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 애플 아이폰11 발표 속 스마트폰 시장 흐름 읽기

 In KISA Report

애플 아이폰11 발표 속 스마트폰 시장 흐름 읽기

최호섭 ([email protected])

디지털 칼럼니스트

1년에 쏟아지는 스마트폰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애플의 아이폰 발표는 여전히 스마트폰 이용자, 그리고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애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9월 초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의 애플 파크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신제품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현장 생중계를 자체 홈페이지에서 뿐만 아니라 유튜브 라이브로도 중계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라이브에는 최대 190만 명이 모여서 생중계를 지켜봤다. 애플도 애플이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유튜브의 막대한 영상 데이터 처리 능력은 놀라웠다.

비슷한 디자인, 차별점은 카메라

 

애플은 세 가지 제품을 내놓았다. ‘아이폰11’, 그리고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프로 맥스’ 등으로 나뉜다. 기본이 되는 아이폰11은 6.1인치 LCD 화면에 표준 화각과 광각 렌즈를 갖춘 제품이다. 케이스는 알루미늄과 유리로 씌웠다. 아이폰11 프로는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5.8인치 OLED 화면과 표준, 광각, 망원 렌즈 등 3개의 카메라를 넣었다.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화면 크기를 6.5인치로 늘린 제품이다.

각각 지난해 아이폰XR,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의 후속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카메라의 모양을 빼고는 케이스의 기본 디자인도 거의 그대로 닮았다. 모델명에 숫자가 붙는 넘버링 제품에는 전반적인 디자인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폰 6부터 6S, 7, 8까지 비슷한 디자인 톤을 유지했던 것처럼 애플은 11시리즈에서도 이전과 같은 폼팩터를 적용했다.

 

 

전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쉽지 않고, 아이폰11은 지난해 아이폰XR로 처음 등장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서둘러 바꿀 필요는 없다. 어쨌든 애플은 디자인을 급격하게 바꾸는 대신 아이폰X의 디자인을 아직 쓸 만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다만 베젤이 극단적으로 사라지고, 아예 제품 옆까지 흘러나오는 스마트폰 디자인이 많고, 노치 역시 다른 형태로 바뀌는 유행과 비교하면 지금 아이폰11 시리즈의 디자인은 아이폰X 출시의 파격에서 보수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이폰XR의 자연스러운 합류, 정리되는 브랜드

 

기기의 구성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이름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올해 애플은 브랜드를 새로 정리했다. 아이폰XR의 후속 제품을 아이폰11로 이름 붙이고, 아이폰XS 계열의 후속 제품은 ‘아이폰11 프로’로 부른다.

 

지난해에는 아이폰XS를 중심으로 아이폰XS 맥스로 화면을 확장하고, 디스플레이와 카메라에 차이를 둔 아이폰XR 등으로 갈렸다. 아이폰XR은 결과 적으로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자, 전체 아이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제품이다. 하지만 아이폰XR에 대한 마니아층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름 때문이다.

 

아이폰XR은 똑같이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넣고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 지원 등 전체적으로 성능과 경험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R’이라는 이름 때문에 정식 시리즈에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는 제품을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폰XR은 흥행에 성공한 기기였고, 애플 역시 이 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로서도 지난해에는 중심을 아이폰XS에 둘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XR을 발표하면서 지금과 같은 이름을 고민했을 수 있다. 하지만 ’S’가 붙는 아이폰XS는 아이폰X의 후속 제품이기 때문에 그 이름을 쓸 수밖에 없다.

 

11로 이름을 바꾸면서 아이폰XR 계열은 자연스럽게 정식 라인업에 포함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고가 라인업에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프로’를 더했다. 누구도 불만을 느끼지 않을 교통정리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브랜드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디자인이 파격적으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름 변화는 제품 전체에 대한 인상을 바꾸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결과적으로 아이폰7, 아이폰8을 쓰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아이폰11로 넘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이폰 진화의 중심에 프로세서와 카메라가 있는 이유

 

