들어가서 보면 ‘리거시와 새로운 미디어의 과도기’라고 풀어볼 수 있다. 인터넷은 늘 변화와 함께 갈등을 가져왔고 세상은 이를 조율하면서 최적의 답을 찾아 나가고 있다. 플랫폼도 예외는 아니다. 법적 갈등과 해석은 그리 어렵지 않게 풀릴 것이다. 앱스토어는 명확한 약관과 계약을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유통, 소비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느 한쪽만이 진리인 것도 아니다. 유통 시장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고,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는 머리를 맞대고 변화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기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