최근 아이폰 진화의 중심에는 프로세서가 있다. 아이폰X과 함께 등장했던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는 지난해 아이폰XS의 ‘A12 바이오닉’을 거쳐 올해 ‘A13 바이오닉’ 프로세서로 진화했다. 이름 뒤에 붙는 수식어로 바이오닉을 고집하는 이유는 애플의 프로세서 개발 지향점이 뉴럴 엔진, 즉 머신 러닝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 A13 프로세서도 기본 구조는 A12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 프로세서 성능은 20% 정도 높아졌고 전력 소비 효율도 크게 올라갔다. 사실상 A12 프로세서는 발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빠른 프로세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A13으로 그 기록이 경신된 것뿐이다. 애플은 전체적으로 성능은 20%, 효율은 40%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해 아이폰11의 A13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보다 그렇게 인상적으로 빠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피크 성능은 더 좋지만, 앱을 실행하고 구동하는 상황에서는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는 애플이 즐겨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피크 성능만큼 애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전력 효율이다. 애플은 매년 같은 비슷한 전력 소비량의 반도체로 더 높은 성능을 내도록 하고 있다. 그다음 이를 적절히 튜닝하면 비슷한 성능을 훨씬 적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 적정선을 찾아내고, 이질감 없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iOS의 힘이다.

 

애플의 임원들이 와이어드와 나눈 인터뷰에서도 이 프로세서 설계 과정에서 전력 소비 효율에 특히 큰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립 실러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85억 개 트랜지스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새 아이폰들이 한 번 충전으로 지난 세대 제품보다 5시간을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기술에서 처리 속도와 전력 소비량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는 필연적인 요소다. 애플은 넉넉한 성능을 기반으로 균형을 찾은 셈이다.

 

 

애플은 이번에도 세 가지 제품을 내놓았고, 가격과 성격도 약간씩 다르지만 프로세서는 모두 A13 바이오닉을 넣어 성능을 똑같이 맞췄다. 물론 메모리를 4GB와 6GB로 구분해서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세 제품은 똑같은 세대의 제품이고 할 수 있는 일과 그 결과물, 즉 경험은 다르지 않다.

 

 

애플에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에 지속성 줄 수 있는 플랫폼

 

애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의 하드웨어보다 생태계 중심의 플랫폼 영향력이다. ‘아이팟’이 다른 MP3 플레이어와 차별점을 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이튠즈’라는 음악 생태계가 있었기 때문이고, 아이폰이 여느 스마트폰과 가장 다른 경험을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앱스토어’다. 결국 기기의 효용성은 더 좋은 기기 그 자체가 아니라 기기의 성능을 충분히 이용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소프트웨어, 앱 생태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애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은 최근 개발자 콘퍼런스 WWDC를 비롯해 새 하드웨어를 내놓을 때 뉴럴 엔진과 머신 러닝 도구 ‘ML킷’을 강조한다. 또한 공간을 새로 해석하는 증강현실에 대한 부분도 빠지지 않는다. 결국 머신 러닝과 증강현실이 앞으로의 앱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오는 판단이다. 그 과정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플랫폼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애플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 경험이 당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애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어쨌든 그 과정에 더 좋은 카메라와 더 빠른 프로세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 . 그래서 애플은 할 수 있는 한 뉴럴 엔진의 성능을 모든 기기에 똑같이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언젠가 이 두 열쇠로 만들어진 앱들이 활발하게 쏟아지기 시작하면 이제까지의 기기들에서 거의 비슷한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고, 이는 곧 앱 개발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누구나 찾아와서 돈을 벌어가라고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앱스토어의 기본 기조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카메라의 확대도 단순한 광각 렌즈의 확보가 목표는 아니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증강현실은 애플이 가장 공을 들이는 콘텐츠 중 하나다. 증강현실은 우리의 세상과 가상공간을 연결해주는 기술인데, 그 과정에서 세상을 더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공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려면 결국 더 좋은 카메라가 필요하다. 카메라의 개수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공간을 더 넓게 바라보는 광각 카메라의 역할도 놓칠 수 없다.

애플이 모든 아이폰11에 광각 카메라를 더하고 여기에 머신 러닝 기반으로 사진을 매만지는 ‘딥 퓨전(Deep Fusion)’을 더한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물론 이 카메라 기술은 자연스럽게 ‘카메라의 기술에도 머신 러닝이 더해지면 기존과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카메라가 사물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내용을 읽고 판단하기 때문에 증강현실에도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애플이 최근에 내놓고 있는 하드웨어는 더 나은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형태보다 새로운 흐름의 생태계를 더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플랫폼 하드웨어 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아이폰과 함께 공개된 ‘애플 아케이드’나 ‘애플TV+’ 등의 서비스 역시 또 다른 형태의 독점 서비스이기도 하다.

본 원고는 KISA Report에서 발췌된 것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https://www.kisa.or.kr/public/library/report_List.jsp)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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